현재 <레미제라블>로 자신의 가치를 한껏 증명하고 있는 배우 앤 해서웨이의 2011년 작품 <원 데이>가 한국에 뒤늦게 소개되었다. 선댄스 영화제의 꽃과 같은 작품 <원 데이>가 이렇게나마 개봉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 덕분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앤 해서웨이의 귀여운 영국 말투보다 영화의 구성에 집중해서 감상해야 한다. 1988년부터 20년 동안 반복되는 7월 15일의 순간순간을 모아 완성한 그림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감상하면 상영시간은 2시간이지만 관객은 두 주인공 엠마와 덱스터가 서로의 진심을 깨닫기까지의 20년이라는 긴 세월을 함께 살아온 느낌을 선사한다. 아슬아슬하게 어긋나는 우정과 안타깝게 교차하는 사랑을 이렇게나 독특한 스토리텔링으로 섬세하게 담아낸 영화는 전에 없었다. 이러한 기교를 가능하게 만든 여성감독 론 쉐르픽의 솜씨는 대단하다. 앤 해서웨이를 비롯하여 바람둥이지만 천진난만한 미소를 가진 짐 스터게스, 찌질하지만 맑은 눈동자를 가진 라프 스팰, 두 남자배우의 매력도 상당하다. 아마 <원 데이>를 접한 후 선댄스 영화의 감성에 푹 빠진 관객들이 많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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