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cfile7.uf.tistory.com/image/170F3E45505B43BE0C3029)
★★ 간첩, 한국 영화계의 간첩이 되다....
최근 두 편의 영화가 개봉예정일을 일주일씩 당기는 사건이 있었다. 바로 [광해, 왕이 된 남자]와 [간첩]. 두 편 모두 추석 시즌에 기대를 걸고 미리 입소문으로 관객을 확보하고자 하는 생각이었다. 이런 불친절한 생각으로 인해 작은 군소영화들은 극장을 잡지 못하거나 교차상영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광해, 왕이 된 남자]. 리뷰를 쓰기 위해 보았으나 마음 한 구석에는 이 일련의 사건에 대한 찜찜함이 있었다. 내가 영화를 선택한 것이 아닌 영화에 선택되어진 것 같은 느낌. 다행히 [광해]는 기대이상이어서 감상 후 이런 마음이 조금 사라졌지만, [간첩]은 글쎄...일단 시사회 티켓이 왔으니 보기로 한다.
[간첩]은 제목 그대로 남한에서 생활하는 생계형 간첩들에게 오랜만에 목련이 피면서 (북한에서의 지령을 의미함)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들이 남한에서 생활하며 북한에서의 어떤 부분을 잃고 살았는지, 남한과 북한을 사이에 두고 고민하는 지점이 어느 부분인지 영화는 정확히 말해 주지 않는다.
스토리는 관객의 예상 안에서 놀아나고, 연출은 부산스럽다.
일단 다섯 명의 간첩이 모이기까지 대략 40분의 분량이 소비된다. 40분 이전은 김명민 캐릭터의 구축이다. ‘김명민의 원맨쇼’. 김명민이 연기한 김과장이라는 캐릭터는 ‘조선명탐정’과 ‘연가시’에서 그가 맡았던 캐릭터를 섞어 놓은 것 같다. 능청맞으면서도 가족에게는 애틋한. 영화 전반이 김명민의 코미디로 채워지는데, 장면 전환이 빠르고 클로즈업되는 쇼트들이 분주하게 늘어져 있어 그의 연기가 과장되어 보이는 지점이 있다. 관객들은 실소를 터뜨리거나 대부분 웃지 않는다.
40분만의 다섯 명의 간첩이 모였으니 개개인들의 이야기는 곁가지로 흐를 수밖에 없다. 각각의 캐릭터를 설명해주는 에피소드가 세밀하게 구성이 안돼있다.
영화는 각각의 간첩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마치 김명민이 취재하는 것처럼 빠르게 훑고 지나간다. 각 캐릭터 구축이 부실하니 뒤에 이어지는 그들만의 이야기에 공감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된다.
[간첩]의 가장 문제점은 지금껏 계속 이야기해 온 스토리에 있다. 간첩이라는 소재를 가진 영화에서 한 번쯤 봤던 이야기는 다 끌어다 쓴 느낌이 들 정도로 신선함이 매우 떨어진다. 첩보 범죄 영화 패러디 혹은 오마주의 느낌이랄까.
디테일도 아쉽다.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간첩의 상식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점점 지루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영화가 관객의 머리를 못 따라온다.
개인적으로 각 캐릭터에는 부여된 정서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김과장(김명민)에게는 부성애, 강대리(염정아)에게는 모성애,
윤고문(변희봉)에게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 혹은 노년의 로맨스,
우대리(정겨운)에게는 강대리를 향한 연정.
문제는 각 정서를 드러내는 설정들이 작위적이라는 것이다. 김과장의 야구선수후보 아들은 웃으며 넘어간다 하더라도, 강대리의 시각장애아들 설정, 강대리와 우대리의 로맨스는 굉장히 작위적이다. 심지어 인물간의 정서를 구축해나가는 이야기의 전개도 밀도가 깊지 않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 영화가 ‘케이퍼 무비’의 형식을 갖추면서도, 각 인물이 범죄에서 어떤 역할에 전문인지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영화는 캐릭터에 정서를 설정해주면서도 정작 리용성의 목을 따는 목련의 임무 앞에서는 멈칫한다. 윤고문만이 금고를 털 뿐, 나머지 인원들은 각자가 무슨 임무를 맡아야 하는 지 정확하지가 않다.
![](http://cfile21.uf.tistory.com/image/2073CA44505B450F089392)
이 영화는 추석극장가를 타깃으로 코미디 요소를 강조하며 홍보하고 있다. 감히 단언컨대, 성격 좋은 사람이 3번 정도 웃을 수준의 코미디다. 코미디 설정 자체도 빤할뿐더러 감독의 급한 연출이 웃을 타이밍을 주지 않는다. 나름 크게 터지는 장면이 한 군데 있는데, 그 한 번 웃기위해 극장에 9000원을 낸다고 생각하면 서글프고 씁쓸하다.
[간첩]을 보고 이 영화가 혹시 한국 영화계의 간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내로라하는 배우들, 롯데 엔터테인먼트라는 거대 배급사, 추석시즌이라는 여러 가지 강점을 등에 업고도 이렇게 제작비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건지...
제일 안타까운 건 김명민과 유해진의 배우로서 효용가치이다.
둘에게는 타고난 연기력은 주셨지만, 시나리오를 보는 안목을 주지 않으신 듯.
추석 극장가. 영화계에서는 대목 중 하나다.
여러분의 올바른 선택이 [간첩]과 같은 나쁜 영화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P.S 제작비를 생각해서 두 개의 별점을 줬다. (원래는 한 개 반이었는데.)
김명민을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봐줄 만한 수준은 될 수도 있다.
JK Soul's FILM Magazine
http://jksoulfilm.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