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에이리언의 프리퀄.... ★★★★
<에이리언>의 리플리가 에이리언을 만나기 30년 전인 2089년. 인간이 외계인의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생명체일지 모른다는 증거가 발견되면서, 탐사대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프로메테우스호를 타고 증거에 나타난 외계 행성에 도착한다. 피라미드처럼 생긴 인공 구조물에서 죽은 외계인의 시체를 발견한 탐사대의 과학자 엘리자베스 쇼(노리 라파스)는 외계인의 DNA가 인간과 똑같다는 것을 확인하고 흥분한다. 이들 탐사대는 곧 피라미드 안에서 미지의 생명체와 맞닥뜨리게 되는데 이는 엄청난 공포를 불러온다.
그 동안 많은 소문과 떡밥이 돌고 돌았던, 리들리 스콧의 새로운 SF 영화 <프로메테우스>가 드디어 개봉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프로메테우스>는 그 자신이 1979년, 무려 33년 전에 만들었던 <에이리언>의 가장 충실하면서도 진정한 프리퀄이라고 할 수 있다. 이건 인류의 기원을 얘기하는 장엄한 SF 영화이면서(솔직히 이건 떡밥 또는 맥거핀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스페이스 호러의 새로운 걸작이라 할 만하다.
33년 전으로 돌아가 <에이리언>을 떠올려보자. 지구로 귀환하던 노스트로모호는 어딘가에서 보내오는 신호를 구조신호로 착각하고 그 행성에 착륙해 기이하게 생긴 우주선의 내부를 수색한다. 그들이 발견한 건 거대한 몸집의 죽은 외계인의 시체, 스페이스 자키. 그런데 기이하게도 <에이리언>은 물론이거니와 그 이후에 4편까지 제작된 <에이리언>의 후속편들, 그리고 엉뚱하게 가져다 붙인 프레데터와의 대결을 그린 영화에서도 이 거대한 몸집의 외계인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뭐, 별로 궁금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또는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 놓는 게 좋아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무튼 리들리 스콧은 바로 이 거대한 몸집의 외계인을 인간의 창조주로 세워놓고는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그 때 화면에 나왔던 거대한 얼굴은 사실 일종의 투구이며, 그걸 벗기자 인간의 얼굴과 거의 동일한 외계인의 얼굴이 있다는 상상. 진화론이 아닌 창조론이 모두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고 믿는 주장인 건 아니다. 외계인이 인간을 창조했다거나 또는 인류의 문명은 외계인이 준 것이라는 주장은 소설이나 영화에서 전제 조건으로 삼는 흔한 이야기이다. 물론 흔하기 때문에 흥미롭지 않다는 건 아니며, <프로메테우스>는 바로 이를 입증한다.
영화는 처음부터 강렬하면서도 기괴한 이미지로 시작한다. 아름다울 정도로 잔인한 장면, 창조론과 진화론의 결합? 처음의 충격은 외계인이, 그 이후의 진화 과정은 설계도에 따라? <프로메테우스>에 대한 감상평이 호불호로 뚜렷이 나뉜다 해도 대체로 긍정하는 지점은 바로 이 영화의 이미지, 영상에 대한 것들이다. 금방이라도 별이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장엄한 우주, 오랜 비밀을 간직한 듯한 피라미드 내부, 화면을 뚫고 나올 듯한 기묘하게 생긴 생물체들, 프로메테우스 호의 다양한 공간들과 미장센은 이 섬뜩하고 긴장감 넘치는 스페이스 호러를 매우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다.
긴장감. 이 점에서 보자면 <프로메테우스>는 스페이스 호러의 새로운 기념비적 걸작이라고 할만하다. 뻔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긴장해서 몰입해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영화가 주는 긴장감은 우리가 미지의 공간에 가면 느낄 수 있는 긴장과 흥분의 상태, 바로 그것이다. 특히 쇼가 스스로 배속에 든 이물질을 적출해내는 장면에서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른다.
이야기를 정리해보자. 기독교에서 주장하는 대로 조물주는 자신의 형상대로 인간을 창조했다. 그런데 그 조물주는 피조물이 생각하는 온화하고 이해심 많은 그런 신이 아니라 잔인하고 무자비한 파괴자다. “왜 저를 만들었나요?”라고 사이보그인 데이빗(마이클 패스벤더)이 묻자 찰리 박사(로간 마샬-그린)는 대답한다.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깐” 만약 인간을 창조한 존재가 있다면 피조물들이 상상하는 그 어떤 대단한 이유 때문에 인류를 창조한 게 아니라 창조자 스스로도 별다른 이유를 대기 힘든 하찮은 계기였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왜 자신이 창조한 걸 파멸시키려 하는가? 새로운 창조를 위해선 파괴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광고에서 떠들던 것과는 달리 영화에서 인류의 기원에 대한 문제는 어떻게 보면 맥거핀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건 잘 다듬어진 스페이스 호러 영화에 더 가깝고, 인류의 기원을 다루었다기보다 에이리언의 탄생 기원을 다룬 영화다. <프로메테우스>는 모든 이미지부터 스토리까지 33년 전 등장했던 <에이리언>의 30년 전을 다룬 완벽한 프리퀄이다.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가치는 충분하다.
※ 그런데 <프로메테우스>에서는 배우가 보이지 않는다. 누미 라파스가 <에이리언> 시리즈의 리플리(시고니 위버)를 대신하는 인물인 것 같지만, 리플리가 보여줬던 그 강렬함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다. 아마 이 역할을 누가 맡았어도 비슷했을 것이다. 샤를리즈 테론 역시 마찬가지다. 그나마 <프로메테우스>에서 캐릭터로 조금이라도 인상적으로 부각되는 건 사이보그인 데이빗이 거의 유일하다. 분위기와 스토리에 묻혀서일까? 캐릭터가 전혀 살아나지 않는다는 점이 이 영화의 매우 안타까운 점이다.
※ <프로메테우스>의 등장으로 <에이리언 vs. 프레데터>의 주장은 허공에 뜬 신세가 되어 버렸다. 어차피 그 영화의 설정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말이다.
※ CGV에서 준 무료 관람권으로 생전 처음 4D로 영화를 관람했다. 그런데 앞으로 절대 가급적이면 4D로는 관람하지 않을 예정이다. 시종일관 의자를 흔들어대고 얼굴에 바람과 물을 쏴대는 통에 도저히 영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바람 정도야 괜찮은데, 결정적 장면에서 얼굴에 쏴댄 물로 인해 3D 안경이 흐릿해져서, 화면은 잘 보이지 않고 중간에 닦아 내느라 곤욕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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