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아내의모든것
‘All about My wife' 제목부터 알려주듯이 이 영화는 임수정을 중심에 두고 끌고가는 영화이다. 첫 등장부터 화려하게 속사포로 쏘아대는 그녀로부터 이 영화가 어떻게 진행될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이렇게 ’임수정‘을 깊게 파고든 영화를 본 적이 없어 더욱 반가웠다. 눈이 찌푸려질 정도로 화가나는 캐릭터지만, 그렇다고 미워할 수 없고 끊임없이 쳐다보게 되는 캐릭터였다. 그리고 임수정에 못지않게 이 영화 안에서 ’류승룡‘의 존재감이 대단하다. 영화가 점점 진행되어가면서 ’카사노바‘라는 캐릭터를 가진 그에게 극장 안의 모든 사람들이 빠져드는 것 같았다. 마치 ’건축학개론‘에서 납뜩이가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사람들이 빵빵 터진것처럼, 끊임없는 웃음소리와 ’이렇게 재밌나.‘ 싶을 정도로 류승룡이 나올때마다 자동적으로 박수가 터져나왔다. 어떻게 이런 오글거리는 대사들과 행동들을 거침없이 해낼까. 류승룡이라는 배우가 새삼 더 대단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정말 이 정도로, 배우들이 자기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냈다. 임수정이나 류승룡은 그 전 작품들과는 확실히 색다른 매력을 내뿜었고, 이선균은 그 확- 튀고, 강렬한 캐릭터들을 아주 단단하게 뒷받침 해주는 역할을 했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캐릭터’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에 다시한번 말하자면, 이 캐릭터들을 잘 소화한 배우들의 힘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전체적으로 대사가 굉장히 많다보니 생각나는 것들과 얘기하고 싶은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머릿속으로 정리가 안될뿐. 임수정이 라디오를 진행하며 꺼내는 몇 가지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나는 얘기들(어떻게 보면 이렇게 생각하는 거 자체가 잘못된)이 얼마나 고심 끝에 이 대사들이 쓰여졌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만큼 2시간 내내 속사포로 쏟아내는 얘기들 자체가 한 가지도 버릴 이야기들이 없었다. 하지만 이 많은 이야기들을 오로지 ‘외로움’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였다. 그만큼 이 강력한 코미디 안에 한번 웃고 지나갈 정도가 아닌, 사람의 깊은 심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정말 할 말 다하는, 하지만 그 말 하나 어디 틀린게 없다. 그래서 더 화가난다. 정말 이런 캐릭터와는 못 살겠다 생각하지만, 또 그만큼 너무 매력적이고, 스트레스라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받아들이기에 따라 그게 행복이라고도 느낄 수 있을 만큼, 극 중 임수정의 말마따나 서로 말이 오가야 가정이라고, 말은 많은게 좋은거라고, 그래야 외로움을 느낄 새없이 대화하고, 또 행복해지는게 아니겠냐고.
초반에 굉장히 흥미로운 캐릭터들을 보며 웃었다면, 후반부로 닿을수록 영화가 흩어져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선균-류승룡의 해프닝이 정점으로 치닿을수록 그 흥미진진함은 쭉- 쭉- 올라가는데, 마지막에 전환점이 되는 장면이 굉장히 거리가 있고, ‘이 상황 연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넣어야 하는 장면인가.’라는 억지가 보여 이제까지 2시간 달려온 이야기가 굉장히 김빠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가 그래도 좋은 건, 타 영화들처럼 배우들의 매력‘만’ 돋보인 게 아니라, 그 속에 탄탄한 대사들과 하고자 했던 이야기들이 보여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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