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연애소설]이 개봉했지요. 다행스럽게도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내며 어느 정도의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연애소설]은 리얼리티나 심리묘사가 아닌 판타지성 짙은 사랑 이야기에 주력했고, 관객들은 거기에 한껏 행복해질 수 있었지요.
그러고보면 [중독]은 그에 비해 퍽이나 상이한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선굵은 연기들을 영화 전면에 내세우면서, 인물들의 가파른 감정선을 노출하지요. 레이싱 장면이나 호진의 교통사고 씬 등, 상당히 사실적인 표현들도 같은 맥락입니다. 본작은 포스터의 색감 그대로의 느낌을 스크린 내에서도 고스란히 재현해내지요. 때로 관객들은 숨이 막히기도 합니다.
사실 [중독]의 시놉시스는 결코 리얼리즘에 부합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본작에서 판타지는 시놉시스 뿐이지요. 영화의 시종을 일관하는 연출, 카메라, 조명, 그리고 연기까지 사실감 넘치는 작품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이미연은 과감하면서도 안정된 연기를 보여주고 이얼과 박선영 등 조연들 역시도 흐트러짐 없습니다. 그리고 이병헌의 연기가 압권이지요. [공동경비구역JSA]와 [번지점프를 하다]를 지나 이제 이병헌은 물이 올랐다 말해도 좋을 듯 합니다. 대진의 눈빛은 그야말로 늘 슬픔을 머금고 있지요.
사랑과 집착은 종이 한장 차이라지요. [중독]의 사랑은 어쩌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기억, 집착에 가까운 사랑의 바로 그 기억에 대한 일종의 은유가 아닐까 싶습니다만. 스스로의 집착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야말로 집착의 가장 큰 특징이 아니던가요. 어쩌면 내게 남아있는 기억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진의 사랑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