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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세어라 금순아] <도망자>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은근슬쩍 꼬집는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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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세어라 금순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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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l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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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19 오후 3:33: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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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의 음주문화는 참으로 불건전하다. 직장상사의 명령이면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술
자리..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필자같은 사람에게는 상당히 불만족스러울 것임에는 틀림없
다. 그렇다고 술을 먹는다는게 꼭 죄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기분좋게.. 분위기 타가며.. 적당
히 마시고, 여기까지다 싶으면 그만 마시고, 또 그런 사람에겐 그만 권하고, 이 얼마나 보기
좋단 말인가.. 꼭 곤드레만드레 취해 가지고 이리 비틀 저리 비틀거리고, 있는욕 없는욕 다
해가며 길거리에서 싸움박질까지 해대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나도 불쌍해 보인다. 불쌍하다
는 표현이 어색할지도 모르지만, 술에만 의존해 모든걸 해결할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적
어도 필자에게는 불쌍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물론 예외인 사람들도 있다. 아니.. 예외
인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소수의 그런 사람들을 어쩌다 길에서 마주치는
날이면 상당히 불쾌해 지는건 사실이다.
필자에게는 세 살 터울의 형이 하나 있다. 올해 대학교 4학년이지만, 2학기부터는 학비만
내고 회사에 취직을 했다. 그런데 그 회사 상사 한명이 매일마다 술자리를 벌여 안그래도
힘든 신입사원을 밤 12시가 넘게까지 보내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부모님과도 충돌이 몇
번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술자리는 끊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달에 10시 이전에 들어
오는 날이 다섯손가락에 꼽을만큼 술자리가 잦다. 더군다나 신입사원이라 거절도 쉽지가 않
을텐데 말이다. 이렇게 사회 깊숙이 팽배해 있는 음주문화를 하루빨리 뽑아버려야 한다는게
필자의 작은 소망이기도 하다. 그리고 필자가 소개할 영화도 술 때문에 하룻밤 사이에 금순
(배두나)이란 여자가 겪게되는 사건들이 주된 내용이다.
한국 코메디에는 꼭 조폭이 등장해야 하는가...?! 이 영화에도 예전 조폭 코메디 영화에 비
해 그다지 많은 비중을 차지하진 않지만, 조폭이 등장한다. 솔직히 별로 반갑진 않다. 비장
미 넘치는 배경음악까지 넣어주면서 조폭을 미화시키는 행위는 이제 그만했으면 싶다. 물론
조폭과 그 밑엣놈들이 나오는 부분은 웃기긴 하다. 하지만, 조폭은 조폭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언제 한번 조폭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하나 나왔으면 싶다. 더 이
상 "한국 코메디는 조폭 코메디다" 라고 오인되지 않게 조폭 코메디의 출연은 여기서 그만
멈추길 바란다.
<굳세어라 금순아>에게는 통쾌한 한방이 있다. 금순이의 강 스파이크 한방의 위력은 관객
들의 가슴속까지 후련하게 만드는 효과를 내포하고 있다. 그 한방이 날려질 때마다 극장안
에서 감탄사를 내뱉는 관객들의 모습이 이를 증명한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많은 사람
들이 음주문화의 불건전함을 인식하고 있고, 못마땅해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굳세어라 금순아>는 참 많이 웃기고 재밌다. 하지만,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그냥 재미로 보고 즐긴다는데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굳세어라 금순아>를 보고 허무해 하
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렇다고 꼭 '영화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봐라'는 뜻은 아니지만, 어
느정도는 보고 알아야 하지 않나 싶다. 금순이가 왜 노래방에서 쫓겨난 여자에게 동정심을
갖고, 술집으로 끌려가는 10대소녀를 구해주는지 알 필요가 있지 않을까.. 자기에게도 한시
라도 빨리 찾아야 할 남편이 있는데.. 그냥 못 본척 지나치면 될 것을 금순이는 절대 그냥
지나치지 않고 시비(?)를 건다. 단순히 스토리 전개를 위해서였을까...?! 그건 절대 아니라고
본다. 불건전한 음주문화와 더불어 사회에서 문제시되는 것을 감독은 복잡한 도심에서 자기
의사와 관계없이 지나가려고 사람들을 툭 툭 건드리듯 이런 문제들을 조금 씩 건드리고 있
는 것이다. 돈벌이가 안된다고, 또는 힘이 너무 든다고 평범한 직장, 가정을 나두고 자꾸만
술집으로 나아가는 우리시대의 기혼여성들.. 물론 다 그렇다는 건 절대 아니다. 그리고 원조
교제.. 이렇게 결코 만만히 그냥 넘기기에는 무리수가 따르는 문제들을 이 영화는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금순이는 그런 문제들로 하여금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그러는 중에
조폭과도 마주치고, 또 쫓기고, 옥상에서 떨어지고, 끝내 송이까지 잃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영화는 절대 이런 나쁜 것(?)들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그 와중에도 사람들의 훈훈한 정
을 한없이 느끼게 한다. 바닥에서 낑낑거리며 기저귀를 갈고 있는 금순에게 카운터 위에서
편안히 하라고 자리를 내주는 아릿따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자신들도 하루 벌어 하루 먹
고사는 포장마차를 하지만, 지친 금순이에게 따뜻한 국물도 나눠주고, 애까지 봐주고.. 비록
거렁뱅이 신분이지만, 신발 한 짝까지도 기꺼이 내어준다. 그래도 아직은 정이 넘치고, 살기
좋은 우리 사회를 감독은 말하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지막 남편 구출에 겨우 성공
해 집으로 돌아왔지만, 집은 난장판이고, 그 무섭다던 시부모님이 등장한다. 하지만, 시부모
님이 금순이의 어깨를 도닥거려줄 때 비로소 안도의 눈물을 흘린다. 그 눈물은 그때까지 했
던 긴장과 불안이 한꺼번에 스르르 풀려 터져 나온 눈물이다. 밤새 일어났던 일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밤새 뛰기만 했던 자신의 고통을 그 어느 누가 알아주랴.. 그렇게
영화는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
필자는 배두나가 출연한 전작들을 한편도 보지 못했다. 이미 다른 글에서 언급한바 있는
군 생활 때문이다. <플란다스의 개>, <고양이를 부탁해>, <복수는 나의 것>에 이어 이번
이 네 번째 작품이라는 것 밖에 모른다. 그래서 배두나가 전편에 비해 얼마나 더 발전이 있
었는지 솔직히 모른다. 그리고 전작들은 하나같이 흥행에서는 실패라는 쓴맛을 본 작품들이
다. 그래서 배두나는 이 영화를 선택했고, 앞으로도 <튜브>같이 흥행성 높은 영화에 출연한
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흥행에만 매달리진 말길 바란다. 천천히 자신의 입지를 더욱더 단
단히 굳혀 도전해 보길 바란다. 그리고 전편에 비해 뭔가 확실히 달라진듯한 김태우.. 예전
에 <건축무한직육면체의 비밀>, <공동경비구역 JSA>에 출연했을 때는 많이 어색했고, 부
족하다고 느꼈지만, <버스, 정류장>(이 영화도 못봤다.)을 거치고, 선택한 이번 영화 <굳세
어라 금순아>에서는 연기의 폭이 늘고, 비약적인 발전이 있다고 느꼈다. 자신이 좋아하는
술을 직접 마셔가며 연기를 해서 그런가...?! 아니.. 어쩌면 자신의 삶일지도 모를^^; 역을 맡
아서인지 어색함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흰색으로 도배(?)
를 한 백사역의 주현과 그의 부하들로 나오는 배우들도 비록 식상함의 대표주자를 달리는
조폭으로 등장했지만, 많은 웃음을 제공했고, 배두나와 같이 밤길을 뛰며 열연했다.
끝으로 한국 사회의 병폐시 되는 문제들을 다시금 짚어보는 계기가 되었고, 힘들겠지만, 반
드시 고쳐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이런 문제들에 한몫을
거뒀는지 한번쯤 되돌아봤으면 하고, 만약에 그런일이 있었다면 반성하고, 같은 죄를 두 번
짓지 않도록 스스로 채찍질하며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가 많은 이들이 관
람하여 필자와 같은 생각에 어느 정도는 공감을 하길 바란다.
<도망자>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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