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갈 때까지 간다면 어떻게 될까? 그 해답을 이 영화가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그녀는 착했다. 아니 세상의 혹독함을 모르고 이 세상으로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그 불편한 진실로 인해 그녀는 자신이 원하지 않은 삶을 살았고, 심지어 자신을 버려야만 했다. 이게 다 세상 때문일 것이다. 일본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일본 특유의 미스터리를 담고 있다. 영화의 서사가 가면 갈수록 고통과 번민, 그리고 궁금증이 심화되면서 영화 예술로 깊이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의 극단적 고통은 감히 표현하기 힘들만큼 사람을 착잡하게 만들었다. 그녀에게 어떤 잘못이 있었는가를 묻기 전에 왜 그녀는 그렇게 됐는가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여자가 사라졌다. 곧 결혼하기로 약속한 그녀가 말이다. 선영(김민희)이란 미래의 아내가 정말 거짓말처럼 사라진 좀 묘한 상황은 모든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아니 아드레날린을 자극했단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신기한 상황이 전개되면서 단순한 미스터리 영화 정도로만 생각될 쯤, 영화는 놀라운 반전과 슬픔, 그리고 어쩔 수 없었던 참혹한 한 인간의 인생을 서서히 보여준다. 문제는 껍질 하나하나를 벗기는 대상은 양파였다. 그래서 그 하나하나가 벗겨질 때마다 웃을 여지가 전혀 없는, 슬픈 우화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살기 위해 몸부림 친 선영이란 여자의 기행은 사건을 계속 추적하면서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선영이 다른 여자란 사실로 바뀌면서 격렬할 반전과 고통이 수반되기 시작한다. 그 속에 담긴 또 다른 그녀가 나오고 또한 어느 순간 멈추지 않는다면 또 다른 그녀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건 매미가 허물을 벗는 그런 류가 아닌, 생존을 위해 타인의 몸을 빌리는 비극의 순환이었던 것이다. 장문호(이선균)은 자신의 아내가 될 수 있었던 그녀의 행적을 추적하면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새로운 운명을 목도하게 된다. 사랑했기에 시작했고 사랑했기에 끝을 봐야 했겠지만 또 다른 피해자인 그는 단순한 방관자였을 수도 있었지만 운명이란 기이한 관계 망 속으로 끌려간 가엾은 한 인간이며, ‘화차’라는 영화를 보는 모든 관객을 대변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가 경험했고, 그가 힘들어했고, 그리고 앞으로 그가 간직해야 할 운명의 쓴맛을, 관객들 역시 함께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바로 우리인 것이다. 그녀, 잘못했다. 하지만 잘못을 묻는 것과 그것을 단죄하는 것은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오늘을 사는 모든 이들이 공감하듯, 행복하게 살고 싶었는데 그것을 이루는 것이 Fantasy가 되고만 현실 앞에서 그녀의 슬픔은 곧 우리의 슬픔이고 왠지 모를 시대적 아픔도 느끼게 됐다. 어쩌면 그녀는 그럴 수밖에 없었고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벼랑으로 몰리게 된 것이다. 정말 누가 그녀를 그렇게까지 만들었을까 하는 질문에 그 어느 누구도 감히 시원스레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일을 일으키지 않았다는 방관자라고 우길 수 있지만 방관, 그 자체가 사실 또 다른 범죄의 하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착잡했다. 좋은 영화를 본 느낌이 이것부터 시작됐으니 영화는 분명 비극이었을 것이고, 보고 싶지 않을 것을 보게 된 느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안 본다면 후회할 영화이기도 하다. 남의 일이 아닌 우리들의 일이며, 방관이 어떤 면에선 또 다른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도 느껴졌다. 다소 가혹한 말이 될 수도 있다. 우리 모두가 그런 몹쓸 상황에 몰렸기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반성 없는 고민은 그 누구에게도 좋을 수 없을 것이다. 방관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이며, 행복을 위한 길에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고 싶다면 뭔가 다짐 정도는 해야 할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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