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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현실이 주는 끔찍한 공포... 화차
ldk209 2012-03-13 오전 11:00:01 718   [3]

 

우리 시대의 현실이 주는 끔찍한 공포... ★★★☆

 

※ 영화의 주요한 설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문호(이선균)와 결혼을 한 달 앞둔 선영(김민희)이 어느 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감쪽같이 사라진다. 선영의 집에 가보지만 급하게 정리하고 이사한 흔적만 역력하다. 그녀의 모든 기록이 거짓이며, 심지어 이름조차 선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문호는 전직 경찰인 사촌형 종근(조성하)에게 선영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하게 된다. 문호와 종근은 진짜 선영은 사라졌으며, 문호와 약혼하려던 여자는 차경선임을 파악하게 된다. 종근은 차경선에게서 살인의 냄새를 맡고 점점 더 깊숙이 파고들어 간다.

 

1992년 일본 버블 경제가 꺼진 후 일본 사회에 불어 닥친 스산한 풍경이 원작 소설 <화차>에 담겨져 있다. 중소기업의 부도, 대출, 사채, 신용파산. 1997년 IMF 이후 한국 사회에 불어 닥친 풍경과 흡사하다. 일본 원작의 설정을 가져왔지만, 한국 사회에서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 깊은 골을 아직도 통과하지 못하고 허우적대고 있는 중이다. 이렇듯 원작 소설과 영화엔 두 나라의 현실이 주는 스산한 공포가 스며들어 있으며 이 공포가 주는 무게감이 시종일관 객석의 분위기를 짓누른다.

 

영화를 보자마자 처음 ‘변영주 감독의 체격만큼이나 힘 있게 밀어 붙이는 연출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떠올랐을 정도로,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은 바로 뚝심이다. <화차>는 처음부터 끝까지 곁눈질 한 번 하지 않고 오로지 주제와 관련된 내용으로만 내달린다. 일상에 대한 사소한 잡담도 허용하지 않는 영화의 공기는 그대로 객석으로 이전된다. <화차>는 ‘왜’가 핵심인 스릴러 영화로 ‘감정’의 공감이 중요해진다. 분명 악녀가 확실한 선영에게 관객이 그녀의 처지를 공감하고 이입했다면, 이건 스릴러 장르로서 일정한 성과를 올렸음을 의미한다.

 

<화차>의 설정이 극단적이라는 확실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극단적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건 이 영화가 제시한 선영의 삶의 흐름이 분명, 누구나 다다를 수 있는 경로이며, 누구라도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삶의 구렁텅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TV 케이블 채널과 주위엔 온갖 사채광고들이 넘실댄다. 영화에서처럼 30만원에서 시작한 사채가 불과 몇 년 만에 수천만 원으로 폭등할 수 있는 게 바로 이 세계, 리얼 월드인 것이다. 심지어 영화와 거의 동일한 사건이 한국 경주에서 일어나,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소개된 사례가 있다고도 한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이 영화만큼 공포를 주는 영화도 찾기 힘들 것 같다. 나 자신 또는 주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만큼 공포스러운 것이 어디 있겠는가.

 

더 나아가 <화차>가 매력적인 건 잔인한 장면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는데도 너무 끔찍하고 잔인한 기억으로 들러붙어 있고 남아 있다는 것이다. 펜션 장면이 특히 그러하다. 가끔 영화를 보면 우발적이든 계획적이든 처음 살인을 하는 사람이 너무 쉽게 사람을 죽이는 거 아닌가 생각해 본적이 있는데, <화차>는 사람을 죽이는 게 얼마나 끔찍한 경험이고 고통인지를 죽이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고서도 고스란히 느끼게 해 준다. 아, 정말 끔찍하다.

 

물론, 일부 아귀가 잘 맞지 않는 설정들이 보이기도 한다. 이를테면, 선영의 집을 조사해 봐도 지문 하나 나오지 않는다. 그럴 수 있다. 그런데 플래시백 장면에 선영은 문호의 집에서도 같이 오랜 시간을 보낸 거 같은 데 왜 문호의 집은 조사하지 않았을까? 선영이 다녔던 회사의 규모를 보건데 이력서만으로 입사가 가능한 회사는 아니라고 본다. 사소하긴 해도 주민등록등본 등 여러 서류가 필요했을 텐데, 그런 건 어떻게 조달한 것일까? 선영이 두 번째 목표물로 삼은 타겟은 평소 선영의 치밀함으로 보자면 이해되지 않는 목표물이다. 자칫 자신의 정체가 범행 이전에 탄로 날 수 있는 인물을 고른다는 건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그 목표물의 역할은 마지막 장면에 선영과 문호가 만나게 해주기 위해서(!) 존재한 것이다. 특히 마지막 용산역 장면에서 감정의 분출을 조금만 자제하고 조금만 건조하게 갔더라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이러한 아쉬운 지점들이 영화의 긴장과 재미를 해칠 정도는 아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한몫한다. 원작에선 없는 역할인 이선균은 어느 영화에서나 마찬가지로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자신과 결혼할 여자가 사실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는 그 갑갑함에서 오는 무력감을 잘 표현하고 있다. 조성하의 경우 자칫 애매해질 수 있는 포지션이었는데, 전직 수사관으로서의 직감과 삶의 벼랑 끝에 선 절박함을 잘 표현해 선영에 대한 공감으로 이어지게 한다. 김민희의 분량이 많은 건 아니다. 처음 등장했다가 사라진 후 한 동안 스크린에서 보이지 않고 단지 사람들의 입에서만 또는 기억으로만 등장한다. 그럼에도 잠깐씩 등장할 때마다 그 폭발력과 집중력이 대단하다.

 

※ 왜 김민희는 영화만 출연했다 하면 재발견되는 것일까? <뜨거운 것이 좋아>에서도 재발견이라고 하더니 <여배우들>에서도 재발견, TV 드라마에서도 재발견, 이번 <화차>에서도 재발견. 사실 <뜨거운 것이 좋아> 이후 김민희의 연기는 최소한 기본 이상은 항상 해왔다. 그런데도 아직 재발견(그것도 기자들까지)이라는 레테르가 따라 붙는 건 여전히 배우의 이미지가 아로새겨지지 않고 있는 것일까.

 


(총 1명 참여)
cipul3049
개인적으로 김민희가 이번년 엄정화보다 더 잘했다고 느껴집니다.

엄정화씨 상복없던 것을, 이번에 받았지만, 청룡영화제는 김민희가...
비중이 적어도, 완전한 존재감과 캐릭터에 딱맞았음.
저는 이선균씨는 항상 평타이상만 치는거같더라고요;;;   
2012-06-01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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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2012, 火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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