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이런 영화가 나오다니...
<원더풀 라디오>는 캐릭터 설정, 상황,연출 등 모두 시대착오적인 영화다.
21세기가 지나 벌써 2012년이다.
잊혀져 가는 90년대식 낡은 코미디적 상황과 연출은 손발을 오그라들게 한다.
한 때 걸그룹 출신인 신진아는 현재 DJ로 활약하지만 방송 폐지 직전이다.
그러던 중 방송PD 이재혁이 투입되고 처음부터 이 둘의 관계는 삐걱거리지만 신선한 코너(?)를 만들어서 결국 방송은 상승세를 이어간다.
예상들 했겠지만 신진아와 이재혁은 사랑하는 사이까지 발전한다.
이 영화의 문제점은 갖가지 이해 안 되는 상황들부터 시작한다.
걸그룹 출신이었던 신진아가 마지막 무대를 마치고 팬들에게 고별 인사를 하는데 같은 소속인 미라하고는 충분한 상의도 하지 않았는지 미라는 화가 나서 무대를 나가버리고 둘은 앙숙 관계가 된다.
둘이 어떻게 상의를 했는지는 몰라도 이해 안 가는 건 사실이다. 이런 상황을 백 번 양보한다 해도 마지막 걸그룹 때 찍은 사진 한 장에 다시 화해 모드로 간다는 건 너무 한 거 아닌가?
가장 이해 안 가는 건 방송PD 이재혁이다.
이정진으로 캐스팅한 것도 엄청난 실수이고 캐릭터 설정 역시 최악이다.
신진아가 "비처럼 음악처럼"을 김현식이 아닌 김광석의 노래라고 소개하자 이재혁PD는 화가 나서 신진아에게 소리를 지른다. 네가 가수냐며 말이지...
이재혁 PD의 나이를 봐도 30초에서 많아봤자 중반 쯤 되었을까? 이런 사람이 음악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잘 모르겠다. 이렇게 흥분하는 걸 보면 그 열정이 대단은 한가보다.
하지만 이 후 웃기는 대사가 나온다.
"내가 20대 때 좋아하던 음악을 누가 욕하면 내 청춘을 뺏기는 그런 기분이 들어.."
신진아의 동료가 하는 말이다. 이 말을 들은 신진아는 PD를 이해하는 지점으로 가는 듯 하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이재혁PD의 나이를 보면 20대 때 그가 김광석이나 김현식의 노래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좋아했을 수도 있지. 하지만 내 청춘을 뺏기는 기분이라니..
최소한 40대 중반 이상의 PD한테나 통할 말이 아닌가?
예상했지만 이정진의 연기는 진실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당연하지 않은가?
웃기는 상황은 또 한 번 있다.
신진아의 그 새로운 코너에 낯선 손님이 찾아 온다.
이 손님은 노래 한 곡을 부르더니 홍대클럽에서 이미 자기가 만들었던 노래이며 신진아가 자신의 노래를 표절했다는 것이다. 신진아는 결국 방송 퇴출 위기를 맞는데 이게 웃기게도 경쟁사에서 꾸민 음모라는 것이다.
그 경쟁사가 얼마나 부실한지 신진아가 얼마나 만만한지는 몰라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음모가 나온다니...
게다가 그 진실이 밝혀진 과정도 허술함을 넘어서 실소마저 나온다.
이 외에 전혀 공감가지 않는 상황과 연출, 대사들이 영화의 120분을 도배하다시피 한다.
영화의 콘셉트는 이러한 것이다.
한 때 잘 나가던 가수 출신 DJ가 방송 퇴출 위기에 새로운 담당PD를 만나면서 다시 재기하는 과정...
당연히 영화는 이민정이 연기한 신진아에 집중되어야 한다.
그녀가 어떤 캐릭터인지 제대로 보여줬어야 한다. 하지만 고작 보여준다는 것이 유치한 시트콤식 상황에 지나지 않고 단순히 걸그룹 출신 캐릭터의 이미지로 겉돌기만 할 뿐이다.
게다가 중간중간에 가수,개그맨 등의 카메오들의 출연이 영화의 몰입을 방해함을 넘어서 이 영화를 3류로 전락시킨다.
<원더풀 라디오>는 관계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영화로 만들어질만한 가치가 전혀 없는 이야기다.
위의 이야기들이 스포일러가 될 거라는 생각은 전혀 없다. 왜냐하면 영화 자체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미리 알고 보든 모르고 보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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