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차갑다. 아주 차다. 얼음처럼 차다. 두껍게 얼은 얼음말고
살얼음 그 살얼음처럼 차갑고 얇고 위험하다. 언제 깨질 지 모르는 인생
언제 엎어질 지 모르는 개인의 운명을 독한 현실 속에서 냉정하게 그렸다.
아 앵글 돌아가는 거 차갑다 냉정하다 현실은 이거야 똑똑히 봐둬 라고
말하는 듯한 앵글이다.
태어나서부터 살인자는 없다. 환경이 이상하게 꼬이고 꼬이는 엮이고 엮인 환경이
그게 사람을 미치게 하고 그 광기가 결국 살기로 해소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탈출구는
아니다 행복의 시작이 아니라 불행의 시작이다. 모순속 사회시스템이 먼저 사람을
망가지게 하고 일단 사회속에서 사람이 망가지면 그 자체로 힘을 얻어서 마치 눈이
굴러갈수록 더 커지듯 시간이 지나갈수록 더 망가지게 되고 지나가는 자리는 모두
철조망으로 긁힌 듯한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처만 가득 남긴다.
행복하고 싶었다. 행복해지고 싶었다. 그래서 더 발버둥쳤다.
주위에 아무도 없고 혼자였지만 그래서 더 몸부림쳤다. 더 갈망했다.
움직일수록 소리칠 수록 내 안의 에너지만 고갈될 뿐 내 정신만 더 쇠약될 뿐
그 잔해는 잔인했다. 그 잔재는 바로 쓰레기 였다. 깨닫고보니 정신차리고 보니
이미 쓰레기 가 된 것이다. 돌이킬 수 없다. 결국 있어야 할 자리 딱 맞는 자리
사회가 요구하고 원하는 그 자리는 바로 쓰레기 통 그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살얼음판 조용히 차분히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판에 금이 간 게 보인다.틈이 보인다.
그 틈 새로 죽어야 할 천국으로 가야 할 사람을 밀어넣는다. 모든 걸 거는 것이다.
죽어가는 그 대상이 살얼음판 속으로 빨려들어갈 때 저 아득한 자락 속으로 사라질 때
그때 판이 깨지면 둘 다 죽는 거다. 다 죽는거다. 내가 살려면 그만 죽일려면 모든게
한치의 오차도 있으면 안된다. 시간이 지나자 서서히 지나자 판이 벌어진다. 판이 기다리고 있다.
들어오면 바로 깨질 기세다. 이미 쓰레기로 된 이상 밀려서 깨진 벌어진 틈으로 향해간다.
스스로의 힘으로도 이걸 막을 수 없다. 밀려간다. 죽음을 향해. 아 잔인하고 냉정한 무서운
동정도 사랑도 연민도 없는 살얼음판이여 그 판에서 우리들이 살고있으니....
김민희 의 연기는 이제서야 비로서 가장 적합한 잘 어울리는 자리를 찾은 듯
영화속에서 잘 전달하고 있다. 이선균도 잘해줬지만 그의 아픔과 사랑을
송두리 째 빼앗아간 김민희의 연기가 더 싸늘하고 차가웠다.
변영주 감독의 작품중 가장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평하고 싶다. 오랜기간
다양한 시도와 절치부심이 드디어 좋은 작품으로 빛을 보게 되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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