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과도 같은 행복한 영화.. ★★★☆
죽은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극복하고 아이들과 함께 좋은 환경에서 지내고 싶은 욕심에 구입한 주택이 동물원이라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가 어디 있을까? 그런데 이 동화가 실화란다. 실제 인물과 이름도 같은 벤자민 미(맷 데이먼)는 폐장 직전의 동물원을 구입, 헌신적인 사육사 켈리(스켈렛 요한슨) 등 직원들과 함께 동물원을 개장하기 위한 모험에 돌입한다. 그러나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돈이 들어가고,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형 던컨(토마스 헤이든 처치)의 설득에 그만 포기할까 싶은 순간에 놀라운 기적이 찾아온다.
뭐, 간단히 말하자면,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는 판타지를 자극하는 동화 같은 가족영화로서 한 가족의 새로운 모험을 무리 없이 잔잔하게 그려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몇 가지 위기는 격렬한 파열음을 동반하지 않고, 극복은 뻔히 보이는 동선을 따라가는 안전한 선택을 한다. 게다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가 동물원을 벗어나지 않아 조금은 심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가족영화라는 범주에서 충분히 긍정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본다.
이 영화는 뭔가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모험과 용기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강조한다. Why Not? 왜 안 되는데? 긍정의 메시지. 켈리가 벤자민에게 아무 것도 모르면서 왜 동물원을 인수했냐고 질문하자, 곰곰이 생각하던 벤자민은 “그러면 왜 안 되는데?”라고 반문한다. 그리고 이 반문은 사실 벤자민과 아내가 처음 만나 사랑하게 되는 기적 같은 순간의 감동이 숨어 있는 문장이다.
두 번째로, ‘미친 척하고 20초만 용기를 내면, 세상이 바뀐다’. 벤자민이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아내에게 반했다는 말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 20초, 아들 딜런(콜린 포드)이 동물원에서 만나게 된 릴리(엘르 패닝)에게 고백하는 데 걸리는 시간 20초.
소위 한국 가족영화에서 가장 맘에 안 드는 요소가 바로 무지막지한 악역의 존재다. 대게의 가족영화들이 그렇다. 어린아이와 개를 마구 학대하는 <마음이> 등. 도대체 아이들이 보는 영화에 저렇게 잔인한 장면을 삽입하는 이유를 난 도통 모르겠다. 악역이 없이는, 누군가 당하는 장면 없이는 재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는 일종의 휴식 같은 영화, 보고 난 다음에 행복감을 느끼는 영화이며, 악역 한 명 없이도 충분히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 주는 영화다.
※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알게 된 사실. 실제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카메오 출연한다고. 바로 동물원을 개장했을 때 처음 입장하는 손님으로.
※ 무엇보다 옐르 패닝의 미소는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환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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