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70년대 신파극이 아닌 초특급 국산 전쟁 블럭버스터를 보러간 거 였습니다.
사건사건들의 연결은 하나가 아니라 구멍난 옷을 억지로 덧대 꿰매놓은 것 처럼 부자연스러웠습니다.
사건이 이루어지는 패턴.
금메달 박탈, 판빙빙의 동행, 일본병사의 나사 빼돌리기, 극적인 사이렌 소리 등,
마치 이 영화를 봤던 것처럼 너무 뻔해서,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제대로 성격을 잡지 못한 캐릭터들(특히 주인공들) 덕분에 도통 그 입장에 서서 사건을 바라보기 힘들었습니다.
후반부 활약을 기대했던 판빙빙은 온데간데 없고 정작, 정말 비중있게 제 역할을 잘해주었던 김인권은
크레딧에서 판빙빙 다음이더군요.
서로 죽일 듯하던 주인공들이 영화 후반부에는 노르망디판 브로크백마운틴의 주인공으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준식과 타츠오가 해변에서 재회하는 장면에서는 키스신이라도 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준식에겐 정녕 우렁각시라도 있는 겁니까? 자고 일어나면 깨끗하게 끝나있는 전쟁. (타츠오도 마찬가지)
2차 세계 대전을 그린 수많은 영화들에 등장했던 잔인한 확인 사살 장면들은 모두 거짓인가요?
시종일관 자연스러운 몰입을 방해하는 그 과장된 음악은 대체 뭡니까?
억지로억지로 '이 영화는 대작이야.'라고 울부짖는 듯 했습니다.
영화의 주무기였던 화려한 액션신은 <태극기휘날리며>에서 배경만 바뀌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심장을 울려대던 총소리와 폭음도, 익숙해지니 엠씨스퀘어 수면모드를 켜놓은 거 마냥 노곤하게 만들더군요.
감독님, 그 막대한 금액에, 그 탑S급 배우들에 스탭들을 동원해서 겨우 이런 결과물이라뇨.
제작전부터 해외 판권을 엄청 수출하셨던데.. 한국 블럭버스터의 현재라고 기대한 해외 바이어들을 실망시킬 것은 물론
해외 관객들이 마이웨이를 한국영화의 기준으로 삼지않을까 심히 걱정이 됩니다.
초고를 감독님이 쓰시고 예닐곱분의 작가분들이 각색을 하셨던데 고작 이런 시나리오라뇨..
영화의 완성도보다 관객수로 과대평가 받았던 <태극기 휘날리며>의 실망을 반전 시키는 걸작을 기대했건만
정말정말정말 실망이 큽니다.
오히려 의미있는 독립 영화 혹은 따뜻한 웃음이 있는 저예산 영화에 한표 더 던지고 싶습니다.
비쥬얼이 메인인 영화라고 변명하기에는 헐리웃의 그것을 따라가기 급급하다는 느낌밖에 없었던 거대영화 마이웨이.
한국 관객의 수준은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과거보다 훨씬 더 쉽게, 다수의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에게 이 정도의 이야기로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큰 오산이십니다.
마이웨이... 이번엔 뚝심이 아니라 욕심이었습니다.
다음 작품에서는 부디 관객의 머리위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강제규 감독님이 강제로 만드신 영화.
정말 고생하신 배우들과 스탭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별 한 개 드립니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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