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에서 건진 시리즈... ★★★
드디어 홈즈(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숙적 모리아티 교수(자레드 해리스)가 등장했다. 유럽 여기저기에서 발생하는 폭탄 테러의 배후에 모리아티 교수가 숨어 있음을 직감한 홈즈는 왓슨(주드 로)과 함께 점술가인 집시 여인 심(노미 파라스)와 함께 군수산업을 인수한 후 세계전쟁을 터트리려고 획책하는 모리아티 교수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처음부터 가이 리치가 이 영화를 시리즈로 구상했다는 건 너무 명백하다. 왜냐면 2009년에 선을 보인 일편 <셜록 홈즈>의 마지막에 모리어티 교수를 등장시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편이 계속 나올 것인가에 대해선 반신반의했다. 왜냐면 셜록 홈즈라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등장시킨 영화치고는 흥행실적을 떠나 대단히 실망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물론, 오락영화로서 기본적인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셜록 홈즈의 재해석도 아니고, 재창조도 아닌, 그저 허울뿐인 새로운 액션 영웅 홈즈에 불과한 거 아닌가. 이럴 바에야 굳이 이름을 홈즈라 붙이지 않는다 해도, 아니 오히려 그랬더라면 더 긍정적 평가를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홈즈의 최대 숙적 모리아티 교수를 2편의 핵심 상대로 등장시켜 사실상 종결지은 건 어쩌면 시리즈를 살리고자 하는 가이 리치의 괴로운 결정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라아티 교수는 원작 소설에서도 그랬듯 유럽에서 활동하는 범죄자들의 배후였으며, 이들을 조종해 끊임없이 사회에 혼란을 불러일으키나, 아무런 증거를 남기지 않아 처벌할 수 없는 상대였다. 결국 홈즈는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모리아티 교수를 없애는 데 성공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셜록홈즈 : 그림자 게임>(이하 <셜록홈즈2>)에서 묘사된 모리아티 교수는 나름 원작에 충실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 점에서 뭔가 불협화음이 발생한다. 영화의 배경도 한참 산업혁명이 진행되던 영국, 왓슨이나 모리아티 교수 등 주요한 인물의 경우 원작과 동일하지는 않다 해도 그 연장선에서 충분히 설명 가능한 캐릭터로 그러져 있는 데 반해, 주인공인 홈즈만이 원작과는 아무 관계없는 캐릭터라는 점이다. 물론 원작의 홈즈가 뛰어난 사물 관찰력(소설에서 홈즈는 길거리에 서 있는 사람의 직업과 성격 등을 빠르게 추리해 낸다. 한마디로 집중과 관찰을 통한 추리에 능한 인물인 셈)을 지닌 것처럼 영화 속 홈즈 역시 순간적인 관찰력을 바탕으로 위기를 헤쳐 나간다. 그럼에도 그런 추리가 순간적인 위기를 헤쳐 나가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사건의 전모를 드러내고 핵심을 파고드는 신기한 묘기로는 그려지지 않는다. 그건 오로지 액션의 힘에 의한다. 1편에 이어 2편 역시 추리 영화가 아니라 홈즈를 주인공으로 하는 액션 영화인 셈.
그렇다면, <셜록홈즈2>가 <셜록홈즈>에 비해 나아진 점을 무엇일까? 그건 무엇보다 적이 명확해졌다는 점이다. 바로 숙명의 상대 모리아티 교수. 그의 등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확실히 집중을 높여주고 위기감을 배가시킨다. 앞으로도 계속될 시리즈를 생각하면 너무 빨리 등장시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지만, 시리즈를 계속해 나가기 위해서라면 고육지책. 다음으로 캐릭터에 대한 적응일 수 있겠다. 물론 여전히 홈즈 캐릭터에 불만인 것은 사실이지만, 첫 편을 보며 실망했던 것에 비하면 이미 ‘이런 캐릭터겠다’ 싶은 마음에 봤던지라 상대적으로 괜찮아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러니깐 이건 영화의 만듦새를 떠나 그저 적응의 문제다. 셋째, 홈즈와 주드 로 콤비가 주는 재미다. 이 둘의 조화는 확실히 일편보다 좋아졌다. 끊임없이 다투면서도 서로를 챙기는 둘의 관계는 마치 퀴어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또 하나 더 들자면, 가이 리치 스타일의 액션인데, 사실 이건 너무 자주 반복되어 오히려 후반으로 갈수록 지루해지고 늘어지는 감이 있다.
※ 일편에 대한 실망 때문에 볼까 안볼까 고민하다가 결국 원작 홈즈에 대한 애정이 남아서 보게 되었다. 이 영화를 순수한 오락영화로서 재밌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원작의 홈즈가 다시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딱히 시나리오상 중요한 설정도 아닌데, 레이첼 맥아담스를 그렇게 빨리 보내야 했을까??
※ 집시여인 심으로 등장하는 노미 라파스는 스웨덴 영화 <밀레니엄> 시리즈에서 천재 해커 리스베트 살란데르 역으로 출연한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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