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 보고 와서 쓰는거라 스포가 우려되어 구체적인 장면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점 죄송합니다)
언젠가 차태현은 앞으로 온 가족이 다같이 볼 수 있는 따뜻한 영화를 계속 찍고 싶다고 말했었다. <과속스캔들>, <헬로우 고스트>로 이어진 행보는 그의 발언이 빈 말이 아니었음을 증명했고 말이다. 그리고 그 발언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 영화, <챔프>.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인 경주마 '우박이'는 다리에 장애가 있다. 한 때 잘 나가던 기수였던 이승호(차태현)은 어떤 사건으로 인해 정상의 자리에서 추락하고 말을 제대로 탈 수 없게 된다. 이 두 캐릭터가 만나서 만들어나가는 이야기.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 <챔프>는 뻔한 영화다. 차태현의 최근 영화에 어울리는 뻔한 영화다. 흥미로운 소스에 간간히 웃음 포인트를 배치하고 극적인 요소들을 넣어 감수성 풍부한 이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든 뒤 관객들이 미소지으며 집으로 가게 만드는 뻔한 영화말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우린 이미 예상할 수 있다. 차태현의 최근작들이 그러했듯이, 이번에도 이 영화는 뻔한 내용을 뻔하지 않은 방법으로 풀어나갈 것이다.
정답이다. 이 영화는 최근 차태현의 영화들처럼 뻔하게, 아주 당연하게 재미있는, 그리고 좋은 영화이다.
차태현! 차태현! 차태현!!!
헐리웃 스타인 짐 캐리의 최근작들이 그러했고, 아담 샌들러가 출연한 대부분의 영화들이 그러했다. 가슴이 따뜻해 진다거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가족영화. 뻔한 내용일텐데 결코 뻔하지 않는 영화.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즐길 요소들이 잘 어우러진 영화. 대한민국에 차태현이라는 배우가 그런 영화들을 제대로 남길 모양인가보다. 매번 비슷한 듯 조금씩 다른 캐릭터를 연기해온 차태현은 <챔프>에서 대부분의 코믹 연기를 파트너들에게 맡긴채, 어른들을 상대로 연기를 펼친다. 그런 모습이 처음에는 어색하게도 느껴지지만 어느 순간 차태현이 비운의 기수 '이승호'로 다가온다. 그리고 이승호의 감정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의 슬픈 눈, 환한 미소는 12세 관람가를 우습게 생각하는 어른들에게도 집중할 거리를 만들어준다. 이번에도 그의 작품과 캐릭터 선택은 훌륭했다!!
뭐야? 애도 연기를 하고 말도 연기를 하네???
차태현이야 주연이니까 그러려니 했다. 최근 안 좋은 일로 말이 많지만, 연기자 유오성이야 유명하니 그러려니 했다. 여타 조연 배우님들도 친숙한 얼굴들이 많고, 코믹연기를 능청스럽게 해주셨으니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이건 뭐?? 당찬 아역배우가 그 베테랑들 사이에서 연기를 한다!! 너무 궁금해서 찾아봤다. 무려 2004년생... 올해 여덟살의 나이에 벌써 네 번째 작품에 출연하는 '정답소녀' 김수정 양.
어린 아이가 울거나 웃는 연출을 통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시도는 잘 먹히기 마련이다. 그래서 흔히 사용되기 마련이고, 그래서 잘 안 먹히기 마련이다. 초반에 이 아이가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길래 또 이걸 써먹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당했다. 물론 시켜서 한 것이고 계산해서 한 것이겠지만, 김수정 양은 감독님이 시켜서 한 것의 범주를 넘어 작품 속 '이예승'이 되어 웃고, 운다. 아버지 '이승호'를 사랑하는 딸이 되어 관객 앞에 나선다. 정말이지.. 아저씨 연기자들 사이에서 이런 존재감이라면, 그녀가 관객들의 마음을 동하게 만들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그리고 말 녀석!! '우박이'로 등장한 녀석!! ...이 녀석조차 '연기'를 한다.. 인간 연기자들 사이에서 연기를 한다. 눈으로, 콧구멍으로, 입술로, 이빨로, 다리로 연기를 한다. 말이 연기를 해봐야 얼마나 하겠냐고? 영화를 보시라. 장담컨대, 사람들이 가장 몰입하는 순간은 '우박이'의 신들린 연기가 폭발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
그럴수도 있다. 애는 애니까 눈치 안 보고 잘 웃고 잘 우는 것일수도 있다. 말이 연기한게 아니라 적절한 앵글과 편집의 승리일수도 있다. 그렇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생각마저 극중 '이예승'과 '우박이'의 존재감을 훼손시킬 수는 없을것이다.
이런 악마적인 밀당의 매력을 선보이는 전개라니!!!
서두에 말했듯이, 이 영화는 뻔한 내용을 뻔하지 않게 풀어 나간다. 초반부 극의 전개는 동물이 등장하는 감동 코드 영화의 전형을 달리는 듯하다. 쉬운 가족 영화의 티가 팍팍 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예상치 못한 전개가 등장한다. 뻔한 가족 영화 치고는 제법 무겁기까지 하다. 영화가 '전형적인 착한 영화'의 공식을 따라간다 싶으면 어김 없이 사건은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간다. 전형적인 전개와 그렇지 않은 전개는 서로 호흡을 맞추며 관객들이 영화를 진지하게 감상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영화 가장 마지막 부분까지 말이다. 너무 극적인 부분들이 많아서 '이건 너무한 설정 아니야?'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영화는 맨 마지막 장면을 통해 이 세상에는 실제로 영화보다 극적인 일들이 가득함을 스스로 증명해낸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직전까지 관객들의 눈을 붙잡아 두는 전개, 가히 슈스케 3에 버금갈 정도다. 두 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이 결코 길지 않으니까.
근데 왜! 왜! 왜! 왜! 왜! 그런 장면을 왜!!!
물론 여느 영화들처럼 <챔프>역시 완벽한 영화는 아니다. 좀 더 극적으로 표현해도 될 것 같은 부분이 살짝 오그라들게 표현된다거나, 영화 초반 몇몇 배우와 캐릭터가 완벽하게 합체되지 못한 느낌이 든다거나, 지극히 착한 영화의 전형적인 연출들이 자아내는 조금은 안이한 몇몇 연출이 신경쓰인다거나 하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길게 쓰고 싶지 않은 이유는 내가 전문가가 아니라 제대로 분석할 지식을 소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이 정도 단점들은 위에 서술한 장점들로 인해 충분히 극복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요런 단점들이 앞으로 <챔프>가 얻을 명성에 먹칠을 할거라 생각되지는 않는다.
하! 지! 만! 꼭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 것은 이 영화를 떠올릴 때 두고두고 조롱거리가 될거라 생각되는 것은!! (시사회를 다녀오신 분들은 바로 떠올리시겠지만,) 중반부에 등장하는 어처구니없는 CG신이다. 스포 방지를 위해 더 자세히 말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그런 장면이 없이도 (사실, 없는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아름다운 이야기로 가득한 영화에 감독님이 너무 과신한것으로 느껴지는 어이없는 CG신이 들어감으로 인해, 그 짧은 몇 초 동안, 관객들은 감독님이 원했을법한 반응과는 정반대의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도대체 왜? 왜? 왜? 그래야만 했을까?
올해 추석은 <챔프>가 정답입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과속스캔들>과 <헬로우 고스크>가 그러했듯이, 이 영화도 개봉후 입소문이 퍼질것 같다. 여기저기서 칭찬이 들려올것도 같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손님이 계속 들어서, 손익분기점 정도는 가볍게 넘길 것 같다. 그리고 차태현은 흥행 3연타를 성공적으로 때려낼 것 같다. 뻔하지 않은 것들로 가득한 이 영화는 그렇게 차태현의 뻔한 가족 영화 시리즈 3탄이 될 것 같다. 이 영화, 강하게 추천할만한 영화다.
분명히 말하지만 난 알바도 뭐도 아니다. 최근 응모한 무비스트 시사회에 연속 당첨돼서 여러번 시사회에 다녀온 운좋은 인간일 뿐.
허나 난 이 영화가 너무 좋았다. 그래서 시사회를 마치고 나오며 관객 영상을 담는 카메라에 기꺼이 내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마이크를 건네준 형님이 알려준 이 멘트를 자신있게 날렸다.
"올해 추석은 <챔프>가 정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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