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하고 간결하게 직선으로 내달린다.. ★★★
간호사가 되기 위해 준비 중인 사무엘(질 를르슈)은 곧 출산 예정인 사랑하는 아내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느 날,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중환자의 살해 기도를 막아낸 후 괴한으로부터 습격을 받고, 아내는 납치당한다. 아내를 납치한 괴한은 전화로 사무엘에게 의식 불명 상태의 환자를 밖으로 빼오도록 협박한다. 알고 보니, 그 환자는 모종의 음모에 빠진 킬러 위고(로쉬디 젬). 사무엘은 아내를 살리기 위해, 위고는 자신을 위기에 몰아 놓은 세력에 대한 복수를 위해 같이 행동하기로 한다.
가끔 프랑스산 액션 영화가 우리를 열광시킬 때가 있다. <택시>가 그랬고 <13구역>이 그랬으며, <테이큰>이 그러했다. 이 연장선상에 <포인트 블랭크>가 있다고 한다면, 대충 어떤 영화인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더욱이 <포인트 블랭크>는 위에 언급한 다른 프랑스산 액션 영화에 비해 더 미니멀하다.
스토리만 보면 뭔가 대단하고 은밀한 비밀이 숨어 있을 것처럼 보이고, 그 비밀을 캐기 위한 나름의 두뇌 싸움이 펼쳐질 듯도 보이지만, <포인트 블랭크>는 애당초 두뇌 싸움이라든가 복잡한 미로하고는 거리가 멀다. 84분이라는 짧은 상영 시간 동안 영화는 잠시도 뒤를 돌아보거나 두리번거리지 않고 곁가지를 깔끔하게 정리한 채 직선을 그저 내달리는 데 몰두한다. 조바심을 일으키기 위해 에둘러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숨겨진 비밀이란 없다. 궁금해 할 시간도 남겨두지 않은 채 <포인트 블랭크>는 하나씩 관객 앞에 풀어 놓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영화는 마지막을 향해 내딛는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엉뚱한 나래를 펴는 것도 아니다. 흔히 이런 류의 헐리웃 액션 영화들이 그러하듯 순진하게 살아왔던 주인공이 위기에서 특수부대원 못지않은 사격솜씨와 무술솜씨를 자랑하는 허무맹랑함을 보이지도 않는다. 간호사를 소망하는 주인공 사무엘은 끝까지 평범한 일상을 잃지 않으며, 잔인한 복수는 파트너가 된 킬러의 몫으로 남겨 둠으로써 나름의 현실성까지 획득한다. 무더위에 짜증나는 여름밤을 견디기에 제격인 영화다.
※ 대게 이런 프랑스 액션 영화가 등장하면, 조만간 헐리웃에서 리메이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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