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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3-09 오후 12:08: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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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스 베티>는 두 몽상가에 관한 이야기다. 이 영화에 대해 오해하기 쉬운건 단순히 르네 젤위거가 연기하는 '베티'에게만 시선이 집중될 수 있다는 거다. 물론 제목이 <너스 베티>이고 엄연히 르네 제위거를 앞세운 영화이긴 하지만 모건 프리먼이 맡은 노장 킬러 '찰리' 또한 영화를 이끌어가는 커다란 한 축이다.
식당 웨이트리스 베티는 TV드라마 '사랑하는 이유'의 주인공인 의사 레이벨을 흠모하며 그와의 로맨스를 꿈꾼다. 또한 찰리는 베티를 사 랑하게 된다. 하지만 둘 다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에 놓 여있다. 레이벨(그렉 키니어)은 드라마 속의 주인공일 뿐이고, 베티 는 찰리가 제거해야 할 대상인 것이다.
'정신나간 여자의 헐리우드 진출에 대한 코미디'로 보자면, 얼핏 <크 레이지 인 알라바마>같아 보이기도 하며, 그저 또 하나의 헐리우드표 일용품으로 느껴질지 모르지만, 분명 틀리다. 사악하고 멍청한 악당 과 착한 주인공의 일전이 벌어지는 그런 영화는 아니라는 얘기다. 넬 라뷰트 감독은 그런 상투성과 타협하지 않는 대신 주인공을 비롯한 각 조연배우 모두에게 뚜렷한 캐릭터를 심어놨으며 르네 젤위거를 필 두로 두 킬러(모건 프리먼과 크리스 락)를 지나 신문기자, 경찰 서장, 드라마 배우들 및 프로듀서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 어낸다.
르네 젤위거는 <제리 매과이어>이후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다. 다소 덜떨어져 보이면서도 귀엽고, 불쌍한 모습은 이 역할이 그녀만을 위 해 존재한다고 느껴질 정도다. 특히 그렉 키니어가 그녀를 드라마 촬 영장으로 데려가서 연기를 시키면서 환상과 현실을 구분해내기 시작 할때의 모습을 최고로 꼽고 싶다.
모건 프리먼-크리스 락 콤비 또한 확실하게 한 몫씩 했다. 그랜드 캐 넌을 옆에 두고 베티와 블루스를 추는 상상에 빠지던 모건 프리먼,그 리고 언제나 그랬듯 크리스 락의 입담은 '주연같은 조연'이란 뭔가를 제대로 보여준다. 한 편에선 그렉 키니어가 특유의 온화한 미소로 베 티를 사로잡는 역할을 해냈으며, 또한 반가운 얼굴들. 크리스핀 글로 버와 알리슨 제니. <미녀 삼총사>를 본 사람이라면 우산 속에 숨겨진 칼을 휘두르며 세 미녀와 대결하던 크리스핀 글로버를 기억할 것이다. 카메론 디아즈의 잘려나간 머리카락 냄새를 음미하며 냉정한 악당 으 로 분해 액션 연기를 펼치던 그가 <너스 베티>에서의 멍청한 신문 기 자다. <아메리칸 뷰티>에서 먼지 하나 없이 말끔한 집에 놀러온 아들 의 여자친구에게 '집이 마굿간 같아서 미안하다'고 무미건조한 말을 내뱉던 여배우를 기억하는 관객이 있을까? 그녀가 바로 알리슨 제니 이며 이번엔 프로듀서로 등장해 그 큰 키와 날카로운 눈 빛(김완선과 흡사한..)을 한껏 발휘한다. 세 컷 정도 등장해 "이런 상태론 못하겠 어"라는 대사 한마디 내던지는 이승희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너스 베티>에서는 또한 헐리우드 현장에 대해 신랄하게 비꼬는 것도 잊지 않는다. 제 정신이 아닌 열성팬일 뿐인 베티를 연기 지망상으로 착각하고 그녀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등 당장의 인기에만 급급한 프로 듀서와 베티를 이용해 보려는 인기 배우의 가식적인 모습을 잘 드러 내준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당연하게도 클라이맥스인 킬러와 보안관, 신 문기자가 베티가 머무는 친구의 집으로 들이닥치는 부분이다. 혹 지 나친 기대감에 의해서거나, 영화의 내용이 마음에 안들어 재미를 못 느꼈더라도 이 부분 만큼은 전혀 예상치못한 상황으로 인해 확실히 안웃고는 못 배기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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