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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현실적이고 아주 감동적인 영화(줄거리포함) 마오의 라스트 댄서
aizhu725 2011-04-26 오전 10:56:35 584   [0]

아주 현실적이고 아주 감동적인 영화(줄거리포함)
아주 현실적이고 아주 감동적인 영화
여기서 말하는 마오가 마오쪄둥(毛澤東)의 마오(毛)구나. 자꾸 피겨스케이터 아사다 마오가 연상돼서. ㅎㅎ
마오하면 마오쪄둥을 지칭하는 것은 알았지만, 아사다 마오의 영향인지 마오가 주인공 애칭 같은 건 줄 알았다. 그래서 dance가 아니라 dancer라고 써서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에 알고 보니 마오쩌둥이 키운 마지막 춤꾼 정도의 의미임을 알게 됐다.

60년대 후반에 중국 산동성에서 태어나 수업시간에 인재를 찾으러 온 북경의 예술학교 장학사 같은 사람들의 눈에 한 번에 들지는 않았지만 저 학생은 어떻게 생각하냐는 담임선생님의 추천으로 예술학교에 들어가 발레를 배우게 된다. 처음에는 고된 수업에 밤에 울기도 하고, 친구의 방귀 위로에 피식 웃고 만다.
춘신의 실력을 의심하는 선생님의 수업 때 왜 욕하냐고 대들다가 점프를 제대로 하면 욕 안하겠다고 해서 밤중에 몰래 소등 후 연습을 하다가 챈 선생님께 딱 걸린다.
그러나 정치로서의 발레가 아니라 예술로서의 발레를 원했던 챈 선생님은 그에게 근육이 상하지 않도록 다른 동작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정치적 논쟁으로 챈 선생님이 학교를 떠나기 전 궁수 이야기를 하며 춘신에게 러시아의 유명한 발레리노 비디오 테이프를 준다. 친구들과 몰래 비디오를 보며 감탄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연기가 약간 어색하긴 했지만 그 감정은 충분히 전달됐다.
중국을 방문한 발레단이 이 학교 학생들의 공연을 보고 교환학생을 추천해 달라는 제안에 춘신은 처음에 정치성이 부족하다고 눈에 들지 않았다가 우연히 미국 휴스턴 발레단 여름학기에 참여한다.
자유를 맛보고 자신의 잠재성을 인정받으며 미국인과 결혼하며 중국 국적을 포기한디. 영화에선 좋게 그려지는데 어쩌면 모처럼의 자유로운 춤을 포기할 수 없어서 그 여자를 이용한 걸 수도 있고. 진실은 모르겠다.
영사관에서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 미국에서 활동하며 살다가 아내는 자기도 춤을 추고 싶다며 다른 곳으로 떠난다. 그러던 중 VIP가 온다고 공연이 15분 지연되고, 알고보니 춘신의 부모님이었다. 대통령이라도 오는 줄 알았는데. 대통령이었으면 앞뒤로 오토바이 3대만 왔을 리는 없겠지만. 엄마아빠 만나는 장면 초반은 일부러 번역하지 않아서 감동을 관객입장에서 느끼게 해준 듯. 그래봤자 하는 말은 엄마 아빠 정도긴 하지만.
춘신은 국적을 포기한 후 부모님이 반혁명분자로 총살당하는 꿈을 꾸기도 하고,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마오의 시대였다면 반혁명분자로 총살당했겠지만 마오 사망 후 등소평 시대가 시작되며 분위기가 전환된 것이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자. 미국인이 마오를 미아오~ 하는 고양이 울음소리로 비하하며 미오라고 하는 건 일부러 이런 배경도 담으려 했던 건 아닐까라는 개인적인 추측을 해본다. 
춘신의 꿈 속에서 당이 아이를 어려서부터 데려가놓고 자식을 잘못 키웠다고 책임을 부모에게 떠넘긴다는 내용의 역설적 대화에 관객은 폭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외에도 몇 가지 웃음 코드들이 있었다. 언어를 배울 때 나이스 나잇처럼 굿 나잇을 인사가 아닌 일반 언어로 이해한 것이나, 섹스와 식스를 같은 것으로 이해하는 부분 같은 것. 그래도 영어를 못하는 춘신이 학교를 다닐 수 있었던 것은 발레니까 가능했던 것 같다. 발레 용어는 대강 다 알아들을테니.
나중에는 수석 발레리나와 고국에 방문해 마당에서 즉석 공연을 펼친다.

힘이 넘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최초 시사회 때 공연과 함께 영화를 소개했다고 하던 한국의 발레리노 이원국씨도 생각나고. 요즘 이원국씨가 광고도 찍던데. 작년인가에 대학로에서 하는 월요 발레공연에 가서 이원국씨의 설명을 들으며 공연을 본 기억에 이런 발레리노 영화가 더 반갑고 친숙하게 느껴졌다. 그만큼 기대도 되고.
재능은 만들어지는 것일까, 타고나는 것일까? 마오의 시대에는 발레가 혁명을 위한 도구로 사용됐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발레를 선택한 것도 신기했다. 전통 중국무용이 아닌 발레. 교환학생 보낼 때 정치적 사상을 따지고 미국에서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전파할 사람을 찾는 걸로 봐서 발레가 서양과의 교류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형식 뿐인 서양과의 교류에서 말이다. 결과적으로 내용상 춘신은 미국을 선택했다.
처음엔 당에서 빌려준 촌스러운 양복을 입고, 자신의 부모는 일 년에 50달러 버는데 자신은 하루에 500달러의 옷을 산 것에 놀라는 모습이었는데.

아름다운 탄탄한 근육과 넘치는 힘. 군더더기 없는 도약과 회전. 공중도약 중 약간의 정지상태가 너무 아름다웠다.
예술이라는 하나의 언어로 이념을 뛰어넘었다. 한편 사상의 무서움도 느끼게 됐고. 중국의 혁명가들은 예술에서 감동을 일반적으로 해석하는 것과 다른 의미로 찾고자 했다. 마치 현재 북한예술단의 모습처럼. 작년에 백두산으로 여행 때 단동지역에서 본 예술단들에게 북한 정부는 정신단속을 얼마나 할까. 직접 해외 현지를 보니 단순히 말로만 그들을 속일 수는 없을테고.
 
영화가 중국도 미국도 아닌 타지에서 제작된 것은 영화 마지막의 자막처럼 리춘신이 호주에서 발레리나와 결혼해서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서이기도 하겠지만, 정치적으로 중국과 미국에서 제작하기 힘들었던 것은 아닐까? 중국에서는 이 영화 상영하기 힘든 모양이던데.
한편, 나도 중국인이 보기에는 외국인이지만, 서양사람들이 중국에 대해 갖는 환상 같은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메트오페라의 닉슨 인 차이나 같은 것처럼.
리춘신의 첫 아내가 그러했듯 서로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막연한 환상만 가진 것. 반면, 그의 부모는 서양 무용인 발레에 좀 더 솔직했던 것 같다. 아들이 하는 공연을 보고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왜 벌거벗고(팬티만 입고) 춤을 춰야했는지를 물어보는 걸 보면.
영사관에서는 리춘신에게 사상을 강조하며 서양문물에 대해 눈을 가리려고만 했고, 결혼발표를 하니 감금했다. 그러나 춘신은 학교 때 그러했듯, 대단한 방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한 용기로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포기하지 않고 그동안 버틴 깡으로 이겼다. 
혹, 리춘신은 여자들의 로망, 선망의 대상이었을까? 특히 능력면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중국에서 계속 파트너를 한 발레리나와, 미국에서 첫 아내, 그리고 호주에서 같이 사는 와이프까지.
 
모든 일이 그렇듯 일이 되려면 인연이 기연이 돼야 하는 것 같다. 담임과 챈 선생님, 스티븐슨, 수석무용수의 부상으로 대타로 공연하게 된 것 등. 그리고 영사관에서 감금당했을 때 언론과 변호사의 힘도 얻고.
이 와중에 가족에 대한 갈등 역시나 기존에 버텨온 나날들이 뒷받침되어 이길 수 잇었던 것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레리노로서의 어려움은 적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단체로 모여서 발레리노로 키워진 아이들이고, 미국에도 뽑혀서 교환학생으로 간 거니까. 한국에서 발레리노는 찬밥이라고 해야하나 보통 씨가 말랐다고 표현할 정도니.
아무튼 여러 모로 영화 안에 역사, 정치적 내용도 담겨 있고, 가족 이야기도 담겨 있으면서 블랙스완과는 또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ps. 냉전 분위기 속에 인종차별이라고 해야 하나, 이념차별이라고 해야하나. 미오에 이어 '칭코'라는 중국인 차별적 언어도 잠시 등장하긴 한다. 안내자가 당황해서 무대 커튼 사이로 빛이 새어 나오는 거라고 둘러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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