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본다면, 한계를 뛰어넘게 하는 인간의 의지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스스로도 의지를 꺾을 수가 없게 만드는 ‘동기’는 얼마만큼 강한가...
1940년, 역사상 최악의 시베리아 강제 노동수용소라 불리는 `캠프105`를 탈출하는, 시베리아부터 인도까지... 6500Km의 대장정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영화를 감상한다고 하기에는 보는 사람에게 그 처절함이 너무 리얼하게 느껴져서 맘을 불편하게 한다. 눈앞이 보이지 않는 눈보라 속을 헤치는 그들을 볼 때면 나 또한 매서운 눈보라에 눈을 뜰 수 없는 것만 같아 실눈으로 스크린을 바라보았고, 모든 걸 가루로 만들어버릴 것 같은 사막의 태양 아래 화상을 입은 그들의 상처를 볼 때면 내 피부가 따가워 쓰라린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러나 2시간 가까이 지나, 추위와 굶주림과 목마름과 장담할 수 없는 앞날에 대한 회의로 가득한 그들의 자유를 향한 여정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을 때쯤엔 자연의 혹독함 속에서도 큰 문제 없이 서로에게, 자기 자신에게 기대어 앞으로 또 앞으로 나아가는 그들이 정말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무엇이 저들을 저렇게 강하고 무모하게 만들었을까...
영화의 마지막에, 늙은 아내와 재회한 늙은 야누스의 눈을 난 더 오랫동안 바라보고 싶었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강하게 만들었을까? 아내에 대한 용서인가, 아내에 대한 사랑인가, 자기 자신의 짐을 덜기 위함인가... 아니면 또 다른 그 무엇인가...
인간의 한계를 넘긴 그들에 대한 감탄과 감동보다 그들의 발을 끝까지 움직이게 한 그 ‘무엇’에 대한 의문 때문에 여전히 마음이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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