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정의로운 행동이라도 대가를 치러야 한다.. ★★★★
원작 소설과 원제는 <True Grit>, 1969년에 제작된 존 웨인 주연의 영화 국내 개봉 제목은 <진정한 용기>, 이번에 코언 형제가 제작한 영화의 국내 개봉 제목은 <더 브레이브>. 영화의 자막을 보아하니 <True Grit>은 배짱이라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아무튼 국내에 개봉할 때마다 원제랑 다르게 제목을 지었을까라는 의문은 뒤로 하고, 일단 스토리는 단순한 편이다.
1880년대 미국 아칸소주. 14살 소녀 매티(헤일리 스타인펠드)는 아버지를 죽이고 금을 훔쳐 달아난 톰 채니(조쉬 브롤린)를 잡기 위해 술에 쩔어 사는 연방보안관 카그번(제프 브리지스)을 고용해 인디언 보호구역 쪽으로 달아난 톰을 뒤쫓는다. 이 여정에 텍사스 레인저 라뷔프(맷 데이먼)가 동행하게 되면서 셋의 위험한 여정은 시작된다.
우선 <더 브레이브>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뭐니 뭐니 해도 매티라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아버지의 시신을 앞에 두고 장례업자에게 너무 비싸다며 장례비용을 깎으려고 하고, 돈을 아끼기 위해 시체 틈바구니에서 자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나이가 어리다며 깔보고 대충 넘기려는 은행업자에게 고소 운운해가며 많은 돈을 받아내고, 자신을 사로잡은 악당 앞에서도 결코 주눅 들어 하지 않는다. 물론 이러한 독특하고 매력적 캐릭터를 살아 움직이는 인간으로 외연화시켜 낸 것은 전적으로 헤일리 스타인펠드의 몫이다.
제프 브리지스의 활약도 눈여겨 볼만하다. 허물 많고 망가진 영웅, 그러면서도 악인을 응징하고자하는 집념에 찬 연방보안관의 풍모는 이 영화에 살아 움직이는 사실성을 부여한다. 만약 작년 아카데미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면, 이번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여전히 <킹스 스피치>의 콜린 퍼스가 가져간다고 장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거기에 카그번과 내내 자존심 대결을 펼친, 허풍쟁이 라뷔프 역할을 한 맷 데이먼의 독특한 감초 역할도 인상적이다.
이런 차원에서 <더 브레이브>는 무엇보다 출연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어떤 장르의 영화를 만들던지 기본적인 수준을 유지하는 코언 형제라는 점에서 <더 브레이브> 역시 마찬가지로 서부극에 있어서 기억할만한 작품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더 브레이브>는 코언 형제의 영화로 보기엔 조금 평이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등장인물들이 너무 착하다. 알콜 중독자인 연방보안관부터 심지어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악당까지 매티는 절대로 건드리면 안 될 고귀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유일하게 라뷔프가 버릇을 고쳐놓겠다며 매를 들지만 곧장 카그번의 제지가 이어지고, 매티를 사로잡은 악당도 아무 것도 모르는 순진한 어린애 달래듯 설명하고 설득하려한다.
대게 코언 형제가 만든 영화의 마지막이 모호하면서도 열린 결말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특히 영화의 결론은 코언 형제의 영화로 보기엔 너무 깔끔하고 전형적이라 당황할 정도다. 원작을 충실히 따랐다는 코언 형제의 인터뷰 내용대로 아마 원작이 그러했기 때문에 그러한 연출을 한 것이라 이해해줄 여지는 분명히 있다. 왜냐면 코언 형제가 만든 영화를 보면 원작을 읽지 않았어도 원작의 분위기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영화로 보고 난후 뒤늦게 소설로 읽은 후 너무 놀랐던 기억이 있다. 영화의 스산하고 삭막한 분위기는 그대로 원작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코언 형제의 영화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이들의 영화를 보고나면 원작(존재하는 경우)을 읽고 싶다는 강한 욕구를 느끼게 된다는 것인데, 아마도 분명 <더 브레이브>의 원작 <True Grit> 역시 마찬가지로 영화의 느낌 그대로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코언 형제의 영화에 출연하는 이들이 대체로 뭔가를 이루기 위해 일정한 대가를 치러야 했던 것처럼 <더 브레이브>의 매티 역시 마찬가지의 대가를 치른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에게 복수하는 것임에도 이러한 원칙(!)은 절대로 비껴가지 않는다. 심지어 그런 원칙을 내레이션으로 강조하기 까지 한다. 영화는 나이든 매티의 내레이션을 통해 아무리 정의로운 행동이라도 어떠한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영화는 주님의 은총 말고는 공짜가 없다고 하지만, 현실이 말해주는 건 대게 주님의 은총을 받기 위해선 더 많은 대가가 필요하며, 그럼에도 은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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