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처와 내연녀는 조우한다. 그녀들은 대놓고 싸우려고 하지 않았다. 극도의 심리전을 구사한다. 문제는 한 명은 이 사실을 모두 알고 있고 한 사람은 전혀 모른다는 차이가 있다. 누가 이길까 그리고 그 치정게임은 반드시 승자를 내야하는 것일까
영화 두 여자는 글자 그대로 두 여자가 주인공이다. 물론 그 사이에 남자도 하나 있다. 하지만 정확하게는 처와 내연녀의 전쟁이야기다. 산부인과 여의사 소영은 눈빛부터 예사롭지 않다. 검은 눈화장이 인상적인 그녀는 임신이라는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그래서 남편과의 결혼이 마치 의무적인 것처럼 느껴지는 상황이다. 그녀의 남편은 잘나가는 건축 설계사, 그에게 사랑은 부인인 소영과만 함께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 듯 했다. 분명히 “정실아내를 두고 첩을 또 만드는” 그의 행위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개를 저을 듯 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반응은 그게 아니다.
마지막 한 명, 설계사무소에서 학생으로, 어시스턴트로 일하는 그녀. 존경의 대상으로 만나 이젠 사랑하는 사람으로 발전한다.
소영(신은경 분)의 눈 - 영화 종반까지 이 치정게임의 본말을 직감적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조율하고 있다. 많이 배운 인텔리처럼 남편의 불륜의 절대로 경거망동하지 않는다. 남편의 사무실에서 그가 사랑하는 여자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녀의 뒤를 쫒는다. 그녀가 수지라는 여자의 존재를 다 알고 있으면서 결코 남편을 빼앗긴 여자의 티를 내지 않는 점은 무엇이었을까 심지어 그녀는 한참이나 어린 연하남과 원나잇 스탠드까지 감행하다.
수지와의 여행을 통해 그녀는 남편을 사랑하는 여자에게 그 남자의 부인을 죽여버려라고 까지 한다. 절대로 끝까지 자신을 배제하고 벌어지는 일을 목도하면서도 결코 방심하지 않는다. 최후의 승자가 되는 그날까지.
지석(정준호 분)의 입 - 충동적으로 수지를 사랑하게 된 그, 아내와의 관계가 악화된 상태도 아니었으면서 그는 불륜을 저지른다. 소영이 눈치를 챈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섣불리 남자 행세를 하지 않는다. 그는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아내와 수지사이를 오가면서 무척이나 젠틀한 척 폼을 잡고 있을 뿐이다. 불륜의 당사자임에도 그가 받는 사회적 피해는 없다.
두 여자 사이에 선 그가 내뱉은 두마디의 말, 과연 진심이었을까. 아마조네스 같은 분위기 속에서 그가 살아남는 길은 주변을 잘 살펴야 하는 길임에. 목이 마르다고 아무거나 마시면 안된다.
수지(심이영 분)의 귀 - 일에 대한 욕심, 그리고 존경이 사랑으로 승화될때까지 그녀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 만약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가 유부남이었다는 사실을 주변에서 알았다면 적극적으로 말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가녀린 체구만큼이나 외로워보였다. 그래서 지석이 아닌 연수(소영)언니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그녀의 말을 인생의 조언으로 알아 들었다. 그녀는 지석이 “사랑한다. 처음처럼”이라고 하는 말은 자신에게 해주는 말일 거라고 믿었다. 지석을 좋아한다면 그게 죽음의 끝이 되더라도 행복할 줄 알았다. 그뿐이었다.
전윤수 감독의 변(그럴 것 같은 추정) - 인간에게만 존재할지 모르는 결혼, 사랑하기에 결혼했지만 그 제도안에서 사랑이 영원하리라는 것은 인간이 인간에게 내린 가장 큰 착각이다. 늘 만남이 있기에 또 헤어짐이 있을 수 있다. 全作을 통해 그려보고자 한 이야기들은 과연 인간은 얼마나 결혼이라는 제도하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지, 그게 불륜이라는, 대부분은 손가락질 하거나 가슴아파하는 주제에서 맴돌지라도 몇 번쯤은 이야기 해볼 만한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