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5를 누른다고 현실이 새로 고쳐지는 건 아니다...... ★★★★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SNS. 얼마 전만 해도 낯설게 느껴지던 이 단어가 어느 덧 일상용어화되었다. 열심히 하든 아니면 계정만 만들어 놨든, 내 주위 사람들도 대체로 하나 정도의 SNS를 이용하고 있으며, 내 경험으로 봤을 때, 이는 확실히 아이폰이 정식 개통된 이후 급격히 확산되었다. 개인적으론 거의 트위터(twitter)만 사용하고는 있지만, 페이스북(facebook)도 계정은 만들어놨으며, 가끔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지인으로부터 친구 요청이 오기도 한다. 사실 내가 사용하지도 않는 페이스북의 계정을 만든 것 자체가 페이스북의 명성을 입증하는 것이라 해도 상관없을 것이다. 암튼 친구요청이 올 때마다 페이스북의 확장성과 활용성에 대해 놀라움을 느낀다.
전 세계 5억 명의 가입자를 자랑하고 있으며, 기업 가치가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페이스북의 창시자인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 CEO 마크 주커버그. 데이빗 핀처의 새 영화 <소셜 네트워크>는 바로 마크 주커버그를 포함한 하버드의 젊은 수재들이 어떻게, 왜 ‘페이스북’을 만들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마치 유리창을 통해 들여다보듯 바라보는 영화다. 그렇다면 <소셜 네트워크>는 신화를 창조한 영웅의 이야기인가? 제목부터 영웅담이 물씬 풍기지만, <소셜 네트워크>는 영웅담보다는 치기어리고 쩨쩨하며, 찌질한 천재의 성장담에 좀 더 가깝다.
영화는 하버드에 재학 중인 마크 주커버그(제시 아이젠버그)와 보스턴대에 재학 중인 여자 친구 에리카(루니 마라)의 데이트 장면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이 하나의 장면만으로 데이빗 핀처는 마크 주커버그의 캐릭터를 선명하게 각인시킨다. 소심하고 의심 많으며, 누구보다 자신이 우월하다는 자만과 그래서 오히려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천재, 마크 주커버그. 여자친구에게 채인 마크는 술에 취한 채 블로그에 에리카의 험담을 늘어놓고는 유일한 친구 왈도 세브린(앤드류 가필드)의 도움을 받아 하버드 기숙사를 해킹, 여학생들의 사진을 붙여 섹시한 여학생을 선택하는 일종의 이상형 월드컵인 ‘페이스메시’ 프로그램을 만들어 새벽에 하버드 서버를 마비시킬 정도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마크는 이 일로 인해 학교로부터 벌칙을 받게 되지만, 학내의 주목받는 인물로 부상하게 되며, 윈클보스 형제(아미 해머-일인이역)로부터 자신들이 구상하고 있던 하버드 데이트 사이트의 개발을 의뢰받게 된다. 영화는 연대기순으로 진행되는 듯하다, 이 지점에서 마크, 왈도, 윈클보스 형제의 법적 공방이 펼쳐지는 현재와 이들의 증언을 플래시백으로 보여주는 형식으로 전환된다. 얘기하자면, 마크는 윈클보스 형제의 제안을 듣고는 이와 비슷하면서도 목적은 다른 ‘더페이스북’이라는 사이트를 왈도의 자금을 지원받아 만들게 되고, 이 과정에서 mp3 공유 프로그램인 냅스터의 창시자 숀 파커(실제로는 숀 패닝-저스틴 팀버레이크)가 마크에게 합류하면서 왈도는 내쳐지게 되고, 페이스북은 하버드의 굴레를 벗어나 전 세계로 무한확장을 하게 된다.
<소셜 네트워크>는 왈도가 마크를 상대로, 윈클보스 형제가 마크를 상대로 벌이는 두 건의 법정 소송을 중심에 두면서, 이들의 증언을 교차해 펼쳐 보인다. 그런데 데이빗 핀처 감독이 주안점을 두고 있는 건 과연 진실이 무엇인가에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서로 엇갈리는 진술이 있음을 확인할 뿐, 누구의 진실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내리지 않는다. 물론 판단은 관객이 할 수도 있지만, 누구의 말이 옳으냐라는 건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보인다. 한 인터뷰에서 데이빗 핀처 감독이 말했듯이 이들 모두가 어느 정도의 잘못과 미숙함이 있는 존재들이며, 그런 잘못과 미숙함이 당연한 나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 영화가 가장 놀라운 건, 장황할 수도 있는 이야기 또는 딱히 재미없을 수도 있는 한 천재의 이야기를 놀랍도록 흥미진진하게 긴장과 유머를 잃지 않고 2시간동안 몰입도를 유지시키는 데이빗 핀처 감독의 세공술이다. (물론 여기에는 각본을 담당한 아론 소킨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들이 많다. 아마도 각본을 데이빗 핀처가 담당했다면 많이 늘어졌을 것것이란 얘기다) 대사의 양이 증명하듯 많은 이야기가 흘러넘침에도 맥락을 놓치지 않으며, 나도 모르게 킥킥 소리를 내게 하는 유머도 독특하며 적절하다. 마치 음악을 듣는 듯 리드미컬하게 진행되는 <소셜 네트워크>는 상영시간 2시간이 압축되어 지나간 듯 느껴질 정도로 흥미진진하고 재밌다.
어쨌거나 데이빗 핀처 감독이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현실과 뒤섞여가는 인터넷 세계에 대한 목격담이라는 정답은 너무 쉽다. 나에겐 두 가지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첫째는 실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인터넷 가상공간에서의 이미지는 특히 중요하다. 사람들은 당신이 실제로 뚱뚱하거나 왕따이거나 상관하지 않으며, 관심도 없다. 당신이 키보드로 만들어낸 당신의 이미지가 중요한 것이다. 마크, 왈도, 윈클보스 형제간의 공방이 마무리된 후 신참 변호사는 마크에게 합의를 종용한다. 변호사는 10분이면 닭에게 닭고기를 준 왈도 얘기와 숀 파커가 인턴들과 벌인 마약 파티를 경찰에 제보한 것이 바로 마크라며 배심원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바로 당신의 이미지는 그렇게 만들어져 있노라고. 그 제보를 실제 마크가 하지 않았을 지도 모르지만, 배심원들은 그렇게 믿는다는 것이다.
둘째는 이미 내뱉어진 말은 쓸어 담을 수 없으며, 저질러진 행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이 부분이 이 영화를 성장 영화로 보게 만드는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마크는 에리카와의 논쟁에서도 그랬지만, 상대의 가슴에 생채기를 남길 수 있는 언어들을 툭툭 쉽게 내던진다. 이로써 사람들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기지만, 그가 진정으로 이를 후회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페이스북의 무한 확장과 함께 엄청난 부가 눈앞에 다가오자 그는 유일했던 친구와의 관계를 파국적으로 청산한다. 마크는 스스로 자신의 행동이나 말에 대해 사과하거나 후회한다는 표현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열심히 F5 키를 눌러댈 뿐이다. 물론 그렇다고 현실이 새로 고침이 되지는 않는다.
※ 영화에 의하면 결국 마크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을 만들고 그것을 하버드를 넘어 확장시킨 것에는 헤어진 여자 친구에 대한 질투와 복수의 감정 때문이라는 것인데, 실제 당사자인 현실의 마크는 이는 명백히 허구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사 중 하나. "니 옆에 있으면 정말 기분이 좋아. 왜냐면 내가 터프가이처럼 보이거든"
※ 가수 윤도현 씨가 초청하는 시사회에 당첨이 되어 보게 되었다. 트위터로 응모했다고 하는데 사실 응모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암튼 기분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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