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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중매쟁이도 제 머리는 못 깎는다 (오락성 7 작품성 8)
소셜 네트워크 | 2010년 11월 16일 화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컴퓨터 천재다. 글로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페이스북’ 창시자다. 전 세계 211개국 5억 명의 디지털 유목민을 이끄는 21세기 칭기스칸이다.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 CEO다. 이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은 마크 주커버거다. 그를 내세운 <소셜 네트워크>는 언뜻 보면, 컴퓨터 천재의 걸출한 성공기다. 보통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면, 정말 그렇게 그려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감독은 데이빗 핀처다. <세븐> <파이트 클럽> <조디악> 등 염세적이고 습한 분위기 연출에 일가견이 있는 그 데이빗 핀처다. 핀처의 영향아래 주커버거의 성공신화는 ‘소통’을 앞세운 전기 드라마가 아닌, ‘단절’을 입은 법정드라마 형식으로 탈바꿈했다. 초(超)거대 네트워크를 일군 세계 최고 중매쟁이가 정작 본인 밥그릇은 못 찾아 먹는 아이러니가 씁쓸하다.

마크 주커버거(제시 아이젠버그)는 가끔 찌질하다. 여자 친구에게 잘난 체 하다 차이고, 그 복수로 그녀의 가슴 사이즈를 블로그에 폭로한다. 하지만 마크 주커버거는 똑똑하다. 여학생들의 사이트를 해킹, 그들의 외모를 비교하는 사이트를 뚝딱 만들어낸다. 주커버거는 영악하기도 하다. 하버드대생끼리 교류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달라는 윈클보스 형제(아미 해머)의 의뢰에 힌트를 얻어 독자적으로 ‘더 페이스북’을 만든다. 주커버거는 시류를 볼 줄 안다. ‘냅스터’로 유명한 숀 파커(저스틴 팀버레이크)와 손을 잡고 ‘페이스북’은 세계적으로 성공시킨다. 주커버거는 비정하기도 하다.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윈클보스 형제의 주장에 차가운 냉소로 일관한다. 결정적으로 주커버거는 혼자다. 유일한 친구이자 공동창업자인 세브린(앤드류 가필드)의 지분을 빼앗으면서 그에게도 소송 당한다.

<소셜 네트워크>는 두 건의 법적 투쟁이 벌어지는 현재를 중심으로, ‘페이스북’ 탄생에 숨겨진 과거의 여러 이야기들을 교차적으로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최연소 억만장자의 실체는 천재이거나, ‘자뻑’ 괴짜이거나, 아이디어 도둑이거나, 위대한 창시자다. 어떤 게 그의 본 모습인가를 묻는다면, 정답은 없다. 자본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차가운 열정이 있을 뿐이다. 핀처는 자칫 식상한 성공신화가 될 법한 이야기에, 윈클보스 형제와 새브린을 화자로 개입시켜 객관적 시선을 획득한다. 동시에 팽팽한 긴장감도 조성한다. 단조로운 플롯을 흥미롭게 조각내는 솜씨, 리드미컬한 편집 솜씨와 효과적으로 치고 빠지는 음악 배치 등 핀처의 역량이 영화 군데군데 묻어난다.

<소셜 네트워크>는 데이빗 핀처의 영화이지만, 각본가 아론 소킨의 영화이기도 하다.(만약 데이빗 핀처와 아론 소킨이 주커버거와 세브린처럼 영화 지분을 놓고 다툰다면, 개인적으로 아론 소킨의 손을 들 생각이다.) 아론 소킨은 <찰리 윌슨의 전쟁> <웨스트 윙> 등을 통해 성공 이면에 감춰진 갈등을 폭로해 온 작가다. 그런 그에게 <소셜 네트워크>는 꼭 맞는 맞춤복이다. ‘소셜 네트워크’ 속에 엉켜 붙은 ‘휴먼 네트워크’의 오류를 다층적인 시각에서 풀어낸 건, 그의 아이디어다. 영화 특징 중 하나인 방만하고 속사포적인 대사 또한 아론 소킨의 명백한 인장이자 징표다. 아론 소킨이 아니었다면, <소셜 네트워크>는 핀처의 전작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처럼 168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으로 늘어졌을지 모른다.(<소셜 네트워크>의 러닝 타임은 120분이다.)

데이빗 핀처와 아론 소킨 외에 이 영화 지분의 일부는 배우들의 몫이다. 엄청난 대사량을 속사포로 구사해 낸 제시 아이젠버그, 진짜 쌍둥인 줄 알았던 아미 헤머의 1인 2역 연기, 우정과 성공사이에서 방황하는 앤드류 가필드 모두 제 기량을 다 한다. 그리고 저스틴 팀버레이크. ‘냅스터’ 창립자 숀 파커로 등장한 그는 거만하면서 자기 과시적인 캐릭터를 얄밉도록 똑 부러지게 소화해 낸다. 가수 이미지를 벗고 배우로 도약하고자 부단히 노력했다는데, 그런 그의 노력은 이 작품에서 결실을 맺는다.

미끈하지 않은 연결이라면, 영화를 보고 난 후 느껴지는 정서적 충만감이 약하다는 점이다. 뭐, 의도한 바인지도 모르겠다. ‘관계 맺기’에 용이한 SNS의 또 하나의 특징은 ‘관계 단절’도 쉽다는 점이니까. 클릭 하나로 1촌이 4촌 되고, 블록(트위터에서 상대를 차단하는 것)이 걸리고, 팔로어 수가 그 사람의 가치를 가늠하는 온라인 공간. 핀처는 그 공간의 분위기마저 영화에 계산해 넣은 것일까. 정말 그랬다면, 그 역시 천재다.

2010년 11월 16일 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기존 전기 영화의 익숙한 관습을 사뿐히 즈려밟아 주시는 데이빗 핀처
-앞으로 주목하자. 제시 아이젠버그, 앤드류 가필드, 저스틴 팀버레이크
-아론 소킨의 기똥찬 각색!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대체 뭐하는 서비스야?
-잘난 척 하는 것들은 꼴 보기 싫어!
1 )
cipul3049
각색된 시나리오 너무 좋았다는...   
2010-11-20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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