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한마디로 나타나면 '복수'이다.
평화롭게 가정생활을 누리고 있던 어느 시민이 극악한 무리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를 빼앗긴다.
그 상황에서 느꼈던 끝없는 무기력과 분노를 강렬하게 터뜨리는 영화이다.
물론 극중에서도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클라이드는 그렇게 자신의 분노를 내지른다.
시작은 좀 과할 정도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내 방향과 힘을 잃고 표류하는 것 같다.
클라이드는 복수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별 특징 없는 광인처럼 보인다.
뭔가 미친것 같은데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게 안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그저 그런 밋밋한 느낌만을 준다. 다크나이트의 조커를 따라하려다가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캐릭터가 된 것 처럼 보인다.
그의 광적인 분노는 그런 처참한 현실을 겪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의 감정연기를 보면 '이렇게 될 수도 있겠구나. '라는 느낌을 전혀 주지 않는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그의 무차별 복수극은 밋밋할 뿐더러 뭐 하러 저런 짓까지 하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감옥에 들어가서도 신출귀몰한 행적으로 원하는 타깃을 제거하는 모습과 그런 트릭이 그나마 관심을
끌게 하지만 이내 식상해진다.
게다가 극적고조 없이 평이하게 모든 게 밝혀지다 보니 좀 허탈하기도 하다.
이렇듯 영화는 뒤로 갈수록 점점 맥 빠지는 모습을 연출한다.
선악을 극단적으로 나누고 정말 용서할 수 없는 대상에 대해 처절함을 안겨주는 기존 복수극에서
좀 더 나아가 거대한 시스템을 그 대상으로 설정하는 것은 특이하긴 하다.
그러나 대상 선정은 신선하지만 그 대상을 요리하는 방법은 기존 스타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 보니
맥이 빠진다. 나름의 반전이라고 클라이드의 숨겨진 신분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의 트릭구성을 위한
설명정도 일 뿐 이야기에 큰 영향은 없어 보인다.
이렇게 저렇게 뜯어보고 보니 별로 재미도 없고 특별하기도 않는 영화처럼 보여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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