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범상한 밤거리 순찰에도 흠칫 놀라며 빈 박스 안으로 숨어들어가는 성룡의 어두운 얼굴이 낯설다. 한마디로 <신주쿠 사건>은 성룡이 웃지 않는 최초의 영화다. 이동승 감독은 1997년경 일본 내 외국 이주민들의 기사를 처음 접한 뒤 <신주쿠 사건> 밑그림에 착수했다고 한다. 불법 체류자 공동체는 어디까지나 지하에 머물렀고 그림자 속에서 움직였기 때문에 정확한 팩트 자체는 알려진 게 없었다. 그러나 이동승은 오랫동안 끈질기게 조사를 이어가며 조각조각의 팩트 위에 상상 속 인물인 철두의 모진 삶을 덧붙여나갔다. 이야기는 그래서 복잡하고 길다.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 안에 채워넣기 버거울 만큼 다채로운 에피소드들이 등장한다. 무엇보다 한국의 예전 남대문시장을 떠올리게 하는, ‘없는 게 없는’ 밀수품과 장물들이 오가는 재래시장의 분위기가 흥미롭다. 또한 야쿠자 ‘삼화회’가 신주쿠 유흥가 이권 다툼을 둘러싸고 온갖 이주민들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디테일도 힘주어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딱 10년 뒤 한국사회가 이주 노동자들을 다루는 추악한 방식이 떠올라 겹쳐지는 부끄러운 순간이다.
문제는 이 많은 이야기들이 그다지 접착력있게 붙질 않는다는 사실이다. 특히 철두와 기타노 형사(다케나카 나오토)의 에피소드가 그렇다. 밀입국 당시의 ‘어두운 기억’에 죄책감을 느끼는 철두와 그를 존중하면서도 끝없이 압박하는 형사의 에피소드는 장 발장과 자베르 형사의 그것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철두의 어두운 측면이 입체적으로 부각되지 않은 채 틈만 나면 (철두가 아닌) 성룡의 선하고 의리있는 모습을 강조함에 따라 철두와 기타노 사이의 긴장어린 관계는 화학작용을 일으키지 않는다. 중국인과 일본인이 서로 아귀다툼을 벌이는 와중에 굳이 한 줄기 따뜻한 화합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건 오히려 작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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