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연신내에 복합 상영관이 하나 있다. 이번이 이곳에서의 세 번째 관람인듯....연휴라서 식구들도 집에 없고 특별히 당장 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외출을 했다. 만원 안팍으로 저렴하게 세일을 하는 옷가게에서 옷 몇개를 사고 극장을 찾았다. 요새 박스 오피스 톱은 내사랑 내곁에라는데...누가 죽어가고 그러는 영화는 볼 기분이 아니었고...인터넷에서 관심을 끈 영화가 한 편 있었는데, 그건 상영이 안되고 있어서...게이머라는 제목의 영화를 선택했다. 그냥 지루하지만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런대로 기분전환은 시켜준 영화였다. 스토리 밀도는 많이 쳐지지만 액션 장면이 스피드하고 상영시간이 길지 않아서 지루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나는 시선은 스크린에 두고 있었지만 줄곧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특별히 한 가지에 집중된 상태는 아니었고...그냥 앞으로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같은 것에 휩싸인, 그런 상태였다. 이틀전에는 편두통이 좀 심하게 생겨서 무력해졌었다. 이틀을 푹 자고 나니 언제그랬냐싶게 몸도 정신도 개운해졌다. 어떻게, 어떤 식으로 일을 풀어나가야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살아오면서의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고, 자신감이 중요할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고,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다는 측면에서 게이머는 괜찮은 영화였다. 그렇다고 누구에게나 칭찬 받을만큼 훌륭하다는 건 아니다. 단지 내가 처한 현재의 상황에서는 적절한 선택이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