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 이렇게 불운할 수가 없다. 회사에서 실직하고, 위로받으러 여자친구에게 갔더니 어떤 놈팡이와 뒹굴고 있다. 뉴욕의 친구 집으로 탈출을 도모하는데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강도를 만나고 코가 부러진다. 여기까진 그나마 ‘일상적’이다. 사라진 친구 피셔를 대신하여 아파트를 지키고 있는데 뉴욕 양대 마피아 조직의 보스와 차례로 강제 면담하게 된다. 흑인 보스(모건 프리먼)와 라비 보스(벤 킹슬리)가 이 남자에게 살인청부를 하달한다.
이 남자, 이렇게 낙천적일 수가 없다. 슬레븐(조시 하트넷)은 폭풍처럼 들이닥친 불행의 연쇄에도 초조한 기색이 없다. 그 끝에 목숨까지 담보잡혔는데도 나사풀린 듯 미소까지 잃지 않는다. 지적 쾌감을 부르는 추리의 묘미가 스릴러의 기본이겠지만, 미소와 살인청부와 마피아 사이에 담긴 첫 번째 미스터리에 긴장의 에스컬레이터는 작동하지 않는다. 차라리 그 역할은 ‘캔자스 시티 셔플’이란 옛날이야기에 떨어진다. 한적한 터미널 대합실의 한 청년 앞에 휠체어를 탄 스미스(브루스 윌리스)가 나타나 뜬금없이 ‘캔자스 시티 셔플’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20년 전, 경마조작 정보를 우연히 입수한 남자가 일확천금의 욕망을 꿈꾸다 아내와 아들까지 몰살당했다는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알 수 없는 과거. 청년이 그 플래시백 속에 매혹을 느낄 즈음, 스미스가 갑자기 킬러로 돌변한다. 인과관계가 결여된 토막들, 그러니까 슬레븐의 불운과 캔자스 시티 셔플이란 과거와 대합실 청년의 죽음은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슬레븐의 옅은 미소가 걷힐 즈음, 토막들이 순식간에 붙기 시작한다. 반전의 역습이다.
이 반전은 킬러 또는 형사로 되풀이되는 브루스 윌리스의 관습화한 캐릭터를 닮았다. 이야기를 위한 반전이 아닌 반전을 위한 이야기는 무기력하다. 양쪽 마피아에 진 빚으로 인해 제3자의 킬러에게 당하는 ‘친구’ 피셔는, 굳이 윤리적으로 따지지 않더라도, 대단히 하찮게 처리된다. 반전이 마무리되면, 피셔의 슬픈 운명은 슬레븐의 거창한 운명과 아무래도 닮았다는 게 느껴진다. 이것조차 계획된 반전의 하나일 리 없지만, 그 결과 하찮게 처리된 피셔를 닮아 모든 게 하찮아진다. <나비효과>의 제작자 타일러 미첼이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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