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은 빚을 대신 받는 청부업자가 영화제작에 뛰어드는 코미디 <겟 쇼티>의 속편이다. 10년 만에 제작된 이 영화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조지 클루니의 표적> <재키 브라운> 등에 재료를 제공한 작가 엘모어 레너드의 소설에 기대고 있다. 그렇다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숨돌릴 틈도 주지 않고 들이닥치는 난관, 궁지에 몰려도 냉정한 주인공, 하나씩 장애물을 격파하는 묘기. 또 한번 존 트래볼타를 기용한 <쿨!>은 그런 공식에 충실하고자 한다.
빚받으러 LA에 왔다가 영화제작자가 된 갱스터 칠리(존 트래볼타)는 쓸데없이 속편이나 강요하는 할리우드에 염증을 느껴 영화판을 떠나려고 하고 있다. 때마침 친구 토미(제임스 우즈)가 러시아 마피아에게 살해당하자 칠리는 미망인 이디(우마 서먼)를 도와 파산 직전이었던 토미의 음반사업에 뛰어든다. 그가 발견한 신인은 악덕 매니저에게 붙들려 고생 중인 린다 문(크리스티나 밀리언). 칠리는 린다의 매니저 라지와 그의 보디가드 엘리엇, 라지의 보스인 닉(하비 카이틀), 러시아 마피아들에게 둘러싸여 앨범 한장을 내기 위해 분투한다.
칠리는 속편을 쏟아내야 하는 현실을 개탄하지만, <쿨!> 또한 속편이다. <겟 쇼티>는 갱스터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칙을 할리우드에 대입해 그 산업의 치부를 드러내고, 두 세계가 맞부딪치는 쾌감을 주었다. 강한 자만이 버틸 수 있는 정글, 정당한 룰이 아니라 권모술수가 힘을 갖는 비정한 세상. 그러나 그 세상에서 지나친 고수가 되어버린 걸까. 칠리는 보는 사람까지 머리가 복잡해질 정도로 각양각색인 적들과 맞서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쿨하고 영리해서, 멀기만 한 존재처럼 보인다. 그를 보면 트렁크 안에 갇힌 잭 폴리(<조지 클루니의 표적>)처럼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곤란해져도, 잘 하겠거니, 멀거니 방관하게 될 뿐이다.
이 영화의 감독은 영리한 액션영화 <이탈리안 잡>을 만들었던 F. 게리 그레이. 그는 미니 쿠페가 지하도를 질주하던 전작의 액션 리듬 대신 자그마하게 흩어놓은 유머로 또 다른 리듬을 창조하는 데 골몰했던 듯하다. <겟 쇼티>에서 칠리가 제작하려 했던 <미스터 러브조이>가 톰 행크스 주연의 광고판으로 기억을 환기하고, 근육질의 엘리엇이 게이다운 섬세한 취향을 과시하고, 영화와 음반 프로듀서들의 자조적인 유머가 다소 지루한 드라마를 참을 만하게 해준다. 그러나 가장 빛나는 장면은 크리스티나 밀리언과 스티븐 타일러의 콘서트다.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프로듀서가 되었던 칠리는 이제 전편만한 설득력을 갖지 못하지만, 두 싱어의 아름다운 목소리는 칠리의 고군분투에 동정표를 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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