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배역과 기대를 갖게 하는 스토리에 대한 기대감이 커서일까 왠지 모를 이 허전함은 누가 해결해 줄까?
"한국형 액션 오락 영화의 새로움을 위한 도전"
한해 영화 흥행에 있어 중요한 대목인 추석 시즌에 맞춰 개봉하는 한국 영화 중 가장 먼저 포문을 연 <해결사>는 많은 면에서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영화다. 한국 영화 흥행을 이끄는 주연과 조연의 막강한 배역진, 단순한 액션 오락 영화의 수준을 넘어서 좀처럼 보기 힘든 과감한 액션 거기에 민감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스토리 까지 <해결사>는 영화 흥행을 위해 필요한 요소는 골고루 갖추고 있다. 살인 누명을 쓰고 함정에 빠진 전직 경찰 출신의 해결사가 상상할 수 없는 거대한 배후에 맞서 자신의 누명을 벗고 진실을 밝혀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런 스토리는 우리 영화뿐 아니라 할리웃에서도 빈번히 사용되는 액션 오락 영화에 단골 소재인만큼 스토리가 주는 참신함은 부족하지만 여기에 우리 정치의 어두운 단면을 풍자한 상황을 첨가해 사회 고발적 성격을 다룬다는 정도가 차이가 있다. 하지만 <해결사>는 주인공을 도와주는 사람과 그를 위험에 빠트리는 인물들이 애초 상상과 다르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고 우리 영화 액션에 차원을 보다 높인 수준의 자동차 액션이나 맨손 액션 (<아저씨>를 본 뒤로는 조금 퇴색되긴 했지만)의 볼거리로 상영시간에 흥미를 주지만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무엇보다 화려한 배역진이다.
"충무로의 블루칩, 그들이 다시 모였다"
영화가 감독의 연출이나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그것들을 표현하는 것이 배우인 것을 감안하고 본다면 이 영화는 우선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한 배역이다. <공공의 적>과 <해운대>로 대표되는 친서민적 맨몸 액션 배우인 설경구. 천만이라는 경이적인 관객을 동원한 설경구의 등장만으로 이번 작품의 호감도는 급상승이며 여전한 액션 솜씨는 단연 돋보인다. 거기에 <남자의 자격>에서 '비덩'이라는 애칭으로 사랑받는 이정진의 등장은 악역으로 출연했음에도 잘생긴 외모로 또 다른 볼거리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막강 주연진에 도전하는 화려한 조연진도 예사롭지 않다.
<방자전>에서 주인공들 보다 더 높은 인기를 모으며 흥행을 주도한 오달수와 송새벽의 출연은 주연급 못지않은 비중을 느끼게 한다. 설경구와 이정진이 액션 위주로 영화를 채운다면 오달수와 송새벽은 특유의 입담으로 웃음을 책임지는 역할 분담을 맡는다. 약간 달라진 점이라면 오달수는 이전과 달리 지적이고 논리적인 형사의 모습을 보이고, 송새벽은 형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어설픈 설정이다. 이들에 아성에 도전하는 윤대희 역의 이성민은 사건의 열쇠를 쥔 중요한 인물로 등장해 영어와 우리말을 섞어 쓰며 늘상 얻어맞고 부딪히고 부러지는 고생을 통해 폭소를 선사한다. 만약 <해결사>가 재미있는 분들이라면 이들의 노력이 큰 비중을 차지했을 것이리라.
"중간은 없다?"
영화가 시작하면 미모의 여인이 전화로 누군가에게 사건을 의뢰하면서 사용한 대사이다. 이 대사의 의미는 극중에선 분명 다른 의미이다. 그러나 내가 느끼기엔 <해결사>를 보고 난 느낌이 극과 극으로 갈렸기에 이 대사가 떠올랐다. 화려한 배우들과 고생한 흔적이 역력한 액션을 통해 함정에 빠진 강태식이 거대한 배후 세력에 맞서 자신의 누명도 벗고 배후들을 끝장내는 스토리는 왠지 통쾌함이 덜했다. 관람 전 기대가 너무 커서 통쾌함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지 모르겠지만 화려한 볼거리에 비해 완성도는 높게 보이지 않았다.
강태식의 전직이 경찰이란 점은 태식을 함정으로 빠트리고 그를 죽이려는 조직과의 설정에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이번 사건을 의뢰한 막강한 배후들에게 태식은 힘없는 서민이지만 그나마 전직 경찰이기에 이들과 맞설 수 있기도 하다. 정치 뇌물을 상납하는 기업과의 검은 실체와 이를 둘러싼 좋은 경찰, 나쁜 경찰의 설정 자체가 나빠보이진 않는다. 다만 이런 스토리를 어떻게 긴박하고 박진감있게 풀어가는가가 문제이다. <해결사>는 숨가쁘게 달리고 부수고 내던져지면서 종극을 향해 달려가지만 왠지 달리는 것은 그들일 뿐이란 생각이 든다. 태식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번개'를 찾아대지만 (일부러 감추진 않았더라도) 번개가 누구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고 그래서 실체가 드러날 때 별로 놀랍지 않았던 것처럼...
태식이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은 미리 예상이 가능하고 <해결사>도 이런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채 단조로운 전개를 계속한다. 그나마 태식을 잡으려는 오달수와 송새벽이 미리 상황을 예측하고 이들을 도와준다는 설정 정도가 다르게 보였을 뿐. 하이라이트에서 도로 추격장면은 막대한 제작비를 들인 흔적이 보이지만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를 본 관객들 눈엔 아쉬울 수 밖에 없고 이보다 더 큰 아쉬움은 오달수와 송새벽이다. 이들을 좋아하는 관객은 그들이 등장하는 장면마다 무슨 말로 웃길까를 기대하지만 <해결사>에서는 그들의 진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방자전>에서나 <시라노; 연예조작단>에서의 송새벽을 본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것으로 이 배우들이 가진 참 매력을 살리고 있지 못했다.
"에필로그"
정말 고생하고 노력한 영화이고 막대한 제작비도 들었으리라. 화려한 배역이란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주, 조연이 확실한 흥행을 책임지는 분들이다. 그럼에도 뭔가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것은 이런 요소들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각각이 따로 노는 듯한 느끼 때문이리라. 강태식을 연기한 설경구나 이정진의 캐릭터는 비교적 잘 살린 반면 오달수나 송새벽은 그들의 진가를 잡아내지 못했다. 거대한 배후를 밝히는 과정에서의 묘미도 짜릿한 흥분이나 통쾌한 스토리 전개가 부족하다. 마치 눈, 코, 입... 각각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합쳤을 때 기대만큼의 아름다운 얼굴이 나오지 않는 것처럼 <해결사>의 요소 요소는 훌률하지만 합쳤을 때는 기대만큼은 되지 못했다. 차라리 한바탕 화끈하게 놀았다면 어땠을까? 마지막 장면에서 속편을 암시한 듯 하던데 속편은 화끈한 액션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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