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질 채무자’ vs ‘악덕 채권자’의 관계로 만난 두 남자가 있다. 어찌어찌해서 내용물이 묘연한 007틱한 가방 하나를 손에 넣었는데, 알고 보니 요것이 심상치 않은 물건이더란 말씀. 자초지종인즉, 그속엔 국내에서 개발한 최첨단 반도체가 담겨 있었는데, 한 외국인 연구원이 이를 빼돌린 뒤 한 몫 챙기려 했지만, 그는 중간에서 이를 가로채려는 중국 삼합회 조직에 의해 살해당하고 만다. 그런데 가방은 엉뚱하게도 두 남자 수중에 들어온 것.
마약이네 뭐네하고 지극히 상식적인 머리를 굴리던 두 남자는 삼합회의 전화를 받고, 그것이 엄청난 돈방석을 가져다 줄 사랑스런(?) 가방임을 알게 된다. 그들은 어떻게 반응했겠는가. 당연히 요번 참에 크게 한 몫 뜯어볼 생각으로, 삼합회와 베팅을 벌이게 된다. 하지만 여기엔 국부(國富) 손실을 막기 위해 반도체를 되찾으려는 국가안전정보원까지 가세한 까닭에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대략 이러한 스토리를 가진 <투 가이즈>는 탁 봐도 알겠지만, 그야말로 ‘영화적’인 소재와 내용을 담고 있다. 게다가 그 스토리라는 것도, 할리우드 오락 영화들 속 어디선가 봤음직한 해묵은 내용이다. 그래도 이것을 코믹하게 요리해 보겠다는 것이 바로 <투 가이즈>의 포부.
그 핵심 수단은 다름 아닌 박중훈, 차태현 콤비가 뿜어내는 시너지다. 또, 혹시 몰라서 솔솔 뿌린 양념이 섹시한 히로인 한은정, 짧게 나와도 충분히 웃겨줄 수 있는 손현주, 이혁재, 박윤배, 김애경 등의 감초 배우인 것. ‘그래서 정말 웃기느냐?’가 많은 관객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이자, 필자도 궁금했던 사항이다.
우선 박중훈과 차태현은 기존에 보여졌던 그들의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투캅스>, <돈을 갖고 튀어라>, <할렐루야> 등 적잖은 코믹 영화들에 출연해 왔던 박중훈은 농담잘하고 오버 잘하는 친근한 삼촌같은 이미지로 ‘박중태’ 역을 소화했으며, 장난기가 얼굴에 듬뿍 배어있는 차태현 역시 사투리 코믹 연기로 압박해왔던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에 이어, 알밤 한 대 쥐어박고 싶을 만큼 뺀질뺀질하지만, 왠지 귀여운 맛이 있는 ‘훈’ 역으로 돌아온 것.
새삼 새로울 것 없는 그들의 개그 감각이지만, 서로 겉돌지 않고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쿵짝거리는 것이 <투 가이즈>의 매력이다. 박중훈이 기자회견에서 밝힌대로, 차태현과 함께 출연하는 코미디 영화를 한편 찍고 싶어했던 바람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기대 이상으로 호흡이 잘 맞는 콤비인 편. 영화를 보다가 그들을 가만히 비교하노라면, 얼굴까지 닮았다는 쓸데없는 생각까지 모락모락 피어오르게 된다.
캐릭터 설명이나 주요 사건 직전의 기본 상황 등이 펼쳐지는 도입부는 그냥저냥 밋밋하지만, 악연으로 만난 ‘중태(박중훈)’와 ‘훈(차태현)’이 스파이 일당과 스릴넘치는 추격전을 벌이는 순간부턴 어느 정도 속도감이 붙으면서 쏠쏠한 재미가 풍긴다. 특히 감초 조연이 끼어들며 박중훈, 차태현 콤비를 보조해 주기 때문.
‘알지카드 맨(이런 패러디도 웃으라고 설정했겠지만서도...)’으로 제법 비중있게(?) 등장하는 개그맨 이혁재는 자신의 가슴팍털까지 과감하게 보여주며, 무표정하다가 일순 폭발하는 재미난 캐릭터를 보여준다. ‘찜질방 아줌마’로 등장하는 김애경도 마찬가지. 그녀가 출연하는 찜질방 장면은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뜨끈한 찜질방 바닥과 맥반석 찐계란이 생각나는 유쾌한 장면이었던 것.
‘그래서 웃기느냐 아니냐’에 대한 결론을 슬슬 내야할 것 같다. 예상했던 것보단 웃음이 터져나오는 장치가 적지 않지만, 늘어지는 후반이나 어쩡쩡한 몇몇 캐릭터는 눈에 거슬린다. 한은정의 첫 스크린 데뷔작치곤 ‘지선’ 역은 색깔이 너무 약하며, 올백 역을 맡은 <임꺽정>의 정흥채는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어색한 연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투 가이즈>가 뚜렷한 재미를 던져주지 못하는 것은 어디선가 본 듯한 스토리와 캐릭터가 주는 진부함이다. 그래도 박중훈과 차태현이 주는 안정적인 코믹 연기가 있지 않느냐 반박할 수 있을 듯. 물론이다. 두 사람을 합쳐놓으면 어떠한 재미가 생성될까 궁금한 관객들이라면, 주저없이(?) 그 ‘투 가이즈’를 만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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