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감독은 <디센트>로 이름을 날린 '닐 마샬'입니다.
그 다음작 <둠스데이>까지 나름 그 특유의 우울한 분위기를 잔혹하게 그려내는데,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지요.
그런 그가 간만에 내논 전쟁서사영화 <센츄리온>은 그 잔혹함과 분위기를
전장으로 옮겨놓는데 나름 성공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다지 재미는 없죠;
로마 최고의 막강 전투부대였던 제9군단은 픽트족과의 20년 전투 중 대패하고
그를 이끌던 장군 비릴루스는 픽트족에게 인질로 생포됩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로마 최후의 전사들은 구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적진으로 뛰어들지만,
구출은 실패로 돌아가고 숨막히는 추격전이 시작되죠.
로마 최후의 9군단...
실제로 전투 중 전원실종된 로마 9군단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인데요.
전쟁, 구출, 탈출, 피신, 도망 후 실종으로 이어진 그들의 이야기가
대하서사드라마처럼 펼쳐집니다. 물론 잔혹한 액션씬을 빼놓을 순 없지요.
그럼에도, 이야기는 로마 9군단보다는 살아남은 7명의 9군단 병사에게
초점이 주로 맞춰집니다. 생각만큼의 화려한 군단 전투씬은 등장하지 않는다는 말씀.
검투사 출신의 퀸투스에게 중심이 맞춰지며, 그 후 나머지 인물들의 살아남기위한
도망이 주로 이어지는데, 사실 그럭저럭 볼만한 편입니다.
다만, 보고나서 조금 허무하다는 정도...?
<300>이나 <스파르타쿠스>같은 이미지를 주는 영화인만큼
그런 것을 많이 기대하고, 특히 남성분들이 많이 보러가시는데 영화는 의외로
도망씬이 많습니다. 살아남기 위한 그들의 처절한 도주가 이어지지요....
그 뒤에는 '픽트족'의 최고여전사 '에테인'이 눈 부릅 뜨고 쫓아오기 때문이죠.
<007 : 퀀텀 오브 솔리스>에 출연했던 '올가 쿠릴렌코'가 그 역을 맡았는데요.
극 중 혀가 없어 대사 한마디도 안하지만, 오로지 살기섞인 눈빛과 행동만으로
로마 9군단의 살아남은 남자병사들을 위협합니다. 음, 연기 좋았어요.
그래도, 뭔가 볼만한 액션씬이나 이야기를 기대했던 관객들에겐
약간 심심한 영화로 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별로 좋지않은 평점이 그 증거이기도 하겠죠.
주조연으로 나온 마이클 패스벤더나 도미닉 웨스트도 이름은 알지만,
그다지 알려지지않은 배우이고, 흥행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부분은 극히 적군요.
실화라는 점이 강점이라면 강점이겠지만, 한때 세상을 호령했던 로마군의 위세를
보기에는 '픽트족' 역시 희생자일 뿐입니다. 다만, 영화 속에서는 살아남기위한 9군단 병사들을
응원하고 그들의 시점에서 그려지기에, '픽트족' 역시 야만족처럼 보일 뿐...
결국, '실종된 9군단 로마 병사'들은 대부분 픽트족에게 전멸 당했고,
살아남은 병사들마저 '패자 및 패전'을 인정할 수 없다는 로마 윗분들의 정치에 의해
죽임을 당하거나 결국 나라에서 쫓겨나는 삶을 살게 됩니다.
그래서, 결국 '실종'으로 처리된 것으로 볼 수 있겠죠.
('실종의 이유'는 영화적으로 재창조된 것으로 보이네요.)
'전쟁'에서 결국 희생되는 것은 '군인들'이요, 피해보는 이들은 '민간인들'이니...
그래도, 그들의 전쟁이야기를 보고 크게 와닿거나 남는 것이라고는 별로 없는데,
영국인인 '닐 마샬' 감독이 굳이 무엇을 위해 만들었는지..하는 생각이 조금 드네요.
그들의 '실종된 이야기'가 다소 흥미로웠나 보군요.
영화는 꽤 잔인합니다. <피라냐>만큼은 아니지만, 목 날아가고 머리 깨지고 그럽니다.
연인분들, 여자분들은 별로 좋아할만한 구석이 없는 전쟁영화가 되겠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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