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츄리온(centurion)은 고대 로마 군대에서 100명의 병사를 거느릴 수 있는 '백부장'이라는 계급을 말한다. 영화는 AD 117년을 배경으로 로마 제국의 정복군이었던 9군단과 영국 북부의 야만족으로 알려졌던 켈트족의 일파인 픽트족의 전쟁을 소재로 했다고 한다.
'센츄리온'은 개인적으로 기대가 많았던 영화였다. 그 이유는 영국의 닐 마샬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 때문이다. 닐 마샬은 놀랍고 특별했던 '디센트'를 감독했으며 또한 자본에 굴복한 형편없었던 '둠스데이'도 만들었던 감독이다. '디센트'의 완성도를 기억하기에 '센츄리온'에서 그 재능을 회복했기를 기대했다.
'센츄리온'의 광고는 피로 물든 광기 어린 전쟁을 포인트로 하고 있다. 실제로 전투 장면의 잔인함은 상당한 수준이다. 그러나 영화의 진짜 주제는 스펙타클한 액션도, 군인의 명예도 아닌 생존 본능이라 생각된다. 바로 혼란, 야만이 혼재하는 사냥과 추격이 그것이다. 영화는 로마의 야망으로 출정했던 3천명의 9군단이 모두 죽고 살아남기 위해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는 패잔병들과 복수의 일념으로 그들의 뒤를 쫒는 픽트족의 추격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그 추격은 단순하고 실망스럽다. 영국 브리튼의 북부 산악을 필사적으로 내달리는 로마 전사들을 원거리로 잡은 장면들은 가슴을 뛰게 만들 수도 있겠지만 단지 그뿐이다. 아드레날린이 넘치는 긴박감도 부족하고, 쫒는 자와 쫒기는 자의 심리 싸움도 없으며, 추격의 정밀함도 없다. 인물의 캐릭터도 정밀하지 않아 그들의 억지 드라마에도 납득하기 힘들다.
후반에 끼워 넣은 아름다운 'witch'의 등장으로 그럭저럭 이어가던 추격도 끝나고 너무나 통속적인 엔딩과 함께 영화도 맥없이 끝난다. 다만 감독의 흥행에 대한 배려 덕분에 피와 살이 튀는 고대의 전투와 야만성에 관심이 있는 관객이라면 충분히 흥미롭게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또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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