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레이 찰스의 일대기를 다룬 <레이>와 조니 캐시와 준 카터의 음악 인생을 재조명한 <앙코르>까지 전설적 가수들의 삶을 다룬 영화들은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의 사랑을 독차지 해왔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다소 생소한 ‘바비 대런’은 37살에 요절한 천재 가수로, 어린 시절부터 그를 흠모해 왔던 케빈 스페이시는 제작과 각본 감독까지 겸하면서 까지 바비 대런에 대한 존경심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유명 뮤지션의 인생을 다룬 전기 영화가 지닌 ‘당연함’을 뮤지컬적 요소를 첨가, 영화 속 또 하나의 영화로 풀어낸 방식은 분명 신선하다. 그가 부른 불후의 명곡 <비욘드 더 씨>는 바다 저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랑하는 연인을 그리워하는 내용이지만 당대 최고의 여배우였던 ‘산드라 디(케이트 보스워드)’를 아내로 맞은 그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오드리 헵번을 능가하는 인기를 구가했던 그녀가 영화까지 승승장구 하는 남편을 견디는 방법은 ‘침묵’이 아닌 ‘조롱’이었기 때문이다.
<앙코르>가 소울 메이트가 음악에 끼치는 위대함을 보여줬다면, <비욘드 더 씨>는 노래보다는 ‘바비 대런’ 자체만을 다룰 정도로, 이 영화는 화려함에 감춰진 한 음악가의 ‘삶’을 이야기 한다. 성인이 되어 밝혀졌기에 더 끔찍했던 출생의 비밀은 케네디와 함께 미국정부를 재 건설하려던 정계의 꿈을 포기하게 만들고, 건강은 더욱 악화된다. 15세까지 살면 기적일거란 허약한 심장은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되살아났지만 그 시간은 길지 못하다.
자신의 우상이었던 프랭크 시내트라를 뛰어넘는 인기와 부를 쌓았지만 개인적으로 힘든 결혼 생활과 음악적인 한계에 부딪혔던 그의 리얼한 삶은 <아메리칸 뷰티>에서 검증 받은 케빈 스페이시 특유의 유쾌함으로 우울하지만 흥겹게 보여진다. 특히 그가 직접 부른 노래와 춤은 불혹의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바비 대런’의 전성기를 재현해냈다. 전기영화가 지닌 ‘지루함’을 음악으로 승화시킨 <비욘드 더 씨>는 최고의 타이밍에 맞춰 흘러나오는 바비 대런의 노래로 “기억은 빛 줄기와 같다”는 영화 속 대사처럼 관객의 영혼을 울린다. 음악을 통해 삶을 연장했던 그의 인생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