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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걸>[언페이스풀] 자극적 불륜의 유혹 그리고... 언페이스풀
mvgirl 2002-09-02 오전 9:43:13 2482   [4]
<언페이스풀(Unfaithful)>이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감독중의 하나인 애이드리언 라인감독의 5년만의 컴백작이다.
혹자들은 그 감독이 누구냐고 물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가 <플래쉬 댄스 (Flashdance)>, <나인 하프 위크 (nine 1/2 weeks)>, <위험한 정사 (Fatal Attraction)>, <야곱의 사다리 (Jacobs ladder)>, <은밀한 유혹 (Indecent Proposal)>, <로리타 (Lolita)>등의 화제작들을 연출한 감독이라는 걸 알면 ”아!”하는 감탄사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꽤나 화려한 프로필에 비해 그는 국내에서 그다지 유명(?) 한 감독은 아니었던 듯싶다.

내가 처음 그의 작품을 접하고 그의 이름을 기억한 계기가 되었던 건 그를 유명하게 했던 <나인 하프 위크>였다. 우연히 비디오로 접한 영화는 그 영화가 가지고 있는 화려하고 감각적이며 세련된 영상과 화려한 영상에 딱 어울리는 멋진 음악들은 이 영화를 굉장히 인상적인 영화로 오랫동안 기억하게 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이 작품을 만든 애이드리언 라인감독의 작품을 눈여겨 보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은 작품성만 따지고 든다면 수작이라든가 명작의 범위에선 좀 빗겨난 통속적인 작품들이 대부분이다.(<야곱의 사다리>만 제외하고, 물론 그의 이름 때문에 이 작품을 접하 긴 했지만 이 작품은 그가 만들어온 다른 영화들의 내용과 굉장히 다르다. 하지만 나에겐 꽤 인상적인 작품이었고 그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진지함이 더해진 완성도가 높은 수작이라 이야기 하고 싶다.) 하지만 영상이나 음악에 대한 감각만큼은 그것도 자극적(?) 설정의 줄거리에 도시적, 현대적 감각의 내용이 담긴 작품이라면 그의 진가를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꽤 괜찮은 영화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건 장담해도 될 것이다.

앞서 말한 프로필에서도 느꼈겠지만 애이드리언 라인감독의 장기는 멜로다.
그것도 굉장히 도발적(?) 내용의 멜로…
9주 반 동안 서로의 육체에 탐닉하는 남녀의 애정행각을 다룬 <나인 하프 위크>나, 외로웠던 한 여자의 한 남자에 대한 위험한 집착을 다뤘던 <위험한 정사>, 돈을 가지고 사랑을 떠보는 <은밀한 유혹>, 딸 같은 소녀에 집착하는 영화 <로리타>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은 전반적으로 비정상적인 상황 속의 멜로를 주로 그린다. 어쩌면 사랑을 두고 장난을 한다는 느낌까지 들게 한다.
영화 <언페이스풀> 역시 그 영화들의 연장선상의 영화로 보여진다.
내용상으론 그의 전작인 <나인 하프 위크>와 <위험한 정사>가 교묘히 결합된 것 같은 느낌 을, 영상적인 면에선 과거의 작품들보다 훨씬 더 세련된 도시적 감각을 느끼게 한다. 또한 팝을 사용해서 영화에 경쾌함을 주었던 전작들에 비해 굉장히 안정적인 느낌의 피아노 소품 등으로 클래식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은 안정적이었던 ‘썸너’의 가정과 그것의 파괴에 따른 격정을 느끼기에 꽤나 적절한 연출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음악만 두고 본다면 약간은 클래식하고 시골적이며 도발적인 느낌을 주었던 전작 <로리타>의 느낌도 일부 느낄 수 있었다.

‘불륜’이라는 소재는 꽤나 자극적이다. 그리고 또한 묘하다.
그도 그럴 것이 불륜이라는 것 자체가 기존의 정형을 무너뜨리는 것이기에 굉장히 위험해 보이고 그래서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이나 당사자에게 자극으로 다가온다. 또한 불륜은 그들 이 처해져 있는 상황이나 입장, 그리고 관점에 따라 상당히 다른 느낌으로 그려질 수 있기에 굉장히 묘하게 느껴진다.
흔한 얘기로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사랑’이라는 얘기가 있다.
‘불륜’은 그 당사자들에겐 아름답고, 안타깝고, 절실한 사랑일 수도 있겠지만 그들과 직접 가정을 이룬 가족들이나 주변인 들에겐 나쁘게 보일 수도 위험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 속의 코니, 그녀는 무엇 하나 모자랄 것이 없는 평화롭고 안정된 가정의 아름답고 행복한 안주인, 결혼 후 10년 동안 그녀를 변함없이 사랑해 주는 남편,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스런 아들이 있다. 그녀에게 ‘일탈’이란 단어는, 그것도 ‘불륜’이 라는 단어는 있을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에겐 아무런 부족함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완벽한 그녀이기에 그녀가 보여주는 일탈과 불륜은 관객들에겐 꽤나 위험하고 불안하게 비춰진다. 그녀의 일탈은 그녀 자신에겐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강렬한 쾌락으로 인도하기는 했지만 그녀의 가족은 불안과 불행의 나락으로 빠져들게 하는 계기가 되어 버린다.
그래서 그녀의 사랑이 관객에게 아름답게 비춰지지 않는 건 그녀를 사랑하는 그녀의 남편의 진심을 관객이 느낄 수 있었기에, 너무도 행복했던 가정이었기에 그리고 그녀에게 새로운 사랑(?)에 눈을 뜨게 한 남자가 그녀에 진실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그 남자의 진실 성을 의심하면서도 그에게 자꾸만 집착하는 모습이나 자신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면 서도 그것을 바로잡지 못하는 그녀이기에 더 불온해 보인다.
어쩌면 그녀는 생전처음 느낀 강렬하고도 환희에 찬 육체적 쾌락에 몸과 마음이 마비되고 그것에 서서히 중독되어 그녀의 주변을 망각하고 행동을 조절할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년에 느낀 순간적 사랑에 빠져 행복감을 느끼는 그녀의 내면은 일부 이해가 가지만 불온의 나락으로 빠져들어 주위를 불행하게 하는 모습은 아름답지도 운명적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그녀가 벌이는 일탈을 빨리 수습해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녀가 벌이는 일탈적 애정행각이 더 불안해 보이고, 위험해 보이는 건 그녀의 생활이 너무나도 완벽했기 때문이다. 너무도 평범하고, 일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평범한 사람 들이 느끼는 일탈의 느낌은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 느끼는 느낌에 비해 훨씬 강하고 때때 로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큰 자극으로 다가오는 경우를 볼 때가 있다. 여지껏 그런 일탈을 불륜을 꿈속에서도 상상해 보지도, 실행해 보지도 못했던 그들이었기에 일탈이나, 불륜의 유혹은 그 강도가 다른 이들에 비해 훨씬 강하게 전달된다. 그래서 코니는 자신이 벌이는 불온한 애정행각(?)의 헛됨과 그릇됨을 스스로 알고 있으면서도 그 강렬한 마수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게 되어 버린 것이다.

영화 속 코니가 빠져드는 유혹은 그 유혹의 방법이나 상황은 좀 달라 보이지만 <나인 하프 위크>의 엘리자베스가 존을 만나게 되면서 대담하게 변해가는 육체적 격정과 비슷해 보인 다.(물론 엘리자베스는 이혼녀이고 코니보다 얌전해 보이진 않지만)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고 했던가 ?
코니가 처음 경험한 위험한 유혹(?)은 그녀의 마음속 깊이 감추어진 격정을 불러일으키며 그녀의 (불륜) 행각에 점점 대담함을 더해간다.
<나인 하프 위크>의 엘리자베스가 존의 행동과 태도에 불안함을 느껴 그들의 관계를 정리하려 결심을 하는 반면, <언페이스풀>의 코니는 점점 그 불안함의 쾌락으로 빠져만 들어간다. 마치 마약을 끊지 못하는 중독자처럼 점점 그에게로 빠져만 들어간다.

코니는 그녀에게 다가온 매력적인 젊은 이국 남성이 뿜어내는 묘한 이끌림이 신선했고 그가 발산 하는 유혹이 자극적이라 새로움을 느꼈을 뿐일 것이다. 지루할 정도로 평범한 그녀의 일상은 사랑은 하지만 조금은 식상한 느낌을 주는 남편은 그녀에게 평온함을 주었지만 그녀의 삶에 활력을 주지는 못할 정도로 고루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가 경험한 일탈은, 불륜은 마약의 유혹처럼 빠져들어가기는 쉽지만 빠져 나오기는 쉽지 않아서 스스로 자신이 망가져 가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 마약을 쉽사리 놓지 못하는 마약 중독자처럼 그녀는 중독을 스스로의 의지로 극복하지 못하고 그것으로 인해 벌어지는 불온한 상황은 비극적 엔딩을 예감하게 한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치닫는 그녀의 그리고 그녀의 남편의 깨달음과 복수는 어째 조금 갑작스럽다는 느낌이다.
전반부에서 보여지는 숨막히는 코니와 폴이 엮어가는 격정과 쾌락과 그들을 단죄하듯 보여주는 에드워드가 만든 복수극은 전반부의 자극만큼 꽤나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다. 영화는 그 다음부터 왠지 표류를 하는 듯한 느낌이다.
살인 이후에 에드워드가 보여주는 코니가 보여주는 행동이 어쩐지 자연스럽지 못해 보인다. 어쩐지 지지부진해 보인다. 감정의 극단에 치달아 살인까지 한 에드워드의 행동은 코니를 완벽한 가정으로 다시 되돌 리게 하기 위한 행동이라기 보단 코니에게 단죄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생각이 되었지만 그 후 에드워드가 보여주는 코니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은 조금은 의외라는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코니의 극단적 일탈로 인해 느끼는 공허함과 그것에 따른 가족의 소중함을 느낀다는 내용으로 전개가 된다던가 아니면 아내의 외도를 안 에드워드가 그녀의 그에게 복수하였다면 그것이 코니에게도 이어져서, 그녀의 일탈로 인한 가정의 파괴가 이루어 지는 모습이 보여져야 할 법도 한데 (마치 해피 엔드의 최민식 처럼..) 영화는 너무도 억지스럽게 코니를 가정으로 되돌리려고만 한다. 또한 변함없는 에드워드의 사랑은 극의 억지스러움을 더해준다.

영화는 <언페이스풀>은 애이드리안 라인감독 작품답게 굉장히 세련되다.
영화는 여성의 심리, 주인공 코니가 우연히 만난 남성의 유혹에 흔들리고 망설이는 모습을 세심하게 잡아간다. 그녀가 공중전화 박스 앞에서 망설이는 모습이나 그녀의 집에서 그의 전화번호를 발견하고 망설이는 순간적 느낌을 잘 포착한다. 또한 그녀를 아파트에 들이곤 얼음으로 상처를 보듬어 주는 남자의 모습이나 그녀를 유혹하듯 코트를 받아주는 그의 모습은 젠틀하다기 보단 자극적이다. 영화는 여성과 남성의 행동 하나하나에 섬세한 모습을 화면에 담아 관객에게 그 어떤 자극보다 짜릿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그들이 느끼는 격정을 예감케 한다.
영화는 그의 전작들인 <나인 하프 위크> 속의 일탈적이고 비 정상적인 사랑과 <위험한 정사>의 스릴러적 느낌이 혼재 된 약간을 울거먹기식의 줄거리를 느끼게는 하지만 오랜 만에 만나는 애이드리안 라인감독의 세련되고 화려한 영상과 탁월한 음악감각은 영화 보는 보람을 느끼게 한다. 적어도 줄거리의 측면에서 본다면 이 영화는 분명 실망스러운 스릴러 일수도 있다. 하지만 애이드리안 라인 감독이 연출하는 세련된 영상은 초반 폴과 코니의 격정적 사랑을 애로틱하게 표현하기에 너무도 적절했고 오랜만에 부부로 호흡을 맞춘 다이안 레인과 리처드 기어의 모습도 꽤나 안정적이다. 더구나 폴 마텔로 분한 올리비에 마르티네라는 신성은 영화의 재미를 넘어서 이 영화의 하나의 수확처럼 느껴질 만큼 굉장히 인상적이다. 그가 연기한 폴 마텔은 코니의 완벽하고, 평온한 일상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도 충분할 만큼 뇌쇄적이고 매력적일 뿐 아니라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그의 인상이 오랫동안 남았다.

영화 <언페이스풀>이 주는 느낌은 꽤나 자극적이고, 육감적이다. 그리고 세련되다.
애이드리안 라인 감독이 늘 그렇듯 그의 장기를 영화 속에 십분 발휘해 그가 늘 그리는 줄거리만큼이나 자극적이고 세련되고 화려한 영상을 만들어 내는데 손색이 없다. 그래서 난 이 영화 속 그가 만들어낸 영상에, 음악에 흡족해서 꽤나 즐기면서 영화를 본 편이다.
하지만 그 흡족함 뒤에는 줄거리에 대한 아쉬움과 씁쓸함이 남았다.
영화 <언페이스풀>은 어정쩡하다. 이전 그의 전작인 <위험한 정사>처럼 철저하게 스릴러로 치달은 것도 아니고 <나인 하프 위크>처럼 철저하게 일탈적 멜로를 그린 것도 아니다. 영화는 단지 관객에게 자극만을 주고 그것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난 그의 작품에서 메시지를 바라지 않는다. 통속적인 작품에 도발적 내용이라면 무언가 관객들도 공감할 수 있을 만한 깔끔한 마무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아쉽다. 좋은 배우들의 멋진 공연이 있었고 아름다운 영상이 있었고 그것에 뒷받침되는 괜찮은 음악이 있었지만 허술한 줄거리 때문에 관객에게 그렇고 그런 느낌의 영화로 치부될 것 같아서 아쉽다.
차기작에서는 멋진 영상만큼이나 멋진 배우들의 모습만큼 완성도 높은 줄거리로 우리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는 영화로 다시 다가오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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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페이스풀(2002, Unfaithful)
제작사 : New Regency Pictures, Fox 2000 Pictures, Intertainment, Kopelson Entertainment / 배급사 : A-Line
수입사 : 드림맥스 / 공식홈페이지 : http://www.unfaithf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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