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끌렸다면, 오로지 '평행이론'이라는 소재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진희나 이종혁의 연기나 연기변신을 기대했을리는 만무하고,
링컨과 케네디의 평행이론 삶 등 흥미로운 소재로 '패러럴 라이프'라는 특이함을 전면적으로 내세웠기에
그에 대한 기대치를 채워주어야 이 <평행이론>이라는 영화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을 것이다.
영화는 '평행이론'이라는 소재를 비장의 카드로 내세운만큼,
그에 내용을 맞추기위해 꽤나 노력한 것 같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링컨과 케네디의 대표적인 예 외에 얼마나 그런 사례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들의 이력에 관해 숫자적인 일치함과 상황적인 유사함을 두고
'평행이론'을 너무 전면적으로 내세웠다는 점, 조금 가벼웠다고 본다.
과거의 유명사건을 참고해 모방범죄로도 볼 수 있는 사건들을 두고 '평행이론'이라고 단정짓기는 좀....
흥미를 끌기에는 더할나위 없는 소재지만, 그만큼 만족시켜주지 못했을 경우 영화에 손을 내려주게 된다.
한마디로 일요일아침에 하는 '신비한TV 서프라이즈'에나 나올 믿거나 말거나 류의 소재로
영화까지 만든 것도 대단하지만, 그것을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에 맞춰 영화를 끝까지
맞출려고 한 점 역시 박수쳐줄만은 하다.
하지만, 보고나서는 역시 '그다지...'라는 반응이 나오게 되었다.
무리하게 억지스럽다라는 생각이 든건...
지진희와 한상준 판사의 위치가, 링컨과 케네디 정도인가?
굳이 그들에게 '평행이론'이 펼쳐져야한다는 것도 참....
30년전의 사건을 만들어, 무리하게 한사람 한사람을 대치시켜 '반복'이라는 부분을 대입시킨 것
좀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반의 지진희의 아내로 나오는 이쁘기만 하고 연기는 별로인 배우나
혀짧은 발음의 경향신문의 박기자가 나올 때부터 왠지 불안했다.
영화의 장면마다 나오는 고딕&앤티크적인 집안 배경에 열심히 신경썼지만,
그만큼 배우연기나 이야기의 매끄러움에 대해 더 신경썼으면 좋았을 법 했다.
단서라고 할만한 것을 관객들에게 던져주고 같이 추리해가는 스릴러가 아니라,
주인공인 지진희하고 같이 고때고때 단서를 같이 보면서 결말까지 알아가야하는 방식이다.
그러다보니, 관객은 추리보다 '범인은 누구?'라는 것에 거의 찍기식으로 마음을 옮기게 마련이다.
단서보다는 용의자로 보이는 인물들을 곳곳에 배치해놓고, 누가 범인이게?하는 분위기만 띄울 뿐이다.
후반의 반전강박증도 역시 한국영화 혹은 스릴러영화의 패착의 원인이다.
꼬고 꼬고 또 꼬고. twist 덩어리다.
아~ 이 사람? 엇, 이 사람이 아니네, 그럼 이 사람? 이 사람도 아니네. 헉;;; 그럼 얘가 범인???
처음부터 대놓고 나왔던 하정우는 그럼 뭐???
한, 두번으로 끝내도 될 범인밝히기를 무리하게 여러번 펼치다 보니 그 김이 팍팍 새어버린다.
이건 좀 무리수였다. 그리고, '평행이론'이라는 주제에 무리하게 맞추면서 여운을 남기는 듯이 끝나는 엔딩...
'평행이론'이라는 소재는 일요일 아침에나 tv에서 볼만한 소재이며,
그 안에 숨겨져있는 치정적인 이야기는 막장드라마로 아침드라마에서나 볼만한 소재이다.
'평행이론'이라는 신비로운 소재가 '치정'이라는 현실적인 막장드라마의 소재와 만나는 순간,
이 영화의 신비로움과 매력은 이미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영화를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당시에는 공정한 판결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까 하나같이 문제투성이야."
판사 지진희가 했던 말인데, 음... 그렇네. 그렇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죠...?
배우들의 옹알이적인 발음때문에 중요한 대사도 잘 알아듣기 힘들었고,
지진희는 그다지 전과는 다를 바 없는 이미지와 연기에,
영원한 2인자 이종혁은 자주 등장했음에도 존재감 약함에...
여러모로 배우들에게도 아쉬움이 남았다.
요즘 한국스릴러영화들의 흥행마지노선이 거의 전국 100만들인데,
그 언저리에서 머무르고 있다는 것은 역시 그 '한계'라는 부분을 못 넘고
비슷한 수준의 영화가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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