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된 사나이를 본의 아니게 두번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시사회 당첨으로 보았고, 오늘 같이 영화보러 가 달라는 동생 때문에 보게 된 거죠.
첫번째는 15세 등급이었다는데, 19세 등급 확정받고 편집을 좀 달리 했다더군요.
몇 장면이 추가되고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었던데요, 역시 영화가 편집의 예술이라는 건 진리인 듯해요.
첫번째 볼 때도 흥미롭게 봤는데, 시선이 갔던 건 김명민이 딸을 찾아 가는 과정과 그 가운데 이루어지는 싸이패스 엄기준의 행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달리진 편집본에는 딸을 잃고 달라진 김명민의 감정을 보다 분명하게 하는 씬들이 있었습니다.
몇 장면이 보강되니 더 분명하게 김명민의 감정변화에 공감이 되더군요.
그가 목사직을 벗어던질 수밖에 없던 절망감, 그리고 그 가운데 자신을 버려두는 체념...
그랬던 그가 딸이 살아 있음을 발견하고, 지난 일에 대한 회안에 사로잡힙니다.
그리고 딸을 찾기 위한 험난한 과정에 뛰어들죠.
결국 그는 딸을 만납니다.
딸을 처음 대면할 때의 그 표정,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마지막 딸과의 대면에서 그는 너무나 편안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 미안함, 슬픔, 그렇지만 그가 딸을 찾음으로 그의 아픔도 치유되고 있음을 보이더군요.
그는 딸을 잃음으로 파괴되었지만, 다시 딸을 찾음으로 회복되는 거죠.
그의 딸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버지의 마음을 확인하고, 딸은 긴 고통의 시간을 치유할 가능성을 지니게 됩니다.
스토리에 반전이 없다 할 수 있지만, 이 영화의 메세지는 이 영화 제목의 반전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 보고 왠만하면 리뷰 안 쓰는데, 오늘 이 영화 보고 인상적인 점들이 있어 몇 자 남기네요.
파괴된 사나이에서 김명민과 엄기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것, 참 흥미로운 일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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