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자 대한극장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방금 막 관람하고 온 저의 7월 기대작이었던 "파괴된 사나이"는
제 생각만큼 엄청난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올해 영화계에 한 획을 그을 영화는 아닌 것 같네요.
그래도 탄탄한 연기력과 목소리가 좋은 김명민과 엄기준의 주연으로 충분한 재미와 감동이 있었습니다.
김명민의 경우 대한민국에서는 이미 연기의 신으로 인정받은 배우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순신 이후
주연으로 출연하면서 보여줬던 그때마다의 최상의 연기력이 이번 영화에서는 그다지 발휘되지 않았습니다.
본인은 열심히 연기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제가 더이상 김명민의 연기를 신선하고 감명깊에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른 모양입니다(이래서 사람은 너무 열심히 하면 나중에 할 게 없습니다^-^;;)
이 점 때문에 이 영화에서는 싸이코패스 납치범을 연기한 엄기준이 더욱 돋보였습니다. 엄기준의 연기력은
뮤지컬과 연극계에서 이미 검증되었습니다. 게다가 너무나 안정적이고 울림이 좋은 목소리를 가진 배우죠.
이 영화의 특징을 하나 꼽자면 목소리를 들 수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목소리의 울림이 좋은 특이한 배우들이
출연을 했다고 느꼈습니다. 주연인 김명민과 엄기준은 좋은 목소리로 정평이 나있는 배우죠. 그밖의 조연과
카메오로 출연한 이병준(공부의 신 양춘삼 쌤^^;;)과 오광록 또한 자신만의 목소리 독특한 울림을 가진 배우
들입니다. 이는 극중 사이코패스 최병철 역의 엄기준이 오디오광이란데서 비롯한 설정으로 느껴졌습니다.
최병철은 좋은 소리, 좋은 울림을 내는 고급 빈티지 엠프에 관해 집착적일 만큼 애정을 보이는 인물로 등장해
시종일관 본능적일 정도로 놀라운 청각과 그로부터 상대방의 상황을 읽어내는 능력을 나타냅니다. 이 점이
배우 캐스팅 전반에 목소리가 좋아야한다는 전제를 심어놓게 된 계기인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서 납치범을
추적하는 모든 방법의 중심에는 최병철의 목소리가 있을 정도입니다. 그의 목소리와 말투가 실마리이죠.
딸을 찾으려는 아버지와 그를 농락하는 싸이코패스 납치범이라는 설정에서 벌써 비슷한 비중을 나타내고
있는지라 같은 분량을 보고 나면 여지까지 보아온 김명민의 연기보다는 엄기준의 연기에 더욱 집중하게
됩니다. 김명민에게서는 하얀거탑의 장준혁과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가 종종 보였습니다. 물론 엄기준
에게서도 그.사.세의 까칠PD의 잔재가 있었지만 김명민 정도는 아니었죠(주연을 했던 횟수의 차이인듯)
엄기준의 살인마+납치범 연기는 손색이 없었지만 확실히 추격자의 하정우를 뛰어넘는 연기는 아니었습니다.
국민 살인마가 되기에는 2% 부족했다고 할까요? 애시당초 디렉팅이 굉장히 태연한 사이코패스로 되어있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그들은 다 태연하게 살인하고 범죄를 저지르기는 하지만 최병철은 더욱 양심이라던가
고민이라던가 하는 것이 없는 상태의 사람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애시당초에 설정이 굉장히 태연하게 살인
굉장히 태연하게 학대, 굉장히 태연하게 납치...이런 설정인지라 정말 굉장히 태연했던 엄기준의 연기가 죽었
다고 생각됐습니다. 설정자체에 엄기준의 연기가 묻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불필요한 장면도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김명민의 짤막한 베드씬입니다. 타락한 목사를 보여주려는 장면으로
넣은 듯했는데 굳이 안그래도 벌써 타락한 티가 팍팍 나는 김명민이었습니다^^;; 같이 간 동행은 엄기준의
올누드 장면도 불필요하다고 말했는데 저는 생각이 조금 달랐습니다. 오디오광 살인마...오디오에 미쳐서
그로 인해 저지르는 범죄따위는 쏘 쿨 아돈케어 하는 느낌이 팍 와닿는 장면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이 놈 진짜
미친놈이구나...라고 생각하게 해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짧지만 필요했다고 보네요. 박쥐의
송강호 그것 노출씬처럼요^^;;
살인장면은 굉장히 잔인하고 특히나 사운드가 사실적으로 들립니다. 시각적으로는 생각보다 내리치거나
찌르는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지는 않은데 소리 자체가 안봐도 계속 찌르고 있구나 내리찍고 있구나
이런 느낌을 줍니다. 피는 많이 나오네요. 그런 거 못보시는 분들은 피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저는 살인장면
이 굉장히 잘 만들어졌다고 느껴졌습니다. 굉장히 태연하면서 잔인합니다. 특히 외국인 여자분을 죽이는
장면이 최병철의 사이코패스 성향을 진하게 보여줍니다.
아...그리고 박주미는 굉장히 적은 비중입니다. 주연이라고는 볼 수 없겠더라구요. 그런데도 이 영화랑
모 드라마를 저울질 했다는 괜한 발언을 했다니...이해가 안가더군요.
김명민의 딸로 나오는 아역배우의 연기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덕분에 후반에서 몰입이 잘 되더라구요.
결말은 솔직히 말해 적당했습니다. 그냥 적당한 정도였네요. 특별한 임팩트도 없었고 이제 후반이니까
결말을 내자 후다닥...뭐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김명민과 엄기준이 나와서 이 정도로 재밌게 본
것 같네요. 영화의 완성도는 보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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