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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아쉽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합격점 파괴된 사나이
shin424 2010-06-19 오전 11:40:10 774   [0]

 

* 어제 서을 극장에서 시사회를 통해 보고 왔습니다.

 

 

◦ 일단... 좋은 소재와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걸 가지고 조금 밖에 나아가질 못했다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인트로 장면을 통해 기존의 유괴극과는 다른 설정들을 제시하고 있고, 초반부부터 후반부에 터질 상당한 이펙트를 서서히 쌓아올리는데, 이렇게 잘 쌓아놓고 난 후에 전개해 나가는 본 이야기는 새로울 것 없이(딱 한 장면 새롭죠...) 기존의 유괴 영화 공식을 정말 철저하게 따르고 있습니다.

 

 

 정말 크게 아쉬운 건 새로운 설정 속에서 너무 많은 것을 시도하려고 했다가 어느 하나 깊숙하게 파고 들어가는 것이 거의 없다는 느낌이 든다는 겁니다. 싸이코패스의 내면도, 주인공의 신앙적인 고뇌, 내적 갈등과 믿음, 그리고 강력한 부성애.. 그리고 경찰에 대한 약간의 조롱(?)까지.. 이 모든 걸 다 담아내려다가 오히려 겉만 돌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이동진 기자님 말처럼 깊이가 결여된 영화라는 느낌이 듭니다.)

 

 

◦  처음에는 정말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영화가 될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생각할 거리보다는 장르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스릴과 서스펜스를 던져주는데 더 충실한 영화인 것 같습니다. 분명히 캐릭터 중심의 새로운 설정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설정과 모든 재료를 갖추었지만 정작 감독은 캐릭터 중심의 영화보다는 각 장면에서의 서스펜스를 주려고 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기본 설정으로만 보면 영화는 확실히 주인공을 중심에 두고, 유괴 극보다는 그로 인한 피해자 가족들의 고통, 그들의 내면적 아픔을 그리려는 영화 같습니다. 주인공인 주영수는 목사인데, 딸이 납치당한 이후에 딸의 시체조차 찾지 못한 채 8년이라는 시간 동안 믿음을 잃고 타락해지고 믿음을 잃습니다. 8년이 지난 후에, 혜린이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고 난 후, 주영수는 더 많은 것을 잃고 스스로를 극한의 상황 속으로 밀어 넣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해결되고 난 후에도 결국 주영수는 자신이 얻으려고 하는 걸 얻기 위해 스스로를 파괴의 길로 이끕니다. 그리고 이런 파괴의 끝에는 일말의 희망의 빛이 비춥니다.(그러면서 작위성이 전혀 없는 마지막 장면의 드라마적인 여운은 정말 크긴 큽니다.) 이렇게만 보면 그에게 주어진 외부의 폭력과 범죄, 추악함(여기에서는 유괴)이 어떻게 한 인간을 파멸로 이끌고 파괴의 길을 걷게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주인공의 신앙적인 고뇌와 내적 갈등은 거의 등장하지 않고, 저것들을 통해서 끄집어 낼 수 있는 진지한 종교적 텍스트와 참된 믿음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탐구. 싸이코패스의 추악한 내면에 대한 해부 등 내적인 깊이는 거의 없습니다. 그저 자극과 호소에 승부를 거는 영화죠.

 

 

◦ 설정이 지나칠 정도로 극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주인공에게 가학을 주고, 그를 파괴시키고 고통을 선사하고, 그 속에서 괴로워하고 절규를 토합니다.(이렇게만 보면 이창동 감독의 <밀양>에서의 신애를 보는 듯한...??)

 

 

 

 

 이렇게 주인공을 파괴시키는 영화에 김명민 만큼이나 더 적절한 캐스팅이 있겠습니까? 배역을 맡으면 항상 스스로를 그 배역을 위해 파괴시키는, 그리고 이 영화 속에서 주영수라는 캐릭터는 선한 목자에서 타락한 사업가로, 그리고 부성애로 들끓는 모습까지 정말 다양한 모습과 성격을 한 번에 담아내야하는 캐릭터이기에, 이런 역할을 맡는데 있어서 항상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거의 공식이자 일상과도 같은 김명민 만큼이나 적절한 배우는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역시, 예상했던 대로, 그는 이 캐릭터에서 뽑아낼 수 있는 모든 것, 아니 그 이상을 보여줍니다.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된 그의 연기는 언제나처럼 일단 보통 수준은 쉽게 넘어섭니다. 그런데... 김명민이 이전에 보여준 연기에 비하자면, 이번에 그가 보여준 모습은 약간 평범한 듯한, 그니까.. 새로운 것이 거의 없었다는 느낌을 있었습니다. 다른 배우가 연기했었더라도 (이 정도 만큼은 아니겠지만) 충분히 임팩트를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이렇게 말해도 김명민... 정말 본좌 급의 연기를 보여주긴 하십니다.)

 

 

 

 

 그래도 이 영화는 김명민의 연기보다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배우인 엄기준의 연기가 더 기억에 오래 갈 것 같습니다. 시트콤과 뮤지컬을 통해 많이 알려진 배우로서, 영화는 이번이 첫 출연작이라고 들었는데... 정말 극중의 싸이코패스와 100%의 싱크로율을 자랑합니다. 상당히 순해 보이는 얼굴에서 상당한 싸이코스러움을 다 뽑아낸, 그야말로 영혼과 양심이 없는 모습을 정말 무섭게 보여줍니다. 살인을 지으면서 그 변하지 않는 천연덕스러운 모습이라뇨. 최소한 저에게는 <추격자> 이후 한국 영화에서 나온 최고의 악역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가질 생각이 없습니다.(최소한 제 기억 속에는 없습니다.) 아. 그리고 주영수의 아내로 나오는 박주미는 딸이 살아 돌아오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면서 고통을 겪는 모습을 짧지만 정말 인상적으로 보여줬고요.(극에서의 분량이 정말 작지만요.)

 

 

 
 

 

 

◦ 생각할 거리가 없다고 위에서 약간 투덜(?)거렸는데 이 영화에서 제공하는 스릴과 서스펜스는 정말 좋습니다.(최소한 최근에 줄줄히 나왔던 가학만 즐기고 스릴을 줄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벼락치기형 한국식 스릴러보다는 낫습니다.) 이 서스펜스는 잘 짜여진, 치밀한 극의 구조 속에서 나오는 것은 일단 아닌 것 같습니다.(그렇게 보기에는 주인공의 답답한 행동이 너무 많았던 것 같아요. 허무하고 우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많고요.) 대신에 장면 하나하나에서 주는 스릴은 정말 미칠 지경입니다. 칼이 난무(아... 난무까지는 아니구나... 암튼...)하고, 도끼질(도끼질이 이렇게 무서웠던 것도 샤이닝 이후 처음이었다는...) 하면서 벌벌 떠는 모습.... 정말 무섭기 그지없습니다...

 

 

◦ 피곤해서 주저리 주저리 썼지만(그것도 졸면서...)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매끈하게 만들어진 대단하고 성찰적인 장르 영화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웰메이드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영화입니다. 최소한, 추격자의 대성공과 대극찬 이후 쏟아져 나왔던 정말 뭣 같은 영화들에 비하면 이 영화는 정말 양호하고 만족스러운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쉬운 게 정말 많았던 영화지만, 시나리오의 호불호와 관계 없이 장면 하나하나를 빛어내는 감독의 연출력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던 만큼, 이번 영화 대박나서 우민호 감독님이 다음 작품을 만든다면, 적어도 이 보다는 훨씬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네요. 최소한 우민호 감독님에게는 그럴 수 있는 잠재력이 엄청나게 많이 있음을 어느 정도는 보여주었으니까요.

 

 

p.s. 1. 아무리 해피엔딩으로 영화가 끝나더라도, 약간 비도덕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혜린이에게 모래를 먹이는 장면... 영화 속에서 피 튀기는 장면은 다 봤으면서 이 장면에서는 눈을 감았습니다. 보기에는 너무 고통스러워서요. 그리고 아이들을 유괴하는 과정, 그리고 그 유괴된 아이들의 고통, 묶여 있는 혜린이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장면... 이런 장면들을 고품격 클래식으로 장식하다니... 실제 유괴로 인한 심리적 피해를 입으신 분들을 생각하면, 이런 장면들을 이렇게 대놓고 넣을 생각은 못 했을 것 같아요. 최소한 다르게 표현 할 방법을 찾으려고 했을 것 같아요.

 

 

2. 유괴 과정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체인즐링>이 떠오른 것은 저 뿐만이 아닐 겁니다..

 

 

3. 밀양과 비슷하게도, 이 영화 역시 단순하게 반 기독교적이다, 반종교적이다, 이런 식의 일방적인 사고로 다가설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기독교인이지만 전 일단 그렇게 느꼈어요.. 약간의 불쾌함이 느껴지긴 했지만요..) 제작진과 김명민의 말 대로,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목사라는 기본적 뼈대는 주인공이 무너지는 과정을 더 극적으로, 더 파괴적으로 그리기 위한 하나의 설정이자 장치인 것 같습니다.

 

 

4.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고질적인 특징이 여기에도 고스란히 있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피가 난무하는 영화이며, 여전히 주인공의 대사 안에 욕만 엄청나게 들어있는 것도 그러한 특징이 될 거구요...

 

 

5. 그런데, 왜 하필 8년이었을까요? 한 3~5년 정도만 있다가 전화 했어도 충분했을 것 같은데... 8년이니까 왠지 늘어지는 듯한... 무슨 특별한 의미의 숫자도 아니었을 거구...

 

 

6. 리뷰 다 쓸 때 쯤 떠오르는 생각이... 김명민 씨는 확실히 영화 시나리오 보는 눈보다는 드라마 각본 보는 눈이 더 좋은 것 같아요. 그가 영화로 출연했던 작품보다는 드라마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이 훨씬 더 기억에 오래 갈 거고 작품성 면에서도 훨씬 더 좋았거든요.

 

* 참. 그리고 김명민 씨와 염기준 씨 봤어요. 정말 코 앞에서 폰카로 열심히 찍었건만... 얼굴이 흐릿하게 나왔어요.... 이 저주 받을 폰카 같으리라고... 다시는 쓰나 봐라...(대학 가서 디카 꼭 사리라 ㅠ.ㅠ)


(총 0명 참여)
gonom1
잘봤어요   
2010-07-03 22:52
qhrtnddk93
실화이네여   
2010-06-22 19:57
anaudtl1008
평론가들의 평과는 달리 확실히 재미는 있더군요   
2010-06-20 22:08
hunt0822
저도 참 재미있게 봤네요.
범인을 알고 봐서 긴장감이 없지 않을까 했는데, 끝까지 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 듯하구요, 배우들 연기 너무 좋더군요.   
2010-06-20 14:56
fa1422
기대됩니다   
2010-06-19 13:51
1


파괴된 사나이(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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