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수 감독의 '하녀'개봉과 더불어
故 김기영 감독의 원작이 다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요즘...
예전같으면 정말 보기 힘들었을 이 작품을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되었다.
아내 김보애씨의 책을 통해 구체적으로 알게 된 김진규씨....
과연 그 당시 톱배우라고 불릴만큼 뛰어난 연기와 지적인 외모를 겸비하신 분이었다.
아내역을 맡으신 주증녀씨의 자료는 찾기 힘들었으나
현모양처에 어울리는 참하고 고상한 자태가 참 인상적이었고
그 시대에 이상적인 어머니상의 배우로 여겨지지 않았을까 싶다.
조경희역을 맡으신 엄앵란씨... 자존심강하고 똑똑해보이는 젊은날의 모습과
그에 걸맞는 현대적인 신여성 캐릭터가 인상적이었고,
말로만 듣고그녀의 21인치 개미허리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것도 수확이었다..^^
하녀역의 이은심씨는 처음뵀지만 그녀만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와 소름끼치는 표정은 정말 잊기 힘들 것 같다.
영화를 찍을 당시 한참 청순할 나이 19세였는데
어쩜 그리 강한 카리스마, 냉소적인 표정, 불안한 눈빛이 나오는지...(하긴 예술은 타고나는 거긴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 무섭고 불쾌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만큼
당시에 큰 용기가 필요한 역할이었을 텐데
그녀의 영화에 대한 열정과 타고난 연기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 임상수감독의 하녀는 보지 않았지만 그다지 보고 싶지 않아진게 사실이다.
이 작품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그의 하녀는 다소 밋밋하게 여겨질 것 같기 때문이다.
시종일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와 긴장감으로 전쟁직후 점차 산업사회로 바뀌어가는 시대상과
인간의 그릇된 욕망을 잘 비판한 김기영 감독...
그가 아직 살아있다면 요즘의 한국영화를 어떻게 평가했을지 궁금하다.
마지막 부분의 요즘 영화와 다른 계도적 결론이 조금은 생뚱맞기도 했지만
그만큼 순박했던 그 시대 관객들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
6.25 전쟁직후 10년이 지나 만들어진 작품인데 이 정도의 영화적 완성도를 보이다니...
역시 천재는 가장 힘들고 배고픈 상황에서 만들어지나보다..
갑자기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60년대를 경험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