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츠코와 약혼한 뒤, 3개월간 태국 출장을 간 유타카는 동료들과의 축하 술자리에서 신비한 여인 토우코를 만납니다. 알 수 없는 눈빛이 오고간 뒤 토우코는 유타카를 찾아가 유혹하자 유타카도 말없이 그녀를 받아들이며 열렬히 사랑을 나눕니다. 그날 이후 두사람은 서로의 육체를 탐하며 끝없는 쾌락을 만끽하지요.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며 적극적인 애정을 드러내는 토우코에 반해 약혼녀 미츠코에 대한 죄의식과 자신의 꿈을 위해 유타카는 토우코와의 관계에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냉정과 열정 사이>등으로 국내 많은 열혈팬을 갖고 있는 작가 츠지 히토나리의 2007년 작품 '사요나라 이츠카'는 지금까지도 꾸준하게 독자의 사랑을 받는 작품을 우리 영화 감독인 이재한 감독의 연출을 통해 원작과는 또 다른 감동으로 영화에 옮겨졌습니다. 감독은 전작 <내 머리 속의 지우개>를 통해 사랑과 이별의 기억에 대해 애잔한 슬픔을 선보였었던 것의 연장선상으로 이번 작품에선 사랑의 갈림길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비애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국내 관객들과 만나게 된 <러브레터>의 주인공 나까야마 미호와 얼마 전 개봉한 <제로 포커스>에서 순박하고 지순한 사랑을 연기한 니시지마 히데토시의 슬픈 세레나데가 가슴 저린 아픔을 전합니다. 특히 나까야마 미호는 청순한 이미지와 다르게 관능적이고 정열적인 여인을 연기하며 파격적인 변신을 선보입니다.
"안녕...언젠가..."
우리말로 굳이 표현하지만 '안녕... 언젠가'라고 번역되는 <사요나라 이츠카>는 제목에 충실한 영화입니다. 사랑했지만 떠나보낼 수 밖에 없던 순간에서 '안녕'이라고 말했지만 마음 한켠 지울 수 없는 존재로 남은 사랑은 '언젠가'라는 묘한 여운을 남기며 미래를 기약합니다. 약혼한 상황에서 운명의 장난처럼 만난 또 다른 여인과의 사랑에 고민하는 유타카의 심정을 표현하고 있는 이 말은 축약된 의미 속에 '간절한 기다림으로 재회를 기약한다'는 숨겨진 의미를 내포합니다. 사랑한다 말도 못한 채 단순히 몸을 섞는 관계라 그녀와의 관계를 정리하려 해도 만나면 만날 수록 빠져들고 헤어지면 미치도록 보고 싶은 유타카의 마음은 대부분 사랑의 열병을 앓는 모두가 경험하는 감정이기도 합니다.
"사랑 받은 기억과 사랑한 기억"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토우코에 비해 유타카는 약혼녀에게 미안함과 미래의 성공을 위해 자신있게 자신의 속 마음을 표현하지 못합니다. '당신의 구두와 거쳐간 남자 중 어느 것이 더 많은가'를 물어보는 유타카의 질문 속에는단순히 그녀와는 육체적 관계를 잠시 나누는 사이일 뿐 진정한 사랑은 아니라며 애써 관계를 부정해 보지만 자신있게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지도, 끝내지도 못한 채 그녀와의 시간은 이어집니다. 그리고 건넨 "마지막 순간...사랑받은 기억과 사랑한 기억 중 어떤 것이 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토우코가 '사랑 받은 기억'을 택하자 유타카도 자신의 맘 속에서 혼란스럽던 그녀와의 관계를 명확하게 정리합니다.
"사랑해"
유타카는 토우코에게도, 미츠코에게도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자신의 꿈을 위해 약혼녀와 직장을 선택하느냐 아니면 감정이 끌리는 토우코를 선택하느냐에 갈림길에서 확신 없이 멈춰버린 자동차처럼 누구에게도 자신의 사랑을 주지 못합니다. 양쪽 모두를 갖을 수 없기에 한쪽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의 결정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지만 유타카가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는 장면에선 실제로 다른 이에게 사랑한다 말하고 있기에 이들의 사랑이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다시 시작하고 싶어"
'젊은이는 꿈꾸고 노인은 회상한다'는 멕시코 속담처럼 젊은 아들은 꿈을 이야기합니다. 노인은 꿈을 잃었다고... 그 말에 늦었지만 다시 사랑을 시작하고 싶다며 홀연 떠나는 유타카와 자신의 꿈을 위해 희생하며 살았던 아내의 얼굴은 서로 스쳐지나갑니다. 열렬히 사랑한 뒤 이별했지만 서로 간절히 그리워해 재회하게 되는 이들의 아름답고 가슴 아픈 사랑은 한편의 뮤직 비디오를 보는 듯한 영상을 통해 전해집니다. 태국의 절경과 어울어진 아름답고 슬픈 사랑의 모습은 영화의 감동만큼이나 보는 이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네요. 돌연 지금 그 사람은 어디서 뭘하고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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