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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k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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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31 오전 11:55: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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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의 활
사실 김기덕 감독 영화만큼 평이 갈리는 영화도 없지만 나는 그 갈리는 평의 중심에 선 작품을 모두 못본 채 빈집 하나만 봤었기에 그리고 빈집의 분위기, 영상, 재희, 모두 좋았기에 김기덕 감독에 대한 나쁜 인상을 가질 하등의 이유가 없었고
따라서 활 역시 기대하는 마음으로 보러 갔다
단관에서 개봉해 조금씩 늘려가는 방법으로 배급했다는데 마침 첫 개봉극장인 씨너스지는 회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곳이다 6시 40분 영화인지라 25분에 살짝 민망한 칼퇴근을 하고 후다다닥 뛰어가서 봤다
수요일날 내리는데, 내가 화,수 모두 시간이 안되서, 거의 필사적으로 사실 안그랬으면 어영부영하다가 놓칠 수도 있었을텐데 어찌 보면 참 잘쓴 전략이다
영화는 역시나 첫장면부터 눈을 떼기가 힘들다 빈집 주인공들처럼 말이 없는 소녀와 할아버지 그러나 둘다 눈빛이 어찌나 강렬한지 말이 필요 없긴 하다
소녀가 그네를 타고, 빌헬름텔이 된 것처럼 그 사이로 활을 쏘는 할아버지의 모습 정말 인상 깊었던 장면
그 외에도 강한 색채에 강한 음향 이런 강한 분위기는 아마도 김기덕 감독이 마지막에 자막으로 넣은 말의 일환인 듯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관계로 쓰지 않을게요)
소녀와 결혼할 날만을 기다리며 정말 '손만 잡고' 자는 노인, 그리고 아무리 봐도 색기가 흐르는 웃음을 흘리는 소녀 (한여름은 이쁜 얼굴은 아닌데, 왠지 모를 야릇한 분위기가 있다)
비통하게 자살을 결심하다가도 최후의 순간에 칼로 밧줄을 끊으려 하고 소녀가 돌아오자 스윽 칼을 숨기던 노인의 모습은 어찌나 현실적이던지
게다가 소녀와 결혼을 이루고 난 뒤 활을 쏜 뒤 새처럼 폴짝 바다로 뛰어든 노인의 모습은 또 어찌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것 같던지 (이후 영화 전개는 쭉 그렇다)
이렇게 현실속에 꿈같은 모습이 존재하고 꿈 속에 또 현실같은 모습이 존재하는 듯한 영화
노인의 배가 가라앉을 때의 소녀의 표정은 잊혀지지 않는다
그 표정의 여운이 남아서인지 자막이 다 올라갈 때까지 누구도 자리에서 일어나지를 않는다 자막이 다 올라가고 나왔는데도 내가 1등으로 나왔다 나는 여운이 없었나? 그건 아니거든
소녀의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인 남자는 어디가서 미아찾기 전단지를 구해온걸까
활점을 칠 때마다 노인과 소녀는 귓속말로 뭐라고 했을까 나는 꼭 끝에가서 이런 게 궁금하더라 ㅎㅎ
그러나, 그 남자 서지석군 살짝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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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2005, The Bow)
제작사 : 김기덕 필름 / 배급사 : 김기덕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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