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과연 정상일까? 과연 이 질문에 누가 쉽게 답을 할 수 있을까요... 모든 게 정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정상이라고 볼 수 없을 사회적 범죄가 들끌고 있고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 변화가 전 세계에 걸쳐 일어나는 걸 보면 우리가 사는 지구가 미쳐가기에 덩달아 우리 사회도 미쳐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져 듭니다. 아무리 사회 구성원에 적합한 행동을 해야 한다지만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는 긴장감을 갖고 사는 하루하루나 제한된 물질을 서로 갖기 위해 무한 경쟁의 스트레스는 정말 미치지 않고 버티는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이런 사회적 현상에 국익을 위한다는 대의 명분 아래 자행되는 반 인류적 행위를 고발하며 과연 국가는 진정으로 국민을 지켜주는 집단인가라는 물음을 던집니다. 인구 1,260명 밖에 되지 않는 조그만 시골 도시가 단 2일만에 폐허가 되는 과정을 보여 주는 <크레이지>에서는 국가가 국민을 동요하게 만들기 위해 '트릭시'라는 바이러스를 만들고 이것을 싣고 가던 비행기가 그 마을 주변에 추락해 물과 공기를 통해 주민이 폭력적으로 변해버리자 국가는 그들을 고립시키고 모두를 제거해 버리는 선택을 합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리라 믿었던 군대는 오히려 마을 사람들을 죽이는 집단으로 돌변하여 마을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하고 조금 전까지 함께 했던 사람들이 총이나 칼로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로 변해 버리자 내재된 폭력성을 드러낸 일반 시민들도 무자비한 살인을 자행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안정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순간적인 계기로 일순간에 뒤바뀔 수도 있는 불안정한 구조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는 <크레이지>는 미쳐가는 세상속에 정말 편안하고 정상의 삶을 살 수 있는 곳이 있을까라는 전제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보여 주지만 그 기저에는 브렉 에이즈너 감독에 다분히 냉소적인 시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거기에 이 작품의 원작인 조지 로메로 감독의 1973년작 <분노의 대결투 - 원제 : The Crazies>가 다분히 B급 호러의 형식을 빌어 당시의 사회상을 조명한 것에 더해 브랙 에이즈너 감독은 약간은 세련된 오락형 호러의 형식으로 더욱 날카롭게 우리의 현실을 비판하고 있네요.
<28일후>나 <둠스 데이-지구 최후의 날>에서처럼 유사한 스토리를 가지면서도 조금 과장해 10초마다 한번 씩 놀래키고 잔혹한 살인 장면은 끔찍하고 잔인합니다. 그래도 무섭지만 짜릿한 스릴을 느끼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게 하는 점은 <크레이지>가 잘 만들어진 리메이크로 평가되는 이유이기도 하죠. 자장가가 흐르는 아기 방에서 벌어지는 죽고 죽이는 장면은 우리가 믿고 있는 이 곳이 언제 어떻게 뒤바뀔 지 모르는 현실을 바라보는 단적인 장면으로 <크레이지>는 과연 미쳐가는 세상에서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과연 우리가 사는 이곳은 진정으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곳인가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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