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5일~ 신사역 브로드웨이에서 열린 육혈포 강도단 시사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주연배우들이 누구인지 어떤 이야기인지는 예고편을 보고 알았지만 뭔가 섬뜩한 제목 육혈포의 뜻은 알지 못했었다. 육혈포 : 탄알을 재는 구멍이 여섯 개 있는 권총. 사전 검색을 해보니 이런 뜻이 담긴 무시무시한 단어ㄷㄷㄷ 정많고 항상 즐겁기만한 할머니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인데? 영화를 보기 전 궁금증은 더더욱 쌓여만 갔다. 영화를 다 본 후 설문지에 성의있게 답을 하고 스텝분께 전해드렸다. 소감은 물론 추천을 묻는 질문에도 가장 최고점수를 드릴 수 밖에 없었다. 여섯 발 모두 내 마음에 강력하게 적중해버린 영화였기 때문이다. 단지 코미디만 기대했던 내 자신이 안타까웠을 정도로... ★첫 발! 탕~ 재밌는 소재 은행강도=할머니?? 인질이라면 몰라도 은행강도 범인이 할머니라니! 생뚱맞은 듯한 이 소재를 요리조리 잘 버무린 이야기가 관객들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고 맞장구를 치게 해주었다. 정말 말그대로 피같은 돈 873만원을 두 눈 똑바로 뜬 앞에서 강도들에게 (정확히 말하자면 은행이라고 말하고 싶다!) 빼앗긴 할머니들. 그렇게 하와이를 외치는 이유는 뭘까? 도대체 왜? 의구심을 가진지 얼마 안되어 영화를 보며 하나둘 궁금증이 사라져갔다. 가족들에게서... 사회속에서... 차가운 시선 속에서... 할머니들이 겪었을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며 어느덧 육혈포강도단과 같은 편 공범이 되어 그들을 응원하게 되었다. ★두 발! 탕~ 대한민국 대표 국민할머니! 나문희 TV, 영화 가릴 곳 없이 연기 내공을 마구 발산해주신 나문희 선생님. 이번 영화 육혈포 강도단에서 또한 빛을 잃지 않고 반짝여주셨다. 가슴 아픈 과거를 간직한 채 하와이라는 희망을 꿈꾸며 할머니들의 반장 노릇은 물론 강도단의 리더까지 맡으신 김정숙 할머니 극 중 김정숙 할머니와 제일 공감대가 잘 이루어졌던 것 같다. 정말 삶의 마지막이라는 그 심정... 나문희 선생님이기에 표현가능했던 연기였다. ★세 발! 탕~ 육두문자도 이 분이 하면 뭔가 다르다! 김수미 가문의 영광, 마파도, 못말리는 결혼 등등 육두문자를 마구마구 휘날리며 코믹연기의 대가로 떠오르신 김수미 선생님. 자칫 너무 고정된 캐릭터가 만들어진건 아닌가 걱정했는데 괜한 기우였다. 만족스럽지 않았던 결혼 생활과 딸과의 갈등, 아들에 대한 죄책감... 여러가지 아픈 일들이 많았지만 친구를 웃게 하고 친구를 위해 어떤 일들도 서슴치 않는 의리파 손영희 할머니. 웃기는 역할로만 생각했었는데 눈물짓게 하는 역할일 줄이야. 정말 많이 울었다 김수미 선생님때문에. ★네 발! 탕~ 소녀같은 겉모습과는 다르게 깡있는 할매! 김혜옥 드라마, 시트콤 등등 개성넘치는 역할을 소화해주셨던 김혜옥 선생님. 앞에 두 분이 워낙 강한 내공의 소유자들이라 뭍혀지시는 건 아닌가 걱정했었는데 이번 영화를 계기로 영화계에서 많은 러브콜을 받으시지 않을까 생각된다. 공주님같은 순수한 외모와 말투 하지만 육혈포를 들면 용기 백배! 공신자할머니 김치공장에서 힘들게 일하며 자신을 무시하는 아들과 며느리와 살아가는 모습에 내가 괜히 울컥 화가 나기도 했다. 정말 너무하는 거 아냐! 결정적인 순간에 웃음을 유발하며 가장 슬픈 순간에 인상적인 눈물연기를 보여주셨다. ★다섯 발! 탕~ 자장면에 단무지같은 존재~ 완벽조연! 임창정 어디가서도 주연 아니면 안하실거 같았던 임창정씨가 까메오 출연도 아닌 조연? 물론 특별출연이긴 하지만 나름 분량도 있고 고생도 많은 배역인데 정말 대단하다! 강도의 세계에 입문하는 할머니들을 안내해주는 트레이너 역할~ 여러 트레이너들을 많이 봤지만 이런 독특한 트레이너는 처음이다.하하하~ 할머니들과 쿵짝이 짝짝맞는 연기를 보여준 임창정씨의 공이 꽤나 크다고 느껴지실 것이다. ★마지막 여섯 발! 탕~ 할머니들이 선물한 무한감동! 엔딩 결국 은행강도를 하기로 결심하고 나라를 발칵 뒤집어놓은 세 할머니. 관객들 또한 할머니들과 마찬가지로 긴장감에 휩싸여 제발 잡히지 말라고 마음 속으로 기도하고 멋진 장면이 연출될 때마다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끝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지만 그 끝은 내 예상과 보기좋게 빗나가 버렸다. 그렇다. 허구적인 결말보다는 현실적인 결말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실망했냐고 물으신다면 절대 NO!!!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약자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계실 노년층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바라고 있던 엔딩으로 끝이 났다면 그냥 무심코 또 살아갔을게 분명하다. 엔딩으로 단순코미디영화가 아닌 그보다 더 멀리 성큼 다가간 영화라는 걸 말해준 육혈포 강도단 '신자야 이제 울어두 돼' 라는 손영희 할머니의 대사와 함께 정말 많은 눈물을 흘려야했다. 세 할머니의 따뜻한 미소. 다시 또 만나서 서로에게 이런 미소를 지어줄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난 그 날이 올 때까지 이 강도단을 끊임없이 응원할 것이다! 당당히 그들의 공범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