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성 글입니다.
내겐 조금 찝찝한 영화 용서는 없다.
125분. 스릴러라는 장르에 비하면 좀 길다고 생각했다. 엉덩이가 조금씩 아프기 시작하자 영화가 막을 내렸다.
그리고 내뱉은 말, '다보고 나니까 찝찝해!'
집에오자마자 네이버 영화검색을 해보니 생각보다 평점이 높다. 워낙 스릴러 영화를 좋아해서 스릴러 영화라면
가리지 않고 봤건만 정말 재미있게 봤던 '세븐데이즈'나 '추격자'에 비해서는 루즈하다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나의 아주 주관적인 생각으로 아쉬웠던점을 꼽아보자면.
1. 당신은 너무 친절해요.
광기어린 환경운동가 '이성호'의 역을 너무나도 잘 소화해준 배우 류승범. 그의 연기력을 생각한다면 박수를
수십만번 쳐주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영화속의 이성호는 잔인한 살인자라는 것에 비해 너무나도 친절했다.
이야기의 핵심은 과거로부터 시작됐다. 이성호는 국내 최고의 실력파 부검의 강민호 교수(설경구)로 인해
자신의 누나가 자살하게 된 이후 광기어린 분노로 철저한 복수를 꿈꾸게 된다. 새만금 간척사업을 반대한다는
표면적 구실로 사람을 살해하고(그것도 토막낸채로) 아무 관련도 없는 강민호 교수의 딸을 인질로 잡아
강민호 교수를 협박한다. 3일안에 자신을 이 곳에서 빼주지 않는다면 딸을 살해하겠다는 협박을 하면서도
배짱이란 배짱은 다 부리며 호기로운 모습을 보인다. 그런 잔인한 살인마 이성호가 친절하다는 이유는
바로 엔딩장면때문.
감독은 혹시나 관객들이 자신이 만든 기가막힌 반전을 알아채지 못해 조바심이 생긴걸까.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끝난 후 내 마음대로 상상하고 여운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인데
그런 점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영화였다. 아주 친절하게 이성호의 입을 타고 나오는 반전에 관한 이야기는
영화가 끝나고 난 후 대화를 할 여운조차 남겨주지 않았다.
그래서 참 아쉬웠다. 조금만 덜 친절했어도. 조금만 더 여운을 줬어도. 아주 조금만 더 쉽지 않았어도
상상할만한 빈공간이 많았을텐데.. 이미 머릿속에 착착- 영화내용이 정리된게 너무너무 아쉬웠다.
2. 잔인하지만 어색해요.
유난히 해부하는 씬이 많았다. 물론 주인공인 강민호 교수가 부검의라는게 가장 큰 이유를 차지했겠지만
아마도 반전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해부하는 씬을 더욱 적나라하게 표현한게 아닌가 싶다.
쏘우를 보면서도 눈썹하나 움찔하지 않았건만...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배를 가르고 각종 장기들을 마치 순대의
간을 썰듯(-.-;;) 매스로 잘라내고 있는 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살짝.. 사-알짝 2% 부족하게 느껴지던
부검 장면들. 시체가 너무 인형같았다! 누워있는 시체가 시체가 아닌 인형으로 보이기 시작하며 생동감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차라리 부검장면을 저렇게 세밀하게 표현하지 않았더라면 조금 덜 어색했을텐데-라는 아쉬움.
(+) 나의 무지함에서 오는 궁금증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며 몇가지 궁금했던 점.
1. 아무리 국내 최고의 부검의라지만 어떻게 살인용의자와 1:1 면담이 가능했을까? 위험한 범죄자를 가두고
있으면서 그 흔한 cctv하나 없었을까? 라는 생각.
2. 도대체 왜~!!!! 왜 장갑은 끼지 않는건가. 지문이 아무곳에나 다 찍히는게 눈에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민서영(한혜진)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에게도 의심받지 않는다.
3. 증거 조작의 기회가 너무나도 쉽게 왔다. 잠금장치 하나 없었을까? 너무나도 손쉽게 얻어낸듯한 기분.
3. 카타르시스가 아닌 씁쓸함. 정말 '용서는 없다'
반전이 가미된 스릴러 영화에 용서를 바란것은 아니었다. 제목에도 그대로 나와있듯 정말로 이 영화는
'용서가 없는' 영화니까. 하지만 그렇다해도 너무 뻔한 결말을 원한것은 아니었다. 차라리 반전이 밝혀지는 순간에
끝났더라면 조금 덜 아쉬웠을지도 모른다. 반전이 밝혀지고 이성호와 자기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강민호 교수는
이성호를 권총으로 쏜 후 자살을 한다. 제발, 설마, 아니 그렇진 않을거야- 자살을 아니겠지-라고 했건만
나의 기대를 어김없이 무너트리고 두 사람이 자살하는 장면은 한 사람에 대한 증오를 오롯이 보여주긴 했지만
카타르시스 대신 찝찝함이 느껴지는 결말이었다. 뻔하면서도 찝찝한 결말. 열린 결말로 끝났으면 어땠을까.
위에서도 언급했듯 너무 친절히 관객을 유도하지 않았어도 됐을것을.
4. 결론
'용서는 없다'를 한마디로 요악하자면 과유불급. 지나친것은 미치지 못한것과 마찬가지란 뜻.
반전에 심혈을 기울인것은 알겠으나 너무나도 친절하게 관객을 유도했고 열린 결말없이 스토리를 꾹꾹
눌러담은듯한 기분이 들었다. 조금 더 빈 곳이 많았더라면.... 보여주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이 넘치고 넘친듯한
영화. 하지만! 이성호 역을 맡은 류승범과 강민호 교수의 역을 맡은 설경구의 연기는 너무나도 무르익어 영화의
아쉬움을 맺꿔줄만한 흡입력을 선보였다. 기대에 미치진 못했지만 볼만한 영화 '용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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