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강아지라라면 모든 나라가 다 사랑하는 동물이겠지만 굳이 따지지면 동양에 비해 서양이 더 사랑하는 깊이가 크다는 것은 가구당 개를 키우는 비율로 확연히 차이로 나타납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하치이야기>는 어쩌면 좀 더 일찍 서양 영화로 다시 태어났어야 했을 수도 있겠지요. 개에 대한 사랑이 유별난 그들에게 이런 충견의 모습은 더욱 감동적일테니까요. 주인이 죽은 뒤에도 늘 같은 자리에서 10년가까이 주인을 기다린 하치의 모습은 그들이 늘 말하는 대로 키우는 애완견 이상의 가족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원작 <하치이야기>가 1987년에 만들어진 뒤 무려 20년이 지난 뒤 할리웃 버전으로 만들어진 <하치이야기>는 원작과 큰 차이없는 하치의 충견으로서의 모습과 서양인의 입맛에 맞는 차별적 요소가 적절히 배합하여 동, 서양 모두가 공유하는 공감을 이끌어내며 눈물의 감동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그런 감동의 이면에는 각 개인들이 경험했던 과거의 내 애완 동물과 관련된 기억도 한 몫을 하겠지요. '신의'라는 것이 요즘 사회에선 예전만큼 중요하게 인식되지 않는 요즘 이런 충견의 신의에 모습은 우리의 삶을 반성하며 우리가 키우는 동물에게 오히려 삶의 진리의 한 부분을 배우기에 더욱 감동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감동의 이면에 아쉬움으로 남는 점을 꼽으라면 약간 지나치다 싶은 신비주의 사상으로 바라보는 서양의 시각입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신비주의는 4천년 혈통 아키타종의 고상하고 영적인 개라 인간과 특별한 교감을 나누는 개이기에 공놀이 따위는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애교로 봐 줄 수 있겠지만 영적인 특별한 능력을 발휘해 평소와는 달리 어느날 주인의 출근을 방해하며 뭔가 불길함을 암시하는 장면에선 조금 지나친 신비주의에 시각에서 온 지나친 설정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감출 수 없습니다.
그래도 미국판 <하치이야기>가 잘 만들어진 리메이크라고 보이는 점은 원작에 충실한 개와 인간의 교류라는 점을 그대로 유지시키면서 미국적 사고방식에 맞는 점을 살려낸 점입니다. 일본판에서는 하지와 주인인 우에노 교수간에 이야기가 중심이라면 서양판에선 파커교수(리처드 기어)와 하치의 이야기에 더해 파커교수의 가족에도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는 점입니다. 이번 작품에서 출연배우들은 완벽한 캐스팅이라 생각될만큼 배역과 너무 잘 어울리는데요... 리처드 기어의 이미지는 아들 루크를 잃고 아내와 딸을 키우며 행복하지만 뭔가 허전한 삶을 살다 하치(일본의 행운에 숫자 8을 의미)를 만나 매일을 행복하게 사는 가장의 모습과 너무 잘 맞고 파커를 잃고 하치와 헤어져 살게 되지만 결말에 다시 하치와 만나 파커와 행복했던 날을 떠올리며 그때의 사랑을 추억하는 케이트(조안 알렌)의 모습도 완벽한 아내의 모습으로 따듯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때로는 하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장면도 나름 신선했고 5시부근이면 늘 파커가 열차에 내려 나오는 역의 문을 지키는 화단 부근으로 가기 위해 멀고도 먼 길을 걸어가는 장면과 이제는 주인을 만나러 갈 때가 된 걸 직감하고 늙어 힘든 몸을 이끌고 10년 가까이를 지킨 그 자리로 걸어가 그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조용히 눈을 감는 모습에선 눈시울을 뜨겁게 합니다. 지금도 시부야 역에는 1926년 우에노 박사와 이별하여 1934년 3월 하치가 죽을때가지 9년을 기다린 하치를 기리는 동상이 신의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는 우리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며 하치의 신의를 기리고 있습니다. 이 순간 하치는 더이상의 기다림 없는 곳에서 우에노 교수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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