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을 배경으로 한 서늘한 스릴러인 <사람을 찾습니다>는 독립 영화의 외연이 이제 상당한 수준에 올라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영화다. 사람의 마음에서 약간의 희망을 기대하게 만드는 <똥파리>와 달리 <사람을 찾습니다>는 '인간의 바닥'을 탐구하는 영화다.
이 영화의 첫 장면에서 원영(최명수)은 규남(김규남)에게 살벌한 폭력을 행하는데, 이 장면은 관객에게 정서적 충격을 줄 뿐 아니라 이 영화의 등장 인물들의 관계를 규정짓는 중요한 장면이기도 하다. 그리고 둘의 관계는 인간 대 인간의 관계가 아닌 주종관계 즉 인간 대 개의 관계로 규정된다. 그리고 원영은 그 권력적 폭력 관계의 희열을 잊지 않겠다는 듯 정부인 인애(김기연)에게 달려간다. 이 둘의 관계에서도 역시 정서적 교류의 흔적은 보이지 않음은 물론인데, 인애는 울고 있는 자신의 아이 대신 강아지에게 더 많은 애정을 쏟는, 정서적으로 고립된 인물이다.
이 영화의 중심에 서 있는 원영이 맺는 관계들은 대부분 자본주의적 주종의 관계로 규정되는데, 가령 규남은 원영이 부업으로 삼고 있는 전단지 사업의 하청 노동자에 가까운 인물이고 부동산에서 화투를 치며 소일하는 동네 남자들은 원영에게 밥을 얻어먹으며 기생하는 인물들이다. 사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소공동체의 등장 인물들 중에서 원영에게 우위를 보이는 인물은 없게 되는데, 원영은 간혹 자신의 물질적 우위를 강조하면서 자신의 권력적 우위를 확인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점에서 원영이 관계 맺는 인물들 중에서 여고생인 다예(백진희)는 꽤 중요한 인물이다. 다예는 원영에게 얻는 경제적 이득을 거부하는 유일한 인물이자 금전적 관계를 맺지 않는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찾습니다>는 북한산 인근의 마을이라는 작은 공동체 구성원들을 통해 자본주의적 관계가 폭력적 양상을 띄었을 때의 상황을 극단적으로 설명한다. 영화에서 원영은 규남에게 폭력을 가하는 동시에, 반복적인 교육을 거듭한다. 눈빛에 힘을 주고 '야성'을 드러내라고 반복하는 원영. 그 과정을 통해 규남은 폭력적인 생존법을 학습하게 된다. 사실 규남의 시점 샷에서 드러나듯 규남은 사회 안에서 고립되어 있는 존재 즉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는 존재다. 어쩌면 원영은 규남과 관계를 맺는 유일한 인물일수도 있으며, 어떤 의미에서 관심을 갖는 유일한 인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원영과 규남의 관계는 인간 대 인간의 관계로 규정되지 않았기에 결국 파멸로 나아갈 수 밖에 없게 된다.
영화 속에서 규남이 거듭해서 개 사료를 먹는 장면들은 자본주의 생존 싸움의 밑바닥에 위치해 스스로 '개'가 되어버린 규남의 모습을 강조한다. 영화의 내러티브는 이 두 명의 인물 즉 원영과 규남이 양 극단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원영은 다예와의 이별, 가족과 인애와의 관계 등으로 인해 인간적 온기를 찾아가게 된다. 반면에 '개'였던 규남은 점차 '들개'로 변신해 가는데, 이는 영화 속의 일련의 실종 사건들과 연관 관계를 맺게 된다.
영화의 막바지에서 규남이 내뱉는 '주인이 흔들리면 안되지'라는 대사는 폭력적 관계맺음이 내포하는 파멸의 파열음을 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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