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첫 주만에 1위를 지켜오던 <아바타>를 밀어 내고 당당히 그 자리를 차지한 <의형제>. 외화로는 처음으로 1천만 관객을 넘어선 이후 조금씩 힘이 빠지는 시점에서 1위라는 의견도 있지만 <의형제>를 보고 난 뒤 제대로 한번 붙어봐도 좋은 경쟁이 되었을 것이란 생각을 해 볼 정도로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처음 소재를 접했을 때 남과 북을 다룬 점에서 해묵은 이념 논쟁으로 다소 무겁지 않을까라는 선입견과 송강호라는 대 배우의 파트너로서 강동원은 어쩐지 잘 어울리기 보다는 한쪽으로 지나치게 무게가 기운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거기에 <영화는 영화다>로 가능성을 보인 장훈 감독이지만 파울 홈런 뒤에 삼진이 많기에 이번 작품은 여러 모로 중요한 평가를 받는 영화였습니다.
런닝타임 116분이 언제 흘러갔는지 모르게 흘러가버릴 정도로 지나가는 시간이 되려 아깝게 느껴진 영화가 최근 얼마나 될까 생각해 봤습니다. <아바타>정도 였네요... 어마어마한 비용으로 만들어진 기술력의 결정체인 작품에 비해 <의형제>는 땀내 나는 인간들끼리의 끈끈한 정을 중심으로 웃음과 눈물이 절묘히 어울어진 감동을 선사하며 우리 정서와 맥을 같이 하는 우리의 맛이 나는 영화였습니다.
송강호는 자신의 매력을 120% 발휘하며 등장하여 입만 열면 웃음이 폭발하고 안기부 직원이 저런 면도 있구나 할 정도의 인간적인 모습 (결투 장면 하나도 송강호와 강동원은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으로 내내 진지하고 무거운 강동원의 이미지를 적절히 희석시키며 영화를 끌고 나가가는 핵심 엔진을 맡습니다. 어떻게 저런 실력으로 국정원에서 근무했을까를 생각하게 할 정도로 어리바리 실수투성이지만 상사에게 할 소리 맘껏하며 가스총하나 믿고 열심히 돈을 벌기 위해 애쓰는 어찌보면 지극히 평범한 우리들 가장의 모습을 떠 올리게 됩니다.
<전우치>를 통해 배우로서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인 강동원도 이전보다 좋아진 대사 능력과 격투 액션의 외적 연기와 함께 자신이 믿는 이념의 괴리 속에 고민하는 내면연기도 잘 소화해 내면서 또 하나의 엔진 역할을 톡톡히 해 냅니다. 자신의 동포들이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것에 응어리를 풀 듯 베트남 여자와 아이의 죽음을 온몸으로 막아내는 모습이나 두고 온 가족의 탈출을 위해서 악착같이 돈을 모으려는 모습은 강한 외모 속에 숨겨진 지독히도 여린 인간미를 보여 줍니다.
장훈 감독은 <영화는 영화다>에서처럼 극명하게 갈리며 섞일 것 같지 않았던 두 배우의 개성 강한 캐리터를 잘 섞어 독특하고 감칠맛 나는 새로운 맛을 창조해 냈습니다. 전작이 어쩌다 걸린 성공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이번 작품에서는 한 단계 더 발전한 모습으로 배우의 개성을 최대한 끌어 올림과 동시에 서로 다른 이념을 갖고 살던 두 남자가 피를 섞진 않았지만 서로를 이해하며 사랑하는 의형제가 되는 과정을 과장되고 억지스러움 없이 자연스럽게 그려내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추격전에서도 느리게 달아나는 오토바이를 빠른 자동차가 쫒아가지 못해 사고가 나는 위트나 마지막 옥상에 대결에서 숨막히게 긴장된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총알을 막아서는 감동까지 장훈감독의 액션에는 뭐가 달라도 다르더군요.
이념은 다르지만 결국 우리는 한 동포이고 그 속에서 이념도 중요하지만 각자의 가정을 지키기위해 억척스레 돈을 모아야 하는 가장의 애환도 보게 되고 그들이 한 오피스텔에서 어색한 동거의 모습은 흡사 우리의 분단 상황을 연상하게 합니다. 그 와중에 송강호가 혼자 수갑에 묶여야 했던 사건이나 화장실에서 기겁하며 뛰쳐 나오는 사건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웃음의 명장면입니다. 베트남 보스로 출연하며 장훈감독과의 인연을 이어가는 고창석의 모습도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이런 것들이 모두 하나하나 강점이 되어 <의형제>가 최고의 우리 영화가 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천하의 <아바타>도 밀어 낼 수 있었겠죠. 정말 간만에 극장을 나서면서 바로 표를 다시 사 한번 더 보고 싶을 정도로 빠져들고 관람한 자랑스런 우리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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