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퀴엠으로 유명한 대런 아르노프스키 감독 작품이다. 레퀴엠서 보여줬던 감각적인 영상은 의외로 당 영화에서는 절제되었고 대신 주인공의 뒤에 붙어서 찍는듯한 카메라의 시선이 꽤나 객관성을 담보해내고 있다.
내가 초점을 맞출 지점은 주인공 램 랜디 한때 전설이었으나 지금은 퇴물이 되어버린 레슬러와 그 주변 인물들과의 관게이다. 이 지점은 사실 영화의 주제와는 좀 거리가 있다.
주제는 링위에서의 화려함과 링밖에서의 밑바닥 삶을 대비함으로써 랜디를 추락시켰다가 다른사람에게는 빛좋은 개살구일지 모르는 레슬링이 랜디에게는 궁극적인 자기실현과 같은것일수있다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그 실현을 위해 목숨까지도 내놓는 랜디의 숭고하며 어찌보면 애처로운 의지를 보듬으며 그의 실추된 명예를 다시 복권시키는 지점에서 발견될 것이다.
랜디의 인간관계는 랜디의 밑바닥삶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역할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지금은 잘 생각이 나지 않아 일단 보류다. 랜디의 주변인물은 아빠를 증오하는 레즈비언 딸과, 유부녀 스트리퍼 캐시디 이렇게 둘로 매우 좁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있는데 그나마 둘과의 관계도 양호하지가 않다. 게다가 랜디는 얼마전 심장마비로 대수술을 하고 레슬링을 더이상 하면 목숨이 위험하다는 의사의 경고를 받은 상황. 딸은 자신의 유년기에 자기를 전혀 돌보지 않은 아버지를 증오하며 따로 산지 오래되었고, 랜디가 캐시디를 진심어린 애정의 눈길로 보는것과 달리 캐시디는 랜디에게 호감을 갖고잇기는 하나 랜디를 고객이상으로 보지 않으려고 한다.
랜디는 캐시디의 도움으로 딸과의 관계를 겨우 호전시켜 놓게 되고 캐시디에게 애정이 듬뿍 담긴 고마움을 표시하나 캐시디는 랜디에게, 직접적으로 당신은 내게 고객이상이하도 아니니 착각하지말라는 말을 하고 랜디는 마음이 너무 상해 과음을 하다가 딸과의 저녁약속을 펑크내 다시 딸과의 관계를 망쳐버리고 만다.
캐시디는 랜디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고 이것이 촉매가 되어 그녀가 억누르고 있던 랜디에 대한 애정을 해방시키고 그녀는 랜디를 위해 스트리퍼일조차 그만둘 결심까지 한다. 클럽에서 춤추다가 도중에 뛰쳐나가는 캐시디. 그리고 랜디를 만난다
하지만 랜디는 유일한 주변인 2명에게 받은 상처가 치유되기 힘들정도로 곪은 상황에서 이미 목숨을 담보로 삶의 마지막 불꽃을 레슬링 메인이벤트경기로 태우려고 결심을 굳힌 상태이다. 케시디에게 전에 없이 쌀쌀맞게 대하며 자신의 레슬링경기티켓한장을 줄뿐이다.
상처받은 케시디였지만 결국 경기 당일 레슬링 경기장을 찾게되고 랜디를 말려보려고 노력한다. 이때는 랜디도 더이상 그녀를 미워하지 않고 애정어린 눈길로 바라보지만 이제와서 경기를 중단하는 것은 랜디 입장에서 너무 스타일 구기는 일이다. 목숨보다 스타일이 중요하다 이거지. 하지만 그게 랜디이고 거기에 대해 뭐라할 자격 있는 사람은 없는거다. 랜디는 캐시디에게 미안하단 말을 마지막으로 건네고 경기장에서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관중들의 환호속으로 발을 내딛으며 케시디의 시야에서 조금씩 조금씩 멀어져간다. 생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장렬한 의식을 거행하려는 숭고한 의지. 동시에 너무도 애처로운 뒷모습. 얼굴에는 한껏 미소를 띤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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