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바람 폈느냐며 때리고 떠나야 마땅 합니다. 넌 누구고 어떤 사이냐며 머리를 붙잡고 흔들어도 분이 풀리지 않을 일입니다. 그러나 그녀들은 오히려 같은 기호의 남자를 사랑한다며 모임을 결성하였습니다. 이름 하야 '걸프렌즈'...
<걸프렌즈>는 오홍의 동명 원작 소설을 영화한 작품으로, 단어를 듣고 의례껏 연상하게 되는 것들을 과감히 뒤엎은 발상의 전환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가령 '걸프렌드'라는 단어는 남자의 관점에서 본 이성 여자 친구를 부르는 말이지만 실제 영화 속 내용은 남자와 관련된 3명의 여자가 주체가 되어 바라 본 동성의 친구를 칭하는 의미로 그냥 '친구 (프렌드)' 라 하지 않고 '걸 프렌드'라고 부르며 여성들의 동질감과 공감대의 비중을 높입니다.
또 관객들은 포스터와 줄거리를 보고 한 남자를 사랑한 3명의 여자가 각자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서로 다투는 이야기 혹은 자신만을 사랑하는 것 처럼 속이고 다른 여자를 사귀었던 남자를 혼내주는 그런 영화로 넘겨 짚은 관객들에게 <걸프렌드>는 여자들의 우정과 남자를 사랑할 때의 심리에 관해 유쾌하고 색다르게 정리합니다.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내용과 박장대소할 수 있는 웃음 그리고 많은 볼거리 등이 여자들의 각각 다른 개성과 절묘히 섞여 신명나는 놀이 한판을 벌입니다. 영화를 이끄는 주인공 송이(강혜정)는 29살에 접어 들어 경험하는 늦깍기 사랑으로 인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자신을 보며 정신과에 찾아가 상담을 받는 여자입니다. 그러나 왕자와의 사랑도 잠시 그 왕자에게는 자신 이외에 2명의 여자가 또 있다는 사실에 분노하며 이별을 선택하지만 순수하고 착하기만한 그를 차마 보내지 못합니다. 게다가 그를 좋아하는 2명의 여자들과 계속 얽히면서 껄끄러울 수 있는 자리가 왠지 편해지고 서로를 이해해 가며 걸(girl)끼리 프렌드 (friend)가 되기에 이르는 묘한 상황이 예상과 다른 전개 이어집니다.
손호영, 2NE1, 황현희의 깜짝 출연과 8등신 미녀 한채영의 화려하고 섹시한 무대를 볼 수 있고 그녀들의 상황을 코믹하게 해석한 상상속의 사극 장면도 폭소를 던지며 송이(강혜정)가 사랑을 지키기 위해 남자들이 꿈꾸는 로망을 실현시켜주는 쑈도 놓칠 수 없는 장면입니다. <정승필 실종사건>의 쓰라린 경험을 뒤로 하고 선보인 강석범 감독은 전작의 난해한 유머와 초현실주의식 접근보다 진짜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오락의 묘미를 원작에 참 맛과 잘 버무려 색다른 관점으로 여자들의 우정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방향을 잃고 두서 없이 던지는 수다처럼 관객들을 혼란시키는 진행이나 영화 전개 순서도 간혹 앞뒤로 섞여 혼동을 주고 있고 첫 경험에 대한 시각과 결혼한 여자의 두번째 사랑에 대한 접근도 논란의 여지를 남기면서 잘 만들어진 코믹 영화가 되려는 희망에는 조금 쓴맛을 남기긴 합니다.
그럼에도 <걸프렌드>는 남자의 비중을 최소로 하고 여자들끼리의 우정에 집중하며 실제로 임신한 몸으로 열연한 강혜정, 망가지는 모습도 기꺼이 받아 들이며 자신의 매력을 한 껏 발산한 한채영, 보이시한 매력을 보여 준 허이재의 각기 다른 매력을 식탁에 계속 담아 내는 메인 요리와 , 명품 조연 조은지와 채송현이 사랑을 찾아가는 포복절도의 역경 극복 과정은 관객에게는 영화를 더욱 맛있게 즐기는 애피 타이저로 달콤함을 더합니다.
볼거리와 재미 그리고 다양한 웃음이 한 껏 차려진 만찬을 즐기느냐 아니면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느냐는 관객의 입맛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걸프렌드>는 남자와 다른 여자들의 우정을 이해하면서 다양한 재미를 맛 본, 마치 좋은 뷔페를 경험한 유쾌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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