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노가 고3 때였지요. 안병기 감독이 [가위]를 선보였던 것이. 당시 한국의 프랫팩을 표방하며 김규리, 유지태, 하지원 등을 내세워 이전에 없던 한국형 호러를 보여주었지요. 여러 면에서 감독은 진일보를 이루어냈습니다. [폰]은 확실히 [가위]보다 잘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본작이 자아내는 심리적 공포의 원동력은 무엇보다도 일상적 소재라는 점입니다. 영화 속에서 일종의 매개체로 작용하는 핸드폰은 관객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자극해내지요. 다소 허무맹랑했던 소재를 다루었던 [가위]에 비해, 관객 자신과 닿아있는 면이 있다는 점은 한층 더 깊은 몰입을 유도해냅니다.
한층 깔끔해진 안병기 감독의 연출 스타일은, 이제 어느 시점에서 달려야 하는지를 터득한듯 여겨집니다. 능숙하게 관객을 몰아세우는 솜씨는 코미디와 액션이 주류를 이루는 현 충무로에서 독보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싶지요.
주연 배우들의 연기도 제법 안정되어 있고, 아역 배우의 캐스팅은 속된 말로 대박입니다. 부천 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본작은, 그 나름의 위치를 확고하게 차지해낼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