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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한치 앞도 모르는 세상이다.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고, 심각한 전염병에 감염될 수도 있으며, 살인이나 강도, 강간, 폭행 같은 끔찍한 범죄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어쩌면 항상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그런 위험 없이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질병과 사고와 범죄 등 모든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최상의 방법. 자기 대신 그 모든 위험을 감수할 누군가가 있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급기야 사람 대신 대리인(surrogate)들이 생활하는 세상이 되버릴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브루스 윌리스의 신작 <써로게이트(Surrogates, 2009)>는 바로 그런 세계를 그리고 있다. 사람들은 집에 가만히 누워서 자신들을 대신할 로봇들을 조종하고, 사람들 대신 로봇들이 모든 사회활동을 하는 세상. 실제 그런 일이 가능할런지는 모르겠지만,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닌가. 언젠가는 사람들은 집에 가만히 누워있고, 로봇들이 그들 대신 활동하는 세상이 찾아올지도.
사람과 구분하기 힘든 로봇과 뇌파를 이용해서 그 로봇을 조종할 수 있다는 상상력이 마침내 이루어졌다는 설정에서 출발한 이 영화를 보며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왜일까? 인간의 편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발전된 미래가 아닌가? 하지만, 이렇게 진보된 기술로 인한 부작용들을 보고 있노라면 편리함이 반드시 행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탄생된 기술이 처음의 선한 목적과는 달리 잘못 사용되거나 함부로 사용됨으로써 야기되는 문제점들.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갖고 있었다 해도 그것의 잘못된 사용을 막을 길은 없다. 자신은 뒤로 숨고 로봇을 앞세우며 살아가는 모습이 주는 섬뜩함. 세상이 마치 거대한 온라인 게임처럼 되어버린 느낌. 모든 것을 로봇들이 대신한다면, 그들이 사용하는 돈이 게임머니와 다를 것이 무엇이며 그들이 생활하는 세상이 게임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그것을 과연 현실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세상 모든 사람들이 실제 세상을 배경삼아 온라인 게임을 하듯 살아가는 모습이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려 한다기 보다 한편으로는 그저 현실을 도피하는 모습으로 여겨진다. 애초에 모든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피하려는 것부터가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나약한 발상 아니던가.
원작이 있어서 일까? 이 영화는 기술의 진보가 인류의 행복으로 이어지지만은 않는다는 섬뜩한 메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도 흥미롭다. 과연 써로게이트 파괴 사건의 배후는 누구이며 대체 어떤 목적으로 써로게이트를 파괴한 것일까? 파괴된 써로게이트에 대한 수사를 펼치는 과정에서 FBI 수사관, 써로게이트 개발자, 반(反)로봇운동을 펼치는 집단, 써로게이트 판매회사 등 여러 인물과 집단이 얽히며 전개되는 이야기는 호기심을 자극하고 긴장감을 선사하며 재밌다는 느낌을 준다. 다만, 로봇을 활용한 액션이 다양하게 활용되지 못한 점과 액션이 등장하는 분량이 짧다는 점은 아쉽다.
<써로게이트(Surrogates, 2009)> 감상하기 |